“불가능한 존재” 하태권도 감탄했다…워밍업처럼 '세계 2위' 농락 "이미 졌다는 얼굴" 왕즈이 심리까지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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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하태권 해설위원은 인도오픈 여자단식 결승을 중계하기 전 "내 현역 시절까지 통틀어 가장 뛰어난 선수 같다. 안세영(삼성생명)은 그야말로 불가능한 존재"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말이 놀랍진 않다. ‘셔틀콕 여제’ 안세영에게 우승은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 됐다. 시즌 초반부터 그렇다. 새해 첫 국제무대 두 개를 잇달아 접수했다. 마치 워밍업처럼.
안세영은 18일(한국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오픈 결승에서 중국의 왕즈이를 가볍게 넘었다. 스코어는 중요하지 않다. 내용이 모든 걸 말해줬다. 급이 달랐고, 시간은 안세영 편이었다.
왕즈이는 세계랭킹 2위다. 그러나 안세영 앞에서는 그 숫자가 무력해진다. 두 선수는 자주 만난다. 너무 자주 만나서 이제는 관계가 생겼다. 결승에서만 열 번, 그 열 번 모두 안세영의 승리였다. 기록으로 보면 ‘연승’이지만 분위기로 보면 ‘지배’에 가깝다.
안세영은 왕즈이를 상대로 늘 그렇듯 서두르지 않았다. 1게임 1-1에서 연속 6득점으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이미 이때부터 승부의 방향은 정해졌다. 왕즈이는 따라가려 했고 안세영은 기다렸다. 기다렸다가 상대가 손쓸 수 없는 빈 곳으로 공을 보냈다.
안세영의 바둑 같은 배드민턴은 여기서 나온다. 강하게 치지 않아도 상대가 먼저 무너진다. 헤어핀 하나, 스매시 하나가 왕즈이 리듬을 끊는다. 수비 하나가 상대 자신감을 갉아먹는다. 안세영의 수비는 단순한 방어가 아니다. 상대에게 '나는 너보다 두 수 위'라고 말하는 듯한 '공격'이다.
왕즈이는 점점 표정이 굳어갔다. 9-15에서 연속 4득점으로 추격 불씨를 피어 올렸지만 이내 6연속 실점하며 무너졌다. 13-21.
자신이 준비해온 플레이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아는 얼굴이었다. 반대로 안세영의 얼굴은 가벼웠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선수의 얼굴, 이미 판을 읽고 있는 강자의 얼굴이었다.
2게임에 들어서자 흐름은 더 분명해졌다. 안세영은 먼저 앞섰고 한번 잡은 리드를 놓치지 않았다. 점수 차보다 더 크게 벌어진 건 심리적 거리였다. 왕즈이는 흔들렸고 안세영은 즐겼다. 하고 싶은 샷을, 해야 할 순간에 정확히 꺼내 들었다.
몸을 던지는 수비에도 탄성이 나왔다. 그러나 그것조차 과시가 아니었다. 안세영에겐 그저 '기본기'였다.
왕즈이에게 안세영은 천적이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안세영은 이미 다른 시간대에 와 있다. 지금의 세계 여자배드민턴 생태계는 안세영의 구상 안에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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