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최가온 “승부욕으로 두려움 이겨내…클로이 넘어 서운한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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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밀라노, 정형근, 배정호 기자] “어릴 때부터 겁이 없는 편이다. 승부욕이 두려움을 이기는 것 같다. 클로이 언니를 넘으면서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든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최가온(18·세화여고)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빌라 네키 캄필리오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올림픽 금메달 이후의 감정과 당시 상황을 차분하게 돌아봤다.
최가온은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 클로이 김(미국·88.00점)과 오노 미쓰키(일본·85.00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한국 동계 스포츠의 새 역사를 쓴 주인공이었지만, 기자회견에서의 태도는 담담했다.
다음은 최가온과의 일문일답.
-금메달을 딴 지 이틀 정도 지났는데, 지금 기분은?
"아직도 꿈 같다. 가족에게 가장 많이 축하를 받았고, 친구들과 친구 부모들까지 메시지를 많이 보내왔다. 너무 행복하지만 아직 실감은 잘 나지 않는다. 지금은 이 시간을 그냥 즐기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어떤 계획이 있나.
"시즌이 애매하긴 하지만 일단은 쉬고 싶다. 쉬면서 앞으로 뭘 할지 생각해볼 예정이다."
-경기 직후 클로이 킴이 먼저 와서 안아줬다. 그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클로이 언니가 자기 런을 끝내고 내려와서 1등한 나를 꽉 안아줬다. 그때 정말 행복했다. ‘내가 클로이 언니를 넘었구나’라는 느낌도 들었고, 동시에 뭉클함이 확 왔다. 항상 좋은 말과 조언을 많이 해주던 분이라 더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
-2차 시기 전 전광판에 잠시 ‘DNS’가 떴다. 어떤 상황이는가.
"처음부터 DNS를 할 생각은 없었다. 무조건 뛰고 싶었다. 하지만 코치님은 지금 상태로는 걸을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일단 DNS로 표시가 됐다. 그래도 계속 한 번만 걸어보자고 했고, 다리가 조금 나아져서 출전 직전에 DNS를 철회했다."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지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
"넘어지자마자 다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서 일어날 수 없었다. 의료진이 내려왔고, 들것에 실리면 병원에 가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여기서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선수들이 내려와야 해서 빨리 결정을 해야 했고, 최대한 다리를 움직이면서 버텼다. 조금씩 힘이 돌아와서 내려올 수 있었다."
-3차 시기 직전, 몸 상태도 좋지 않았는데 어떤 생각으로 임했나.
"몸은 많이 아팠지만 긴장에 휘둘리지는 않았다. 계속 기술 생각만 했다. 오늘 이 올림픽에서 다 완성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연기를 마친 뒤에는 어떤 감정이 들었나.
"아픈 상황이었고 눈도 오는 조건이었는데, 그래도 많이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이 많이 감격스러웠다."
-공중에 떠 있을 때는 어떤 생각을 하나?
"다른 생각은 없다. 기술 생각만 한다. 랜딩에서 허리를 어떻게 써야 할지 같은 기술적인 생각만 계속한다."
-큰 낙상과 부상을 겪었는데도 두려움은 없었나?
"어릴 때부터 겁이 없는 편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승부욕이 두려움을 이기는 것 같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그때는 무릎이 많이 아팠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다만 손목은 올림픽 전에 다쳤던 게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서 한국에 가서 다시 체크해야 할 것 같다."
-어린 선수들, 꿈나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즐기면서 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힘들게 생각하지 말고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다."
-우상이었던 클로이 킴을 넘어섰다는 사실이 주는 감정은 어땠나?
"정말 존경하는 분이다. 나도 모르게 앞으로도 클로이 언니가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내가 그분을 넘으면서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마음이 복잡했다."
-아버지와 함께해온 과정도 화제다.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빠는 일을 그만두고 나랑 같이 이 길을 걸어왔다. 정말 많이 싸웠고, 그만둘 뻔한 적도 많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같이 와줘서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
-후원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면?
"CJ에서 한국 음식을 많이 보내줘서 외국에서도 그걸 먹으면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롯데도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후원을 해줘서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묵묵히 응원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설상 종목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은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설상 종목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그만큼 선수들이 더 열심히 노력해온 결과다."
-종목 발전을 위해 필요한 환경이나 지원이 있다면.
"한국에는 하프파이프가 사실상 하나뿐이고, 그 파이프도 완벽하지 않다. 여름에는 훈련할 곳이 없어서 일본에 가서 훈련한다.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생겼으면 좋겠다."
-세계 정상에 올랐지만, 보완하고 싶은 점이 있나.
"이번 올림픽에서 내 최고의 연기를 한 건 아니다. 기술 완성도를 더 높이고 싶고, 시합을 많이 뛰면서 긴장하는 부분을 줄이고 싶다."
-눈이 내리던 시상식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입장하기 전에 눈이 한 방향으로 내리는 게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시합 중이라 못 찍은 게 아쉬웠다. 시상식 때도 눈이 내려서 정말 예뻤고, 클로이 언니랑도 그런 얘기를 나눴다."
-앞으로의 목표는?
"지금도 많은 꿈을 이뤘다고 생각해서 영광이다. 목표를 멀리 잡기보다는 당장 내일의 목표를 본다. 더 열심히 해서 지금보다 더 잘 타는 스노보드 선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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