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살 자신 있습니다” 실수 기억 대신 자신감 채웠다… SSG 고민 해결사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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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모처럼 1군 벤치에서 호출이 왔다. 중요한 순간 대주자로 들어갔다. 선수에게는 익숙한 출전, 또 익숙한 공기였다. “뛰면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자신감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했다. 내 장점을 보여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정작 사인을 못 봤다. 모처럼 경기 출전이라 투수의 움직임에 너무 집중하고 있었던 게 탈이었다. 1루 주루 코치가 “너 방금 사인을 놓쳤다”고 말하는 순간, 대주자로 들어간 채현우(31·SSG)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명백한 자신의 잘못이었고, 해서는 안 될 실수였다. 벤치에서 보는 시선이 고울 리는 없었다. 뛰라고 나간 주자가, 정작 뛰라는 사인을 못 봤다.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지금도 그 상황을 기억하는 채현우는 오히려 살 자신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채현우는 “오히려 너무 뛰고 싶었다. 오래간만에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느낌이었다. 뛰면 무조건 살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면서 “그래서 오히려 투수에 너무 집중을 했다. 사인을 못 봤고, 스킵 동작을 했다”고 자책했다. 이 장면은, 채현우가 남긴 지난해의 아쉬움을 포괄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채현우는 리그에서 인정하는 준족에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선수다. 여기에 빠른 발을 바탕으로 한 넓은 수비 범위, 또한 강한 어깨까지 갖추고 있어 중견수 수비도 가능한 선수다. 화려한 주전 선수는 아니지만, 매년 1군 코칭스태프의 관심을 받는 이유가 있다. 경기 막판 중요한 상황에서 대주자로 나갔다가 대수비로 들어가기 딱 좋은 선수였다. 퓨처스리그 172경기에서 총 85개의 도루를 성공했을 정도다. KBO리그 1군 도루 성공률도 88.9%에 이른다.
그러나 정작 발이 장점인 선수가 발목이나 무릎 등에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처음에는 왼 발목이 좋지 않았다. 사람의 신체라는 게 아픈 부위는 무의식적으로 덜 쓰고, 반대편에 더 많은 힘을 주기 마련이다. 왼 발목이 아프니, 오른 무릎에 부하가 걸렸고 결국 오른 무릎까지 통증이 생겼다. 그렇게 부상으로 1년간 고생했고,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서 1군의 시선에서도 조금씩 멀어졌다. 쓰려면 아팠다.
그런 채현우는 올해 1군 캠프에 가지 못하고 미야자키에서 열린 퓨처스팀(2군) 캠프에 갔다. 1군 2차 캠프 명단에도 오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큰 좌절이지만, 채현우는 긴 호흡을 가지고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팀 1군 로스터를 봤을 때 반드시 기회는 한 번 온다는 생각이고, 여기에 지난해 자신을 괴롭혔던 하체 통증을 말끔하게 해결했다. 트레이닝파트에서도 “캠프 막판으로 오면서 정상적인 몸 상태를 회복했다”고 자신할 정도다.
현재 SSG의 1군 엔트리를 보면 대수비·대주자로 들어갈 수 있는 외야수가 한정적이다. 수비가 좋은 선수, 공격이 좋은 선수는 있는데 특급 주자가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채현우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주루는 물론, 수비와 작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이번 퓨처스팀 전지훈련을 보냈다. 스스로도 이 부분은 자신 있게 할 수 있게끔 강훈련을 했다. 사실 도루나 작전, 수비는 실수가 나오면 안 되는 잔인한 영역이다. 그렇기에 더 철저하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게 채현우의 각오다.
우선 도루는 여전히 자신감이 있다. 사인만 나면,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준비했다. 채현우는 “사인만 주시면 무조건 뛸 자신이 있다. 달리기에는 워낙 자신감이 있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한다”면서 “1~2년 차 때는 소심해서 뛰지 못하는 경향이 살짝 있었다. 지금은 죽더라도 내가 보여줄 수 있을 것을 보여주고 죽자는 느낌을 가지고 뛴다”며 달라진 자신을 설명했다.
수비는 나경민 코치와 영상 분석을 통해 많은 것을 보완한 캠프였다. 가장 큰 캠프 수확으로 뽑는 대목이다. 공을 쫓아가는 영상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어설픈 폼이 보였고, 이를 교정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채현우는 “공을 쫓아갈 때 내가 봐도 불안해 보이더라. 아직 완벽하지는 않은데 그래도 조금 좋아졌다”면서 “번트와 작전 같은 것도 내 것을 만들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이제는 조금 더 편해진 것 같다”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과감하지 못한 성향 탓에 자신의 주력을 모두 보여주지 못했던 시절도 있지만, 채현우는 부단한 노력으로 이제는 자신감을 얻고 달릴 준비를 마쳤다. “자신감은 항상 넘친다”는 발언은, 그의 어린 시절에는 듣지 못했던 강한 워딩이다. 채현우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해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긍정적으로 하려고 한다”면서 찾아올 기회를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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