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후임' 국대 감독 거론 벤투가 바라본 한국 축구..."책임 인정하고 재건 과정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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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인섭 기자] 파울루 벤투 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기 탈락을 두고 입을 열었다. 결론은 분명했다. 한두 사람의 책임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벤투 전 감독은 지난달 30일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의 월드컵 탈락에 대해 “이런 사태는 통상 한두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 각자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고, 1부터 10까지 원점에서 다시 돌아보며 재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진단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조별리그 A조에서 1승 2패, 승점 3에 그치며 조 3위로 내려앉았다. 48개국 체제에서 각 조 1, 2위와 조 3위 상위 8개 팀이 32강 토너먼트에 오르는 방식이었지만, 한국은 그 문턱도 넘지 못했다. 최종 순위는 48개국 중 34위였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한국은 1차전에서 체코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개최국 멕시코에 0-1로 패한 데 이어,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0-1로 무릎을 꿇었다. 비기기만 해도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컸던 경기에서 졸전 끝에 패했고, 결국 다른 조 결과를 기다리다 탈락이 확정됐다.
벤투 전 감독도 한국의 1차전 경기력에는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1차전 결과가 좋았기에 안팎의 기대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나 역시 한국의 1차전 후반전 경기력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고 말했다.
다만 축구에서는 언제든 이변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벤투 전 감독은 “이런 결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지만, 축구에서 약팀이라 여겼던 팀이 강팀을 꺾는 이변은 종종 벌어진다. 이번에는 한국이 그 이변을 겪었을 뿐이고, 핵심은 이 실패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지에 있다”고 짚었다.
벤투 전 감독의 말은 한국 축구에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초기부터 패스와 점유, 빠른 공격 전환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빌드업 축구’를 대표팀에 이식했다.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탈락으로 비판을 받았고, 경기 방식에 대한 의문도 계속됐다.
하지만 벤투 전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부임 초기부터 정한 방향성을 4년 넘게 유지했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사이에 공통의 경기 모델을 만들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은 점점 더 뚜렷한 색깔을 갖춘 팀으로 변했다. 그 결과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었다.
당시 한국은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한 조에 묶였다. 객관적으로 쉬운 조가 아니었다. 우루과이와 1차전에서는 0-0으로 비겼고, 가나와의 2차전에서는 2-3으로 졌다. 1무 1패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최종전에서 강호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4년 전과 지금,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벤투 전 감독은 ‘일관성’을 꼽았다. 그는 2022년 16강 진출의 큰 동력 중 하나로 “힘든 상황에서도 감독과 코치진, 선수단 사이에 자리 잡고 있던 굳건한 믿음”을 언급했다.
벤투 전 감독은 “처음 부임했을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다 함께 팀 고유의 전술적 색깔을 확립하고, 서로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선수단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체계를 다지고, 선수들이 스스로와 그 과정을 믿게 만드는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당시에도 숱한 위기와 어려운 순간들을 겪어야 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조별리그 마지막 포르투갈전을 앞둔 벼랑 끝 상황에서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벤투 전 감독은 ‘시간’의 차이도 지적했다. 그는 “나는 4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한 팀을 온전히 지휘할 수 있었지만, 내가 떠난 뒤 한국은 대행을 포함해 4년 동안 무려 4명의 사령탑을 거쳤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벤투 전 감독이 떠난 뒤 한국 대표팀은 안정적인 장기 프로젝트를 이어가지 못했다. 감독 교체와 대행 체제가 반복됐고, 선임 과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전술적 방향성 역시 뚜렷하게 축적되기보다 대회와 감독에 따라 흔들렸다. 결국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그 불안정성이 결과로 드러났다.
벤투 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앞으로의 행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 번쯤 짚어봤으면 하는 부분”이라며 “감독이 선수들과 신뢰를 쌓고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확고한 경기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캡틴’ 손흥민을 향해서는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손흥민은 조별리그 탈락 이후 팬들에게 사과하며 다시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벤투 전 감독은 팀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두 명의 선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는 손흥민을 자신이 지도했던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선수이자 훌륭한 프로 의식을 지닌 선수로 평가했다.
한국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다시 ‘벤투 복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월드컵 탈락 이후 일부 팬들은 벤투 전 감독 가족의 SNS에 복귀를 바라는 댓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 전 감독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대표팀을 이끌며 35승 13무 9패를 기록했고, 카타르 월드컵에서 역대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적인 복귀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벤투 전 감독은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 복귀 의사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정몽규 회장 사퇴와 비판 여론, 대표팀 재건 문제 등 대내외적으로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 결국 ‘벤투 복귀론’은 당장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라기보다, 한국 축구가 얼마나 일관성 있는 리더십과 장기 프로젝트를 갈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벤투 전 감독은 마지막까지 협회와 축구계 전체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협회 이사회나 수뇌부 등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안다”면서도 “한국 축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역할과 책임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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