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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섭 씨, 카우보이 모자 왜 썼어요? 그게 왜 있어요?…아니 이렇게 깊은 뜻이

작성일: 2026.07.23 11:35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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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창섭 ⓒ최원영 기자
▲ 양창섭 ⓒ최원영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최원영 기자] 이 남자 진심이다.

삼성 라이온즈 우완 선발투수 양창섭(27)은 지난 18일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카우보이 모자와 함께 출근했다. 팀에 새로 합류한 동료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만난 양창섭은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삼성은 후반기 시작 전 새 외국인 투수로 크리스 페덱을 영입했다. 올해 함께하려 했던 맷 매닝이 스프링캠프 도중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자 6주 단기 대체 외인으로 호주 국가대표 출신인 잭 오러클린을 데려왔다. 오러클린과 계약을 두 번 연장해 전반기를 마무리한 뒤 이별을 결정했다. 후반기부터는 페덱이 마운드를 지킨다.

페덱은 지난 18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서 한국 무대 데뷔전에 나섰다. 이날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카우보이 모자를 비롯해 정장, 구두를 착용한 채 출근했다. 페덱은 "고향인 미국 텍사스 지역엔 목장, 카우보이 문화가 발달했다. 선발 등판하는 날에는 모자, 구두에 정장까지 풀세트로 꾸미는 걸 좋아한다"며 "어릴 때부터 중요한 행사에는 무조건 멋지게 입고 가야 한다고 배웠다. 앞으로 선발 등판하는 날마다 이렇게 입을 것이다"고 밝혔다.

양창섭도 동참했다. 페덱의 선발 등판 날에 맞춰 카우보이 모자를 챙겨서 나왔다.

▲ 양창섭의 카우보이 모자 ⓒ양창섭 제공
▲ 양창섭의 카우보이 모자 ⓒ양창섭 제공

22일 고척서 마주한 양창섭은 '카우보이 모자'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원래 갖고 있던 것이다. 그런 걸 좋아해 작년 겨울에 놀러 갔을 때 샀다"며 "사 놓고 쓸 일이 없어서 집에 장식용으로 뒀다. 페덱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다니는 걸 보자마자 '아 지금이다'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양창섭은 "페덱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썼다. 솔직히 말하면 쓰진 않고 조심히 들고 왔다"며 "진짜 그 모자를 쓰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다. 페덱에게 보여주니 엄청 좋아했다. 그렇게 활짝 웃는 모습은 그때 처음 봤다"고 밝혔다. 이어 "페덱의 풀 착장을 본 순간 멋있다고 생각했다. 내 로망이다. 솔직히 '와 진짜 멋지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페덱에게 양창섭 모자 이야기를 꺼내며 관련 질문을 던졌다. 페덱은 "시즌 처음부터 같이 했던 것도 아니고, 전반기가 다 지나고 후반기가 돼서야 늦게 팀에 들어왔는데 선수들이 먼저 내게 다가와 줬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면서 친근하게 다가와 주니 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내가 왔을 때부터 동료들이 '우린 네가 정말 필요하다. 네가 와서 좋다. 우리 같이 한번 잘해보자'며 응원해 줬다. 감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창섭은 "난 페덱에게 모자만 보여줬다. 입장을 바꿔 우리가 해외 리그에 나갔는데 외국 선수가 '나 집에 한복 있다'고 하면 어떻겠나.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을 듯하다. 페덱도 그런 마음이 들었으면 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 크리스 페덱 ⓒ크리스 페덱 SNS
▲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 크리스 페덱 ⓒ크리스 페덱 SNS

응원 덕분일까. 페덱은 데뷔전서 6이닝 1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 85개(스트라이크 56개)로 롯데 타선을 압도했다. 팀 승리를 이끌며 선발승도 챙겼다. 커터(20개), 커브(19개), 체인지업(17개), 투심 패스트볼(14개), 포심 패스트볼(13개), 포크볼(2개)을 섞어 던졌고 포심 최고 구속 152km/h, 투심 150km/h를 기록했다.

양창섭은 "메이저리거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 자기가 던지고 싶은 공을 원하는 곳에 넣더라"며 "갖고 있는 변화구도 다 퀄리티가 좋았다. 이래서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뛰었구나 싶었다"고 감탄했다.

페덱은 "삼성 투수들에게 배울 건 배우면서, 나도 가르쳐 줄 게 있으면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양창섭은 "커맨드에 관한 것들을 배우고 싶은데 페덱이 알려줘도 내가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페덱을 지켜보며 어떻게 투구하는지, 상황에 따라 어떤 구종을 쓰는지 지켜보고 대화를 나누려 한다"고 전했다.

양창섭은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총 14경기 61⅓이닝서 7승 무패 평균자책점 4.26을 빚었다. 그는 "항상 4~5회까지 괜찮다가 그 시점이 넘어가면 갑자기 볼넷을 주고 커맨드가 흔들렸다. 그런 경기가 3~4게임 정도 있었던 것 같아 아쉬웠다. 그 부분을 보완하면 좀 더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 듯해 노력 중이다"고 돌아봤다.

▲ 양창섭 ⓒ삼성 라이온즈
▲ 양창섭 ⓒ삼성 라이온즈

이어 후반기 첫 경기였던 16일 대구 롯데전에 선발 등판했다. 1선발 아리엘 후라도가 출격할 것으로 보였지만 후라도는 올스타 휴식기 오른쪽 어깨 부상이 발견돼 전력에서 이탈했다. 삼성은 양창섭의 선발 등판일을 16일로 당겨 공백을 메웠다.

구체적인 상황을 묻자 양창섭은 "후라도가 있었다면 아마 내가 4번째 경기인 19일 롯데전에 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팀에서 '후반기 첫 번째 투수로 등판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셔서 된다고 말씀드렸다. 프로선수는 팀 상황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어차피 투구할 거 그냥 빨리 던진다고 여겼다. 솔직히 14일, 15일까지도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최일언 코치님이 옆에서 계속 조언해 주셔서 수정했다. 등판 당일에는 컨디션이 괜찮아졌다"고 설명했다.

양창섭은 16일 롯데전서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해 선발승을 챙겼다. 시즌 성적은 15경기 66⅓이닝 8승 무패 평균자책점 4.07이 됐다.

그는 "아직 나도 안정권은 아닌 듯하다. 나가는 경기마다 5이닝 이상 던지고 싶다. 그래도 늘 목표는 3이닝 1실점에서 시작한다"며 "하던 대로, 준비한 대로 하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 개인 기록은 신경 쓰지 않지만 투수로서 내 몫은 꼭 해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에필로그>
인터뷰를 마친 뒤 양창섭에게 카우보이 모자를 쓴 사진을 요청했다. 양창섭은 멋있게 나온 사진이 없어 부끄럽다며 대신 멋지게 나온 모자 사진을 보내왔다.

▲ 양창섭 ⓒ삼성 라이온즈
▲ 양창섭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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