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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라고 할 수 없는 염경엽 감독의 4년

작성일: 2016.10.18 06:00 박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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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고 떠나는 염경엽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자진 사퇴를 밝힌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의 4시즌은 실패라고 할 수 있을까.

넥센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5로 져 준플레이오프에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염 감독은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스스로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넥센에는 다른 구단들과 확실하게 다른 내용이 있다. 다른 구단들은 모기업의 지원 아래 운영되고 있다. 이들 팀은 기업의 이름이 구단의 이름이다. 그러나 넥센은 서울 히어로즈라는 독자적인 기업으로 여러 스폰서들의 지원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그 가운데 가장 큰 후원 업체에 기업명을 팀 명으로 달아 주는 "네이밍 스폰서" 형태를 갖고 있다.

2012년 넥센은 김시진 감독 체제에서 시즌을 6위로 마쳤고 염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염 감독은 선수 시절 태평양 돌핀스에서 활약했으며 은퇴한 뒤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며 행정 업무 경험을 쌓았다. 선수와 프런트를 모두 경험해 두 집단 사이의 이해관계를 잘 알고 있어 크게 마찰 없이 두 집단 사이에서 팀을 운영했다.

염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구단과 팬들의 뜻에 답했다.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한 박병호와 강정호를 중심으로 장타 위주 야구를 펼쳤고 손승락을 중심으로 한현희 송신영 이정훈으로 승리 조를 만들어 불펜 야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다. 

브랜든 나이트와 앤디 밴헤켄 외국인 선발투수 원투펀치는 12승 10패씩을 기록했다. 넥센은 2013년 시즌을 4위로 마무리하고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2승 3패로 졌으나 충분히 성공한 시즌이었다.

2014년 넥센은 황금기를 맞았다. 박병호와 강정호 서건창이 중심 타선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박병호는 52홈런을 터뜨렸고 강정호는 40홈런 고지에 올랐다. 서건창은 한 시즌 200안타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거기에 마무리 투수 손승락은 건재했고 한현희와 파이어볼러 조상우가 가세해 불펜은 탄탄해졌다. 2011년부터 왕조를 만들며 한동안 리그에서 대항마를 찾지 못했던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넥센은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끈질긴 추격을 했다. 삼성은 78승 3무 47패, 넥센은 78승 2무 48패 단 0.5경기 차로 넥센은 구단 첫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2014년 넥센에 남은 것은 가을 야구였다.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3승 1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삼성을 상대로 시리즈 스코어 2-2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잠실에서 열린 5, 6차전을 연이어 내주며 준우승으로 염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은 끝났다.

강정호가 2014년 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떠났다. 40홈런-100타점 이상이 가능한 타자의 부재였지만 염 감독은 김하성이라는 유망주 카드를 꺼내 들어 2015년 시즌을 치렀다. 시즌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넥센은 5위 SK 와이번스를 5-4로 꺾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1승 3패로 밀렸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꺾고 우승했다.

올 시즌 염 감독은 3위로 시즌을 마쳤다. 박병호 이택근 손승락 한현희 조상우가 빠진 자리를 새로운 얼굴 또는 기존 얼굴들로 메우며 넥센을 '최하위' 후보로 꼽았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었다. 5월 말 3위에 이름을 올린 넥센은 미끄러지지 않은 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죽기 살기로 하겠다." 염 감독의 2016년 포스트시즌 출사표였다. 그러나 의지와 결과는 다를 수 있는 법. LG 트윈스와 4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고 넥센은 시리즈 스코어 1-3으로 탈락했다.

염 감독은 부임 후 매 시즌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았다. 구단 사정상 염 감독은 매년 FA를 잡는다는 생각보다는 어떤 어린 선수로 떠날 선수의 자리를 메울까를 생각했다. 늘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꾸준한 경험이 어린 선수들을 크게 만들었다. 김하성 고종욱 박정음 등이 염 감독의 믿음 아래서 자란 선수들이다.

항상 같은 야구를 추구하지 않았다. 팀을 떠날 선수를 항상 생각하며 팀 색깔을 카멜레온처럼 바꿨다. 빈자리가 있다면 어울리는 선수를 요소에 배치해 최소한의 피해로 막았다. 육성 방식도 확실했다. 코치들과 선수들의 문답으로 어린 선수들이 '이유'를 알고 훈련을 하기 시작했고 이유를 안 선수들은 경험을 더하며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차포마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주축 선수들을 다 떼고도 넥센은 훌륭하게 시즌을 치렀다.

염 감독은 "4년 동안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실패의 책임은 감독인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 책임지고 물러나려고 한다"며 자신을 '실패'한 감독이라고 말했다.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프로 무대'에서는 실패다. 그러나 부족한 자금과 선수층 속에서 염 감독은 어떻게든 방법과 전략을 찾아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 또한 유망주 육성으로 몸값 비싼 유능한 선수들의 자리를 메우며 KBO 리그 전체에 '육성'이라는 장기적 숙제를 던졌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한 감독이다. 그러나 염 감독이 있었던 넥센 구단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육성이라는 리그 전체적인 과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봤을 때 프로 야구에 많은 메시지를 던진 염 감독의 4년은 충분히 의미 있고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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