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원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올 시즌 KBO 리그는 바야흐로 '영건' 전성시대다. 22살 박세웅과 20살 최원태가 데뷔 첫 10승을 넘어섰다. 또 함덕주 구창모 임기영 고영표 등 또 다른 20대 초반 어린 선수들은 모두 100이닝을 넘기면서 각 팀의 선발투수로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는 이들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 근거가 버두치 리스트다. 2008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 칼럼리스트 톰 버두치는 '만 25세 이하 투수가 전년도 시즌에 비해 30이닝 이상을 더 던지면 이듬해 부상 또는 부진에 빠질 확률이 크다'고 주장했다. 버두치 리스트로 일컬어지는 이 이론은 메이저리그에서 지난해까지 연도별로 적중률이 60%를 넘어 '투수들의 살생부'라 불린다. 조정훈을 시작으로 이태양, 최근엔 주권 등 여러 적중 사례가 생기면서 KBO 리그에서도 버두치 리스트를 주시한다.

올 시즌엔 1군에서 한 자리를 꿰찬 어린 투수들이 늘아나면서 버두치 리스트가 길어졌다. 최원태 구창모 임기영 고영표 함덕주 등 선발투수들은 물론 박진형 김대현 등도 버두치 리스트 기준을 충족한다. 고영표는 버두치 리스트에 대해 "신경이 쓰인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아니지만 워낙 적중한 사례가 많다"고 걱정했다.

버두치 리스트에 있던 최원태와 고영표가 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최원태는 팔꿈치, 고영표는 어깨 부상이다. 장정석 넥센 감독과 김진욱 kt 감독 모두 올 시즌엔 두 투수를 쓰지 않을 방침을 세웠다. 피로 누적에 따른 염증으로, 수술대에 오를만큼 큰 부상은 아니나 부상 확대를 막고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고영표가 올 시즌 굉장히 많이 던졌다. 본인은 아쉽겠지만 올 시즌은 쉬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신인이었던 지난해 1군과 2군을 통틀어 97⅔이닝을 던졌던 최원태는 현재 149⅓이닝을 책임졌다. 리그에서 13번째로 많다. 고영표는 141⅓이닝으로 56⅓이닝을 던진 지난 시즌보다 이닝이 무려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처럼, 이들만큼 던진 투수들이 아직 여럿 있다. 만 22세 함덕주의 이닝은 지난해 28⅓이닝에서 올 시즌 127⅓이닝으로, 만 20세 김대현은 38⅓이닝에서 88이닝으로 증가했다. 팀 별로 정규 시즌을 20경기 가까이 남겨 두고 있고 포스트시즌 까지 남겨 둬 여전히 버두치 리스트 공포가 도사린다.

감독들은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김진욱 감독은 "버두치 리스트를 인지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 미국과 달리 우리 나라 야구는 144경기를 할만한 선수층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버두치 리스트에 올라 있는 구창모를 지난달 엔트리에서 제외한 김경문 NC 감독은 "버두치 리스트는 신뢰성이 있어 수비 시프트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이론"이라면서도 "우리 나라는 사정이 미국처럼 넉넉하지 않다. 구조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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