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포스트시즌 변경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10일 2020년 KBO 제1차 실행위원회가 열린다. 새해 들어 10개 구단 단장들이 처음 모이는 실행위원회인 만큼 다뤄야 할 안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KBO 규약과 더불어 KBO 리그규정 등에 대해 심의를 해야 한다. 그동안 논의돼 온 FA 제도 개선안과 샐러리캡 등 KBO 역사와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만한 굵직한 안건들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핫이슈가 있다. 지난 연말에 갑작스럽게 떠오른 뜨거운 감자, 바로 포스트시즌(PS) 제도 개선안이다. 10개 구단 단장들이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워크숍을 열고 가을야구 방식의 틀을 바꾸는 논의를 했다.

요약하자면, 상위팀에 1승의 어드밴티지를 주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페넌트레이스 최종 성적을 기준으로 2위팀이 1위팀에 2경기차 이내일 때,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얻은 2위팀이 1승을 먼저 안고 시작한다는 뜻이다. 3위팀 역시 2위팀에 2경기차 이내에서 정규시즌을 마무리하면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의 어드밴티지를 얻는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경기수 확대와 함께 '5전3선승제'로 치러왔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도 상위팀에 1승의 어드밴티지를 주면서 '6전4선승제'로 바꾸는 방안도 깊이 있게 논의됐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PS 변경안에 대해 반대한다. '경기차'라는 조건과 상위팀에 'PS 1승 어드밴티지'를 거래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의된 변경안 가운데 찬성표를 던지고 싶은 한 가지는 정규시즌 우승팀이 홈에서 한국시리즈 1~2차전과 5~7차전을 치르는 안이다. 종전처럼 페넌트레이스 1위팀이 한국시리즈 1~2차전과 6~7차전을 홈에서 치르면 4승무패 또는 4승1패 파죽지세로 우승할 때 상대팀 구장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해야 한다. 양대리그가 아닌 단일시즌제로 치르는 KBO리그라면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에게 5~7차전 우승 확정시 홈팬들 앞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는 이점을 부여하는 것은 납득할 만하다.

첫째, '져주기 게임' 혹은 '승부조작' 위험성을 안고 있다.

'경기차'라는 조건은 폭발력이 매우 강한 시한폭탄이다. 일찌감치 순위를 확정한 팀은 껄끄러운 팀을 견제하기 위해 시즌 막바지에 일부러 지는 경기를 만들 수 있고, 구단간의 감정이나 개인적 친소 관계에 따라 '특정팀 밀어주기'가 벌어질 수도 있다. 2연전 혹은 3연전을 조작할 경우 KBO리그는 그야말로 존립을 걱정해야할 만큼 치명타를 맞게 된다.

몇몇 단장은 이에 대해 "전경기가 TV로 생중계되는 요즘에 그런 일을 벌이는 팀이 있겠느냐"고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언론과 팬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를 하고 있는데 '져주기'나 '밀어주기'를 시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5위가 확정돼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비를 하던 NC가 1위 싸움을 하던 두산과 시즌 최종전에서 오해를 피하기 위해 총력전으로 연장 승부를 펼친 것이 좋은 사례다.

그러나 매번 그런 승부가 나올 것으로 낙관할 수만은 없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도 월드시리즈 사인훔치기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양심에만 맡기기에는 위험성이 매우 크다.

져주기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1승과 1패에 따라 천당과 지옥이 갈리는 시기에 선발투수 발표만 놓고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소한 행동 하나, 투수교체 하나가 의혹을 낳을 수도 있다. 일부 언론과 팬들의 문제 제기에 한순간에 여론 재판의 불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감독이나 구단이 일일이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예기치 않은 희생양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당장 올해가 아니더라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져주기 게임과 승부조작 가능성의 시한폭탄을 KBO리그 시스템과 제도 속에 두자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 고민해야 한다. 제도로 차단해야 할 일을 제도로 키워서는 안 된다.

둘째, 정작 가을야구 흥행을 망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정규시즌 게임차에 따라 포스트시즌 1승 어드밴티지 여부가 결정된다면 페넌트레이스뿐만 아니라 PS까지 흥미가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순위가 이미 결정돼 김이 샐 수 있는 페넌트레이스 막판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난해 700만 명대로 떨어진 KBO리그 관중수를 800만 명대로 다시 끌어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정규시즌 막판의 흥행을 담보하기 위해 치러야할 반대급부가 너무나도 크다. 가장 중요한 가을야구가 망가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기전에서 1승의 어드밴티지를 부여하는 것은 '해보나마나한 승부'를 양산하게 된다. 역대 5전3선승제로 펼쳐진 30차례의 플레이오프 통계만 보더라도 1차전 승리팀이 24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무려 80%의 비율이다. 여기에 1차전까지 이기면 사실상 2연승을 거두는 셈이다. 3선승제일 경우 상대팀이 뒤집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3경기를 모두 이기는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1차전을 패한 하위팀은 사실상 백기를 들어야한다. 6전4선승제라고 해도 비슷하다. 1차전을 패한 하위팀은 남은 5경기에서 4승1패 이상의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다.

가깝게는 일본의 PS 제도를 보면 답이 나온다. 페넌트레이스 성적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은 인정할 만하지만, 1승 어드밴티지를 얻은 팀이 먼저 1차전에서 이기면 사실상 승부가 끝나는 게임은 긴장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린다.

또 하나의 모순은 2위팀이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다면 휴식을 제대로 취하고 한국시리즈를 치를 수 있다. 1위팀에겐 오히려 어드밴티지가 없는 불리한 방식이다.

정규시즌보다 PS 결과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상위팀에 먼저 1승을 주고 시작하는 시스템은 흥행 가능성보다 흥행 참패 가능성을 키운다.

셋째, 포스트시즌의 역사성과 일관성 그리고 기록 비교의 의미가 퇴색된다.

제도는 1~2년만 바라보고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원위치'라는 발상은 위험하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가급적 과거와 현재, 미래의 기록을 동등한 조건 아래 비교할 수 있어야 전통과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제도가 자주 바뀌면 KBO리그 역사와 기록을 담아놓는 연감부터 지저분해진다. 1승 어드밴티지 제도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포함됐는지 여부를 별도로 표기해야 한다. 수십 년이 지난 다음에 연도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3승1패 혹은 3승2패 숫자만 놓고 1승 어드밴티지가 있었던 해인지 아닌지, 정확한 전적 내용을 비교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PS 제도 자체는 간단할수록 좋다. 복잡한 승부 방식과 셈법은 마니아가 아닌 일반인에게 '야구는 이해하기 어려운 스포츠'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새로운 팬의 유입을 방해하는 장벽을 치게 된다.

최근 KBO리그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징조를 보이고 있다. KBO와 각 구단 단장들 역시 걱정이 많다. 그래서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의기 의식 속에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변경안 역시 그런 고민의 산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무엇이든 해보려고 움직이고 있는 10개 구단 단장들의 노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박수를 칠 만하다.

그러나 자칫 방향을 잘못 잡으면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변화만을 위한 변화여서는 곤란하다. 이번 PS 변경안은 개선이 아닌 개악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이기에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 방식에 큰 문제가 없다면 일단은 그대로 두고 다시 한번 고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날 열리는 실행위원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되면 10개 구단 사장단 모임인 KBO 이사회에서 그대로 승인될 가능성이 크다. 급하면 체하는 법이다. 그래서 미리 반대의 목소리를 전한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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