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양석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구나 했죠. 찬스 왔을 때 몰입하는 게 다르더라고요."

양석환(30, 두산 베어스)은 올해 처음 '미러클'을 체험하고 있다. 미러클은 두산을 대표하는 수식어다. 안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거짓말 같은 결과를 내 얻은 별명이다. 최근 사례는 2019년 통합 우승이 있다. 두산은 정규시즌 선두 SK 와이번스(현 SSG)와 9.5경기차를 극복하고 대역전 1위를 차지했다. KBO리그 역대 최다 경기차 역전 1위 역사를 쓴 두산은 한국시리즈 4전 전승 우승까지 차지했다. 

기적도 탄탄한 전력과 풍부한 경험이 뒷받침된 결과다. 두산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동안 FA로 굵직한 전력 유출이 많기도 했지만, 2015년과 2016년, 2019년까지 3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주역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FA 선수가 하나씩 팀을 떠날 때마다 '올해는 힘들 것'이란 말에도 어떻게든 지금까지 버틴 게 두산이기도 하다. 

두산은 기적과 같은 9월을 보냈다.  9월 성적 16승8패3무로 리그 1위를 질주하며 시즌 7위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김재환과 박건우, 정수빈, 페르난데스 등 주축 타자들이 동시에 살아났고, 마운드는 베테랑 이현승과 함께 곽빈, 이영하, 권휘, 김명신 등 영건들이 자기 몫을 해주기 시작하면서 안정화됐다. 

양석환은 지난 3월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는 미러클을 체감할 일이 없었다. 잠실구장을 같이 홈으로 쓰는 LG 트윈스에서 8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긴 했지만, 밖에서 두산을 지켜본 것과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점은 또 달랐다. 

양석환은 지난달을 되돌아보며 "사실 9월 전까지는 '올해 진짜 안 되는 건가' 이런 생각도 했다. 거짓말처럼 6연승하고 1패 하고, 또 7연승하는 것을 보면서 확실히 큰 무대에서 뛰어봐서 그런가 생각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찬스가 왔을 때 몰입하는 게 다르더라"고 설명했다. 

누군가가 지시하고 시켜서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선수들 각자 상황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양석환은 "어떻게 보면 자기 것을 확실히 하려고 하는 것도 같았다. 그런 게 쌓여서 중요한 길목에 섰을 때 결과가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적 동기인 강승호, 박계범과도 공감했다. 양석환은 "강팀 DNA가 심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팀에 왔을 때 느낀 점도 많았지만, 최근 가을 들어서 치고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확실히 대단한 팀이구나 생각했다. (강)승호나 (박)계범이랑 그런 말을 많이 한다. 그 친구들도 이 점을 인정했고, 팀에 많이 녹아들긴 했지만 조금 더 팀에 녹아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올 시즌 남은 26경기에서 5강 밖으로 밀리지 않고 버텨야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다. 그래도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이 커진 가운데 양석환은 '두산의 가을 DNA가 심어진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았다. 

양석환은 "나는 사실 가을 야구를 많이 해보지 못했다. 형들을 믿고 있다"고 답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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