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는 더그아웃 청소하는데” 라이벌 인성 문제까지 등장, ‘모범생 vs 빌런’ 제대로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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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투·타 겸업을 통해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고침한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는 이미 네 차례의 최우수선수(MVP) 수상 경력이 있다. 그것도 만장일치였다. LA 에인절스 시절이었던 2021년과 2023년, 그리고 LA 다저스 소속으로 2024년과 2025년 MVP 타이틀을 따냈다.
타자 하나만으로도 MVP에 도전할 수 있는 실적을 소유하고 있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해당 리그에서 OPS(출루율+장타율) 1위가 오타니였고, 2023년과 2024년은 리그 홈런왕이었다. 여기에 투수로서의 성적이 더해지면 말 그대로 ‘무적’이었다. 올해 타격 성적이 예년만 못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투수로 좋은 성적을 내면서 4년 연속 MVP는 확정적인 것처럼 보였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이런 오타니의 MVP 대세론을 완전히 깨뜨린 선수가 나타났다. 시카고 컵스의 역동적인 외야수 피트 크로-암스트롱(24)이다. 공·수·주를 모두 갖춘 선수로 일찌감치 각광을 받았으나 올해 성적은 범상치 않은 대목이었다. 갈수록 페이스를 붙이며 오타니를 진정 위협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이미 MVP 레이스를 뒤집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타니는 올해 타자로 110경기에 나가 타율 0.290, 26홈런, 72타점, 7도루, OPS 0.929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투수로 14경기에서 85⅔이닝을 던지며 8승2패 평균자책점 1.79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크로-암스트롱은 시즌 120경기에서 타율 0.285, 27홈런, 72타점, 30도루, OPS 0.933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 개수는 오타니보다 하나 더 많고, 도루와 OPS에서도 우위다.
그래도 투수 성적이 있으니 오타니가 MVP 확률이 더 높다는 의견이 있지만, 크로-암스트롱은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앞세워 이 차이를 상쇄한다. 크로-암스트롱의 OAA(타구 속도 등 세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을 때 리그 평균보다 얼마나 더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는지 측정하는 지표)는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20을 벌써 넘어섰다. 역대급 페이스다. 수비로 리그 평균 선수보다 20개 이상의 아웃카운트를 더 잡아냈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 엄청난 플러스로 작용한다.
투표 인단도 참고하는 WAR에서 크로-암스트롱은 12일 현재 8.0을 기록 중이다. 오타니는 타자로 3.5를 기록하고 있다. 오타니는 지명타자로 나서는 선수라 비슷한 공격 성적에도 불구하고 수비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만들어지고 있다. 오타니는 투수로 3.0의 WAR을 더 보탰는데 합쳐도 6.5로 크로-암스트롱보다 떨어진다. 이른바 ‘PCA’ 돌풍을 강력하게 설명하는 대표적인 근거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오타니의 이미지와 달리, 크로-암스트롱은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린다는 점에서 온라인상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모범생 이미지가 강한 오타니, 약간의 반항아 이미지가 있는 크로-암스트롱에 대한 비교는 끝없이 이어진다. 이는 마이크 트라웃과 브라이스 하퍼의 라이벌리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미 저명 칼럼니스트인 댄 클락은 자신의 SNS에 “오타니는 팀원을 위해 음료수를 구입하고, 더그아웃을 청소하고, 모든 팬들을 존중하며, 야구의 전통과 역사를 존중한다”면서 “PCA는 팬들을 조롱하고, 메이저리그의 위대한 선수들(베이브 루스)을 무시하며, 라이벌 팬들에 댛내 노골적으로 말하며, 자만심으로 가득한 태도로 상대방을 깔본다”고 직격했다.
크로-암스트롱이 억울할 만한 평가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몇몇 사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자유롭지 않다. 올해 5월 크로-암스트롱은 수비 도중 공을 잡지 못한 자신에 야유를 보낸 한 여성팬에게 심한 성희롱성 언어와 비속어를 내뱉어 구설수에 올랐다. 크로-암스트롱은 이 영상이 SNS에 퍼지며 논란이 되자 “단어 선택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지만 도발에 반격한 행동 자체는 후회하지 않는다며 또 다른 논란을 불렀고, 결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벌금 징계를 받았다.
크로-암스트롱이 다저스 팬들을 향해 “경기장에 늦게 와서 일찍 나가는 그저 남에게 보여주기 좋아하는 도시와 팬들”이라고 비하한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또한 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베이브 루스에 대해 “당시 투수들의 수준이 낮았다. 차라리 그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믿는 게 나을 정도”고 그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듯한 농담을 해 또 구설수에 올랐다. 물론 베이브 루스의 성적이 너무 비현실적이기에 야구팬들의 인터넷 농담을 차용한 것이라는 옹호도 있지만 어쨌든 신중하게 못한 답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크로-암스트롱은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솔직한 스타일로 컵스 팬들이나 젊은 층에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역동적인 플레이스타일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몇몇 발언들이 대중적이지는 않았고, 그래서 그를 ‘빌런’ 취급하는 팬들도 상당히 많은 게 사실이다. 모범생 이미지의 오타니와 조금 다르다. 올해 MVP 레이스가 더 흥미로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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