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자신 “심하게 안 보인다” 주키치가 누렸던 효과 그대로? LG 비장의 카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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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LG 팬들이라면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기억할 만한 외국인 선수 이름이 바로 벤자민 주키치(44)다. 2011년 LG에 입단해 2013년까지 KBO리그에서 세 시즌을 뛰었다. 2011년과 2012년은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키치는 2011년 32경기에서 187⅔이닝을 던지며 10승8패 평균자책점 3.60의 좋은 성적으로 재계약에 성공했고, 2012년에는 30경기에서 177⅓이닝을 던지며 11승8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하며 또 한 번 재계약 제안서를 받았다. 비록 마지막에 헤어지는 과정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첫 2년은 묵묵하게 공을 던지며 활약했던 공 자체는 분명하다.
그런 주키치는 좌완이기는 했지만 사실 공이 빠른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다. 보통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40㎞ 남짓이었다. 그보다 더 떨어진 구속의 공을 던질 때도 있었다. 데뷔 당시까지만 해도 그렇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독특한 투구폼 덕이었다.
장신의 선수인데 스리쿼터와 사이드암 사이의 높이에서 공을 던졌고, 발을 내딛을 때 크로스 타이밍이 나오면서 각을 만들었다. 그렇게 힘이 있게 공을 던지는 타자로서는 독특한 궤적에 당황할 수밖에 없고, 구속 이상의 구위를 느꼈다. 여기에 당시까지만 해도 KBO리그에서 그렇게 대중적인 구종이 아니었던 커터를 잘 던지면서 승승장구했다. 공은 빠르지 않은데 이상하게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였다.
어쩌면 LG는 당시의 느낌을 비슷하게 재현해 줄 선수가 도착했을지 모른다. 최근 아시아쿼터 선수로 계약한 호주 출신 장신 좌완 존 케네디가 그 주인공이다. 케네디는 호주 대표팀 출신으로 젊은 시절에는 마이너리그에서 뛴 경력도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제구력은 또 안정적”이라면서 기대를 걸었다.
케네디는 203㎝의 초장신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가 위에 있다. 보통 이렇게 건장한 선수들은 빠른 공을 무기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케네디는 공이 빠르지는 않다.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40㎞대 초반에서 형성된다는 게 염 감독의 이야기다. 그러나 염 감독은 “타자들에게는 140㎞대 후반으로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이유 역시 투구폼이다. 주키치의 체감 구속이 유독 빠르게 느껴졌던 그 효과와 비슷하다.
케네디는 사이드암에 가깝다. 주키치처럼 극단적인 크로스 스텝을 밟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사이드암이 공이 끝에서 나온다. 그리고 워낙 몸이 크기 때문에 타자들은 바로 앞에서 공을 놓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또한 공을 잘 숨기고 나온다. 염 감독은 “공이 심하게 안 보이다 나온다”고 기대를 걸었다.
독특한 폼이라고 해도 계속 상대하다보면 타자들이 적응하기 마련이다. 주키치 또한 점차 자신의 폼과 각도에 적응하는 타자들에게 애를 먹다가 2013년 부진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됐다. 하지만 케네디는 상황과 기대치가 다르다. 이제 시즌 막판이다. 그리고 불펜이다. 케네디를 한 번도 상대해보지 못하고 시즌을 끝내는 리그 타자들이 즐비할 것이고, 이 폼은 1~2번 만나서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일단 올 시즌을 마치고 그 다음을 생각하면 된다.
이론적으로 좌타자에게 강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지만, 염 감독은 원포인트가 아닌 1이닝씩 쓰는 불펜 자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여독을 풀고, 불펜 피칭을 거치며 예열을 마치고 오는 19일 1군에 등록될 예정이다. 불펜에 확실한 선수들이 부족해 매일 등판 순번이 바뀌고 있는 LG로서는 케네디의 합류가 뭔가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염 감독도 “지금 상황에서 우리한테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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