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야수들에게 돈 줬어요" KBO 재계약 실패→다저스에서 11승 1패 핵심 선발로, '대반전' 비결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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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LA 다저스가 에릭 라우어가 선발로 나서는 날이면 좀처럼 지지 않는다. 올 시즌 라우어가 선발 등판한 12경기에서 무려 11승 1패. KBO리그에서 재계약에 실패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선수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흐름이다. 라우어는 자신의 '승리 요정' 비결을 묻자 농담부터 던졌다.
"뒤에서 야수들에게 돈을 주고 점수를 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라우어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소화했다.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필드답게 쉽지 않은 등판이었다. 고지대 특성상 공기 저항이 적어 변화구 움직임이 달라지는 데다 타구 비거리까지 늘어난다. 라우어 역시 이날 특히 커브와 슬라이더를 원하는 대로 구사하는 데 애를 먹었다.
라우어는 경기 후 "상당히 힘든 등판이었다"며 "제구 자체에는 만족했지만 전체적으로 이곳에서는 변화구 감각을 잡기가 어렵다. 모든 공이 평소와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공 하나하나가 어떻게 움직일지 완전히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안에서 안정적인 궤적을 찾는다면 조금 더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을 텐데, 오늘은 특히 커브와 슬라이더의 재현성을 완전히 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2아웃 이후 이닝을 끝내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라우어 역시 이를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변화구 때문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2아웃 이후 투구를 조금 더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타나 볼넷을 허용하면서 불필요하게 이닝을 늘리지 않고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끝내면서 스스로를 편하게 만들고 싶다."
쿠어스필드에서 공이 평소와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 정신적으로도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웃음을 터뜨리며 "TV에서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고 농담한 뒤 "하지만 쿠어스필드에서 던지는 이상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모든 것이 평소와 달라지는 구장에서 경기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비정상적인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조건은 모두에게 똑같다. 그날 나에게 맞는 감각이나 작은 계기를 계속 찾아야 한다. 경기를 망쳐 버리기 전에 얼마나 빨리 그것을 찾아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환경을 핑계 삼지는 않았다.
라우어가 올 시즌 다저스에서 갖는 의미는 단순히 개인 성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라우어가 선발로 나선 12경기에서 다저스는 11승 1패라는 놀라운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 비결을 묻자 라우어는 "야수들에게 뒤에서 돈을 주고 점수를 내달라고 하고 있다"고 웃은 뒤 곧바로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농담이고, 정말 타선 덕분이 크다. 내가 등판할 때마다 항상 엄청난 득점 지원을 받고 있다. 덕분에 부담을 내려놓고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할 수 있다. 맞혀 잡더라도 뒤에는 탄탄한 수비진이 있다. 역시 점수를 지원받으면 투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훨씬 편해진다."
현대 야구에서는 과거와 비교해 투수 개인의 승패 기록이 크게 평가받지 않는다. 승리는 타선 지원이나 불펜 등 선발투수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우어 선발 경기에서 다저스가 11승 1패'라는 기록은 조금 다른 의미가 있다. 선발투수의 개인 승수가 아니라 라우어가 마운드에 오른 날 팀이 얼마나 많이 이겼는지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라우어도 이 기록에 대한 질문엔 "나에게 그 숫자는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팀에 이길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증거"라고 답했다.
이어 "대부분은 타선과 수비진이 잘해 준 덕분이다. 하지만 경기를 만들어 가면서 팀이 이길 수 있도록 투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나 자신을 조금 칭찬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공격과 수비가 잘 맞물리면서 내가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팀 전체의 힘이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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