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방출→독립리그 2년→1군 선발까지… 동료들도 낯설었던 이 선수, 기적의 역주행 역사 계속 쓰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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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 5월 초 잠실구장의 어느 날, 이숭용 SSG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김재현 SSG 단장을 중심으로 한 프런트 직원들이 한 선수의 불펜피칭을 보기 위해 모두 모였다. 외국인 투수나 팀의 핵심 투수는 아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1군 등판 기록이 단 한 경기도 없었던 이준기(23·SSG)의 투구를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이준기는 SSG 동료들에게도 이름이 낯선 선수였다. SSG로 입단한 선수가 아니었다. 타 구단 1군에서 뛴 선수도 아니었다. 올해 1군 캠프에 간 선수도 아니었다. 그런 이준기의 투구를 지켜본 이 감독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게 5월 10일 1군 마운드에 올라 5월 13일 KT전에서 1군 데뷔전(2이닝 2실점)을 가졌다.
어쩌면 여기까지도 기적의 역주행 신화였다.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경기상고를 졸업하고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의 2차 7라운드(전체 62순위) 지명을 받은 이준기는 1군 무대에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방출됐다. 2023년 시즌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불러주는 구단들도 없었다. 야구를 그만둬야 할 판까지 몰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야구에 매달렸다. 독립리그 구단들의 문을 두드렸다. 2024년 성남 맥파이스에 입단했고, 2025년 화성 코리요로 팀을 옮겼다. 막막한 미래였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독립리그에 괜찮은 우완 하나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당시 독립리그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보던 SSG의 레이더에 걸렸다. 그렇게 육성 선수로 팀과 계약했다.
SSG는 이준기의 기량이 당장 1군에서 통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야구에 대한 성실함과 간절함도 높게 평가했다. 시즌을 앞두고 열린 퓨처스팀(2군) 캠프에서 호평을 모았다. 2군 코칭스태프는 “경기가 될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퓨처스리그가 열리자 바로 기회를 받은 이유다. 그런 이준기는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그간 갈고 닦았던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다.
이준기는 올해 퓨처스리그 17경기에서 4승5패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하며 팀 내 2군 선발 투수 중 최고 성적을 거뒀다. 등판하면 5~6이닝을 안정적으로 막았다. 안정감과 폭발력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 2군에서도 이준기를 일부러 타선이 강한 한화 2군이나 상무와 맞대결하게 해 1군 콜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 테스트도 통과하자 1군에 추천서가 올라갔고, 그렇게 감격의 1군 데뷔를 이뤘다.
여기에 시즌 중에는 일본 넥스트베이스에 연수까지 다녀오며 팀이 관리하는 유망주 순번에서도 상위로 올라갔음을 시사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제구력에 다양한 구종은 좋았지만 패스트볼 구속이 140㎞대 초반에 머무른다는 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투구 밸런스를 조정했고, 이 구속도 점차 오른 것을 확인하자 이숭용 SSG 감독은 아예 선발 기회도 주기로 했다.
선발 기회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8월 28일 광주 KIA전에 선발로 예고됐으나 비로 경기가 취소됐다. 8월 30일 다시 선발 등판이 잡혔지만 또 비로 경기가 취소됐다. 선발 기회가 그렇게 날아갔다. 하지만 이 감독은 어떻게든 기회를 주려고 했고, 9월 11일 광주 KIA전이 ‘디데이’로 잡혔다. 이 감독은 “그냥 광주에서 계속 운동을 하게 할 껄 그랬다”고 웃어 보이며 이준기의 투구 내용에 잔뜩 관심을 드러냈다.
3이닝 동안 2실점을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피안타는 하나였지만, 4사구를 5개나 내주며 2실점의 빌미가 됐다. 긴장한 듯 몸에 맞는 공만 세 개를 내준 게 아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 삼진 5개를 잡아내면서 확실히 힘이 붙은 구위를 과시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46㎞까지 나왔고 이는 시즌 시작 당시보다 2~3㎞ 올라간 것이었다. 공의 움직임도 좋아졌다. 여기에 커브·포크볼을 섞으면서 5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가능성을 보여줬다.
SSG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한 축에 속한다. 페드로 아빌라는 5일 휴식 후 등판 루틴을 지킬 예정이고, 올해 선발로 시험을 거치고 있는 김민준 이로운도 로테이션을 지킨다. 김건우 또한 향후 2경기 정도 더 선발로 나갈 것이라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었다. 이준기에게 넉넉한 선발 등판 기회가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준기를 1군에서 말소하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선발로 등판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불펜에서 계속 테스트를 하겠다는 계산이 읽힌다. 방출된 뒤 2년의 시간을 기다렸는데, 이 2주의 시간을 참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내년 선발 후보군에 포함될 만한 잠재력을 남긴 채 시즌을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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