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준PO 스윕, 이범호 마법의 한 마디부터 시작됐다… KIA 위해 불태울 준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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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범호 KIA 감독은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 출근한 팀 아시아쿼터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5·KIA)를 불러 이야기를 나눴다. 시라카와는 10월 10일 SSG전 투구 후 정규시즌 등판을 마무리하고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상황이었다.
갑작스러운 감독의 면담에 시라카와가 당황하는 것도 잠시, 이 감독은 “너무 잘 던져줘서 고맙다”고 먼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올 시즌 중반 팀의 대체 아시아쿼터 선수로 합류한 시라카와는 입단 후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KIA 마운드 안정에 나름대로 큰 공헌을 했다. 시즌 18경기에서 4승5패 평균자책점 4.75를 기록했고, 83⅓이닝을 던졌다. 아시아쿼터로는 최상급 성적이었다.
여름이 되면 투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그러면 부상 위험도도 커지는 동시에 마운드의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해 데려온 선수가 시라카와였다. 이 감독과 KIA 프런트의 선택은 옳았다. 국내 선발진의 부침이 심했던 가운데 그나마 시라카와가 있어 KIA가 시즌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다. 이 감독의 고마움은 괜한 소리가 아니었던 셈이다.
다만 이 감독은 고마움만 전한 것은 아니었다. 책임감도 같이 심어줬다. 이 감독은 시라카와에 “네가 우리 팀의 3선발이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다. 평소 스스로도 그런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시라카와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 감독은 “3선발이 대충대충 던져서는 안 된다. 팬들에 보답하고,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게끔 네가 최선을 다해 던져줘야 한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몸을 잘 만들어서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때로는 자리가 사람을 만들 때도 있는 법이다. 그 원동력은 자신을 믿고 그 자리에 앉혀준 이들에게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나오기도 한다. 시라카와도 그랬다. 시라카와는 당시 이 감독의 말에 대해 “세 번째라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더 책임감을 느꼈다”면서 “도망가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공격적으로 가자는 마음으로 굳게 다짐하고 경기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열흘 전 이 감독의 격려와 동기부여는, 결과적으로 KIA가 LG와 준플레이오프를 ‘싹쓸이’로 통과할 수 있는 결정적인 마침표가 됐다. 1·2차전에서 모두 이긴 KIA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3차전에서 13-1로 대승하고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2회에만 7점을 내는 등 대폭발한 타선도 잘했지만, 역시 선발로 나선 시라카와의 기선 제압 투구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경기였다.
선발 매치업에서 우위를 장담할 수 없었다. 상대는 경험이 많은 카를로스 카라스코였다. 시라카와가 LG에 그다지 좋지 않은 성적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데 시라카와가 1회부터 혼신의 힘을 다해 전력 투구를 하며 LG의 기를 꺾는 데 성공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시속 150㎞ 이상의 공이 힘 있게 들어가며 1회부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더그아웃 분위기가 달라졌다.
2회 7점을 낸 뒤에도 많은 이닝을 생각하며 체력 안배를 하기 보다는 매 이닝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해 던졌다. 시라카와의 올해 약점은 3~5회 투구 수가 많다는 것이었는데, 그 약점을 완벽하게 지운 채 5회까지 내달렸다. 시라카와의 공을 받은 한준수는 “1이닝씩 계속 잘라 가자고 주문을 했고, 잘 버텨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웃었다. 시라카와의 등 뒤에서 투구를 본 동료 야수들은 “올해 최고의 피칭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의 말을 듣고 “더 공격적으로 던지겠다”는 다짐을 했던 시라카와는 그 초심을 잃지 않았다. 최고 구속이 평소보다 훨씬 빠른 시속 152.6㎞까지 나왔을 정도로 혼신을 다해 투구했다. 그렇게 5이닝 1실점 호투로 마운드를 내려왔고, 팀이 승리를 거두면서 잠실구장 공식 경기 마지막 승리투수라는 타이틀도 붙었다. 야구를 하면서 최고의 하루 중 하나였다.
시라카와는 경기 후 긴장도 했던 게 사실이라고 멋쩍게 웃었다. 압도적인 경기장 분위기, 그리고 앞선 선발 투수들(제임스 네일·아담 올러)가 모두 잘 던졌다는 점도 그랬다. 시라카와는 “물론 부담감도 있었지만 올러와 네일은 다른 선수고, 나는 나이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것만 확실하게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타자들이 초반부터 점수를 많이 벌어다 줘 긴장감은 조금 덜했다”고 겸손하게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시라카와는 이제 삼성과 플레이오프에 등판한다. 두 외국인 선수가 대구에서 열릴 1·2차전에 나간다. 시라카와는 3차전 혹은 4차전 등판 예정이다. 시라카와는 “날이 많이 추워지니까 몸 관리를 확실하게 할 생각이다. 쉬는 동안 전력 분석 파트와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 경기 플랜도 짜겠다”고 다짐했다. 베테랑 양현종에 앞서 등판한 이유를 설명한 시라카와가, 경력 최고의 경기를 경신하기 위해 남은 포스트시즌 등판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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