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결산 ② 넥센, 강렬한 팀 컬러 남기고 '눈물의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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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넥센은 극단적인 팀이었다. '승리'라는 목표 아래 '창피'도 기꺼이 감수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염경엽 감독이 구상한 선발 로테이션은 전반기 전에 망가졌다. 브랜든 나이트는 부상으로 팀을 떠났고, 문성현과 오재영은 시즌 중간에 '제2의 스프링캠프'를 떠났다. 신인 하영민이 형들의 짐을 대신 들어야 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
대승 다음날 대패하는 일이 흔히 일어났다. 5월 7일 목동 NC전은 6회 우천 콜드게임으로 끝났는데 점수가 5-24였다. 염 감독은 '투고타저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적은 점수 차로 지기 위해 전력을 다하면 이길 경기도 놓친다는 논리였다. 결국 이 선택 덕분에 상위권에 자리할 수 있었다.
시즌 중반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던 하영민을 '조기 시즌 아웃' 조치한 것도 독특한 발상이었다. 염 감독은 "오래 쉬었는데도 구위가 돌아오지 않았다. 올해 체력은 다 소진했다는 증거"라며 "하영민은 지금부터 내년을 준비한다"고 했다. 이날은 8월 1일이었다.
'판타스틱 4' MVP 후보 군단
정규시즌은 삼성(78승 3무 47패, 승률 0.624)에 이어 2위(78승 2무 48패, 0.619)로 마쳤다. 하지만 개인 기록에서는 9개 구단 사이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냈다. 투수 6개 부문 가운데 4개 부문(다승, 세이브, 홀드, 승률)과 타자 8개 부문 가운데 6개 부문(타율, 홈런, 타점, 득점, 안타, 장타율)을 휩쓸었다.
MVP 후보 5명 가운데 4명이 넥센 출신이었다. 프로야구 최초의 200안타를 기록한 서건창과 데뷔 후 처음으로 50홈런을 넘긴 박병호, 유격수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의 주인공 서건창과 20승 투수 밴헤켄이 MVP 후보다. 이는 1987년 삼성(장효조, 김시진, 김성래, 이만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외에도 손승락이 2년 연속 구원왕, 한현희가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했다. 나이트의 대체선수로 다시 한국 땅을 밟은 헨리 소사는 10승 2패로 승률 1위(0.833)에 올랐다. 한국시리즈 매치업 상대인 삼성 류중일 감독이 "넥센은 MVP 후보만 4명인 강팀이다. (자신이 상대한 팀 가운데)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눈물로 끝난 우승 도전
시리즈 전적 2승 3패에서 6차전을 앞둔 염 감독은 "우리 팀에 한국시리즈 준우승 경험이 있는 게 나뿐이더라"라며 "정말 비참하다.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이날 염 감독은 눈물을 보였다. 삼성에 1-11로 패한 뒤 인터뷰장에 들어온 그는 "아쉽고, 저에게는 잊지 못할 시리즈였다"고 말한 뒤 잠시 자리를 비웠다.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완전한 비대칭 구조로 치러지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정규시즌 1위 팀은 확실한 메리트를 갖는다. 일본 프로야구처럼 1위 팀이 1승을 더 갖는 정도는 아니지만 상대를 기다리며 여유 있게 시리즈를 준비할 수 있다.
사실 2승 4패라는 결과는 반대가 될 수도 있었다. 넥센은 2차전과 5차전에서 9회 2사까지 지고 있지 않았다. 2차전 9회초 2사 1루에서는 한현희가 박한이에게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맞고 무릎 꿇었다. 5차전에서는 8회말 무사 만루에서 실점하지 않고도 9회말 2사 이후 최형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주고 말았다. 이 2경기를 잡았다면 한국 프로야구 역사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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