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3일 창사 허롱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6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0-1로 졌다.
경기 뒤 주장 기성용은 내부를 향해 강도 높은 쓴소리를 뱉었다. 그는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많이 실망했다. 경기에 나가기 전 진다는 생각은 절대 안 했다"며 "선수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또 화를 내면서도 노력을 많이 했는데 잘 안됐던 것 같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 생각에는 원정에 와서 환경이나 다른 게 부족했다는 건 핑계인 것 같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안 나왔다는 핑계를 대는 건 대표 선수 자격이 없는 것 같다"며 "원정에서 성적을 못낸 건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라고 경기력 문제를 꼬집었다.
기성용은 "선수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기 보다 각자가 느꼈으면 좋겠다. 월드컵에 얼마나 간절히 가고 싶은지 깨달아야 한다. 전술이 어떻고 감독이 선수를 누구 기용하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들어가든 대표 선수이기 때문에 경기장 안에서 모든 걸 다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전을 앞둔 21일 한국 취재진과 만난 기성용은 "소속 팀에선 다들 주전이다. 선수들을 하나로 묶으려면 가장 좋은 경기력으로 모범이 돼야 한다. (박)지성이 형의 자세를 많이 보고 배웠다"며 "특별히 얘기를 안 해도 그라운드 안에서 보여 주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솔선수범해서 팀을 이끌고 가려고 했다. 기성용은 중원에서 고군분투했지만 선수들의 반응은 부족했다.
중국전은 이미 끝났다. 시리아전이 남았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부담스럽다. 기성용은 "오늘 (23일) 같이 경기하면 시리아전도 상당히 힘들 거다. 우리가 정말 좋지 않은 상황에 있다"며 시리아전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픈 패배였지만 이제 앞을 봐야 한다. 28일 러시아 월드컵을 향한 여정에서 중요한 고비를 다시 한번 넘겨야 한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이 시리아에 0-1로 지면서 2위를 겨우 지켰다. 주장 기성용의 강도 높은 발언이 무너진 한국 축구에 바람직한 채찍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