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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CRITIC] 희망 필요한 대표 팀, 히딩크 오겠다면 만나는 봐야한다

작성일: 2017.09.07 06: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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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4강 신화는 한국 축구에 큰 유산을 남겼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한국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순간.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선수들은 헹가래를 치며 환호했지만, 고국에서 TV 중계로 이를 지켜본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이 늘 쉽지 않았지만, 아시아 최종예선 10경기 내내 대표 팀은 무력한 경기 내용으로 기대감을 잃어왔다. 소방수로 투입된 신태용(47) 감독에게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두 경기에서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하며 어부지리로 얻은 본선 티켓에 환호한 팬들은 없었다. 팬들의 눈이 너무 높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지만, 그것이 지금 국가 대표 팀을 보는 국민의 정서다. 

대한축구협회는 9회 연속 본선 확정 이후 공식 홈페이지에 “국민들의 성원 덕분”이라며 감사 메시지를 남겼고, 신 감독은 힘겹게 이룬 본선 진출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에 서운함을 토로했다. 협회와 대표 팀, 축구 팬과 국민 사이에 정서적 괴리감이 있다. 여론 뿐 아니라 축구 전문가들(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 "이대로면 월드컵 진출팀 중 한국이 최약체", CBS 김현정의 뉴스쇼) 역시 현 상태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면 16강 진출은커녕 1승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 2014년의 기시감, 지금 대표 팀은 국민의 기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회의론의 근거는 2014년의 기억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1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을 선임해 스타 선수 출신의 젊은 리더십, 연령별 대표팀을 지휘한 경험을 통한 성인 월드컵 도전이라는 흐름으로 도전했다. 결과는 시행착오 속의 실패였다. 젊고 유망한 감독, 한국 축구의 자산인 홍명보를 잃었고, 한국 축구는 ‘퇴보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이후 최악의 성적(1무 2패)을 남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2015년 호주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잠시 살아난 축구열기는 슈틸리케 호의 부진한 경기력과 성적으로 사그라 들었다. 지금 대표 팀이 겪고 있는 실패는 대한축구협회의 의사결정 실패에 기인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한 과정부터, 슈틸리케 감독이 낙제점을 받은 이후 경질 시점을 택하는 과정에서 모두 경직된 판단을 지적 받았다. 

신태용 감독이 홍명보 감독이나, 슈틸리케 감독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남은 9개월 간 열심히 준비해서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지도자로는 물론 선수로도 월드컵 무대를 밟아보지 않은 점은 불안요소다. 올림픽과 U-20 월드컵 모두 목표했던 성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실패가 배움을 주지만, 믿음을 주지는 못한다. 2014년의 처절한 실패를 겪은 대표 팀은, 한 번 더 미끄러지면 수렁으로 빠질 수도 있다. 신 감독에게도 리스크가 큰 도전이다.

신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진의 전문성도 우려된다.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출신 전경준 수석코치 외에, 이제 막 지도자 라이선스를 딴 초보 지도자로 구성된 코칭 스태프(김남일, 차두리)로 월드컵 본선에 달려드는 것은 경험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는 대목이다. 월드컵은 각 나라가 가진 축구 역량의 최대치로 겨뤄야 하는 무대다. 검증된 지도자들의 싸움판이다. 지금 대표팀 코칭 스태프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선수 시절의 이력 뿐이다.

▲ 히딩크 감독은 2년 동안 한국 축구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독일의 우승을 이끈 요하임 뢰프는 1994년부터 프로 감독을 맡아, 2006년부터 10년 넘게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 중인 베테랑 지도자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이룬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1950년생)도 당시 60대 노장이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낸 아르헨티나(알레한드로 사베야, 1954년생), 네덜란드(루이스 판할, 1951년생), 브라질(루이스 필리피 스콜라리, 1948년생) 모두 각 나라를 대표하는 노장을 선장으로 내세웠다. 

유럽 프로축구 리그에서 최근 20~30대의 젊고 혁신적인 감독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들은 ▲ 무명 선수 출신으로 ▲ 어린 나이에 지도자 공부를 시작했으며 ▲ 낮은 단계의 팀부터 실적을 내고 승급하며 성장한 사례다. 즉, 지도자로서 경험치가 풍부한 이들이 내고 있는 성과라는 점이다.

또 하나의 큰 차이는, 대표 팀의 경우 클럽 팀과 달리 훈련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짧은 토너먼트 기간 경기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련한 판단과 승부수가 중요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을 이룬 허정무 감독 역시 한국 지도자 가운데 가장 다채로운 경험을 갖춘 인물이었다.

◆ 월드컵은 한 국가의 역량을 다 쏟아야 하는 ‘베테랑’의 무대다

한국은 2014년 대회에 이어 2018년 대회도 젊은 감독, 떠오르는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신태용 감독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의 지도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실패는 온전히 감독 개인의 몫으로 여겨질 것이다. 감독이 여론의 화살받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종 책임은 협회에 있다. 최선을 다한 결과에 돌을 던질 수 없지만, 예견된 불안요소를 알고도 대처하지 못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가장 큰 책임은 주어진 환경에서 노력한 감독이 아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협회에 있다. 

협회는 월드컵 본선에 성공하면서 2018년에 기대할 수 있는 스폰서십 수익을 보전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대표팀의 흥행성은 크게 떨어졌다. 협회 스폰서십 수익은 꾸준히 감소세다. 티켓파워는 그를 대변하는 지표다. 최근 이란과 최종예선 마지막 홈경기는 본선행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어 6만 이상의 관중이 모였으나, 지난 3월 시리아와 홈 경기에는 3만 352명 밖에 입장하지 않았다. 대표팀 A매치가 평균 4만 이상의 관중을 모으지 못한지 오래다. 내용과 결과 모두 기대와 흥분을 잃었다.

*2015~2017 대한민국 대표 팀 홈경기 관중 현황 
(11경기 평균 35,745명, 이란전 제외시 10경기 25,658명, 서울월드컵경기장  6경기   39,476명, 이란저 제외시 5경기 34,747명)
우즈베키스탄전(1-1 무, 대전, 38,680명), 뉴질랜드전(1-0 승, 서울, 33,514명), 라오스전(8-0 승, 화성, 30,305명), 자메이카전(3-0 승, 서울, 28,105명), 미얀마전(4-0 승, 수원, 24,270명), 레바논전(1-0 승, 안산, 30,532명), 중국전(3-2 승, 서울, 51,238명), 카타르전(3-2 승, 수원, 32,550명), 우즈베키스탄전(2-1 승, 서울, 30,526명), 시리아전(1-0 승, 서울, 30,352명), 이란전(0-0 무, 서울, 63,124명)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협회 입장에서 세계적인 명장을 영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런 가운데 노제호 거스히딩크재단 사무총장의 입을 통해 히딩크(71) 감독의 '한국 대표 팀 감독 부임 의사'가 전해졌다. 히딩크 감독 본인의 직접적인 의사 표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노 사무총장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협회 차원에서 최소한 논의의 대상은 되어야 한다. 

협회는 히딩크 감독의 부임 의사 표명에 ‘사실무근’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가능성은 제로"라고 단정했다. ‘신태용 감독 흔들기’라는 시선도 있다. 힘겹게 본선 진출 미션을 달성한 신 감독 입장에선 불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상적인 흐름은 아니다. 다만,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 팀과 일하고 싶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민하는 것은 손해볼 일은 아니다.

히딩크 감독은 이미 축구 감독으로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누렸다. 금전적 측면에서도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을 만큼 벌었다. 노 사무총장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 팀 감독직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최근 한국 축구의 위기가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그 진의가 사실이라면 히딩크 감독과 열린 자세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토론할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이 오는 것은, 감독 한 명이 아니라 본인의 스태프와 시스템이 함께 오는 것이다. 2002년에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에 이식한 것 중 가장 중요했던 것이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 새로 들여야 할 투자금이 적지 않지만,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실패가 가져다 줄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고민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축구협회 후원사 현황 및 7년간 당기순이익(손실) 현황
2006년 14개→ 2015년 11개→ 2017년 9개
현재 후원사: KEB하나은행,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롯데주류, 교보생명, 아시아나항공, 코카콜라, 서울우유
KFA 결산: 2010년 105억 9,200만원(이익), 2011년 50억3,200만원(이익), 2012년 -39억 3,700만원(손실), 2013년 19억 7,100만원(이익), 2014년 11억 2,000만원(이익), 2015년 -11억 1,500만원(손실),  2016년 -34억 1,200만원(손실) 


▲ 히딩크 감독의 복귀는 식어버린 한국민의 축구열기를 되살릴 수 있는 기회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활용도 높은 히딩크 감독 #러시아경험 #소방수경험 #월드컵경험

한국 축구는 히딩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히딩크 자신의 경력도 그렇다. 히딩크 감독은 경력의 최대 위기에 처한 순간 부임한 한국에서의 성공으로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그 뒤로도 성공을 지속했다. 히딩크 감독은 제1호 명예한국인이 됐다. 2002년 법무부에서 4강 신화의 공로로 명예국민증을 수여했다. 그 자신도 한국을 제2의 고국으로 생각하고 있다. 4강 신화 이후에도 꾸준히 한국을 찾아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현 시점에서 국민적 기대를 되살릴 수 있는 상징적인 존재다. 지도자로서의 역량도 입증된 인물이다. 더불어 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에서 대표팀(2006~2010)과 클럽팀(안지마하치칼라, 2012~2013) 감독으로 6년 간 생활했다. 러시아 사정을 잘 알고, 러시아 내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유럽 축구계에서도 실력자다.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기 외적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대표팀은 전지훈련 과정부터 선수단 체력 관리, 현지 적응 등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히딩크 감독과 함께 러시아에 간다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현 체제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당장 10월 6일 A매치 데이 기간 러시아 대표팀과 원정 평가전도 히딩크 감독의 도움으로 성사됐다. 현지 상황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다.

히딩크 감독에게 소방수 역할은 낯설지 않다.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러시아 대표팀 감독 시절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두 번이나 첼시의 임시 감독으로 부임했다. 2009년 2월 첼시 감독으로 부임해 2008-09시즌 3개월 간 22경기에서 16승 5무 1패를 기록하며 첼시에 FA컵 우승을 안겼다.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전문가이기도 하다. 1998년(네덜란드 4강)과 2002년(한국 4강), 2006년(호주 16강) 등 세 번의 본선 대회에서 성과를 냈다. 네덜란드 클럽 PSV에인트호번 시절의 유러피언컵 우승을 포함한 트레블 달성 등 지도자로 이룬 성과를 일일히 열거할 필요가 없는 세계적인 명장이다. 레알마드리드 감독 이력도 갖고 있는 '스타 감독'이다.  

▲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 대표팀을 유로2008 4강으로 이끌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히딩크가 굳이 왜? 한국 축구의 부활·감독 경력 유종의 미

히딩크 감독에게 실패의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 다시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 지휘봉을 잡았으나 10경기 동안 4승 1무 5패를 기록하며 중도 하차했다. 2015-16시즌 주제 무리뉴 감독의 첼시가 강등권까지 추락한 상황에 부임해 10위로 끌어올렸으나 기대만큼의 성적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히딩크 감독도 감독 경력의 마지막 시기에 2018년 러시아월드컵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우선순위는 돈이 아니다. 200억 이상의 연봉을 제시한 중국 대표팀의 제안을 거절했다. 히딩크 감독은 봉사를 말하지만, 실리적인 판단 없이 달려들지 않는다.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 클럽 안지 감독 시절,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위업을 이룬 홍명보 감독을 '연수' 코치로 썼다. 당시 홍 감독이 지도자 경험을 더 쌓고 싶어했고, 팀에 합류해 근거리에서 배우고 싶다는 부탁들 받아들인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감독직 제안을 받았을 때 히딩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성적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니 무조건 2015년 호주아시안컵까지 임기를 보장 받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준다면 맡아라”라고 조언했었다. 그 정도로 한국축구에 깊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왔다. 홍 감독은 히딩크 감독의 조언에 따라 계약 조건을 설정했지만 여론에 떠밀려 스스로 물러났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 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축구의 상황, 한국 선수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여전히 유럽 축구의 중심에서 활동했고, 특히 영국 스포츠 채널 스카이스포츠 등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주요 국제 축구 경기 해설위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손흥민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의 기량에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손흥민 활용법이라는 숙제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도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노제호 사무총장의 전언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지금 한국 선수들의 자원이 2002년 4강 멤버보다 훨씬 좋다. 이 선수들과 함께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홍 감독에게 제안한 것처럼 리스크를 온전히 감당하지는 않았다. 본선 진출 여부가 경각에 달린 시점에 달려들지 않은 이유다. 본선에 간다면 만들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 히딩크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와 밀접하고, 한국인 유럽파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과 손흥민 활용법을 찾을 수도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히딩크 감독이 온다고 신태용 감독을 '토사구팽'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명분이다. 히딩크 감독 역시 신 감독의 자리를 밀어내거나, 복귀 반대 여론이 있는 상황 속에 돌아올 생각은 없다. 한국 국민들이 자신이 돌아와 힘을 보태주기를 바란다는 전제조건 아래 타진한 일이다. 

노 사무총장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에게 월드컵 본선 확정 후 사령탑 교체를 계획 중인 여러 팀들의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협회와 히딩크 감독 간에 논의를 할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차피 길게 끌고갈 일이 아니라면 협회와 히딩크 감독이 직접 서로의 생각을 확인해보는 것이 시간낭비는 아닐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온다고 신태용 감독의 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본래 신태용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의 코치로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었다. 올림픽과 U-20 월드컵을 치르는 과정에서 자리를 비웠고,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면서 감독 자리를 맡게 됐다. 앞선 두 대회와 마찬가지로 중도 부임한 신 감독에게, 월드컵 본선 도전은 부담과 위험이 작지 않다. 

신 감독에겐 오히려 히딩크 감독과 함께 러시아로 가는 것이 지도자 경력에 경험이자, 자산이 될 수 있다. 성공한 지도자들은 상당수가 명장의 코치로 일하며 곁에서 그 노하우를 배우며 성장한다. 신 감독에게 보장된 대표 팀 감독 임기를 협회가 차기 대회인 2022년 카타르 월드컵으로 연장해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은 기존 계약의 권리가 있는 신 감독의 동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  

▲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에서 6년을 지냈다. 개최국 러시아 내 영향력도 막강한 인물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히딩크 감독이 정말 오겠다면, 만나는 봐야 한다

한국 대표 팀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임시 감독을 포함, 15년 동안 11번의 감독 교체를 겪었다. 허정무 감독이 2007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꾸준히 임기를 보장 받았고, 그 이후 조광래, 최강희 홍명보 감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족적을 남기기 어려운 제한된 시간 동안 일했다. 빈번한 감독 교체 과정에 유산이 남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면 한국 축구는 2002년 4강 신화가 남긴 유산을 통해 10년 가까이 국제 무대에서 선전했다. 이제 그 유산은 거의 다 흐려졌다.

대표 팀에는 검증된 리더십과 국제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다. 월드컵은 시험대가 아니다. 연이은 두 대회의 실패, 장장 8년의 실망은 축구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협회는 앞으로 남은 9개월 간 월드컵 본선을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한다. 히딩크 감독이 돌아온다면 지난 유산을 복원하고, 다시 전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축구가 역대 가장 큰 위기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히딩크 감독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협회는 “그런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가 아니라 “그런 이야기가 있다면 만나보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무조건 히딩크 감독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분명한 것은, 한국 대표 팀이 월드컵에서 최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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