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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의 라인투라인]고베의 캡틴, 대한민국 MF 정우영을 만나다

작성일: 2015.07.24 10:28 SPOTV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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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륭 해설위원] 평소 J리그를 잘 챙겨보지 않는다. ACL에 출전하는 가시와 레이솔, 감바 오사카 등 리그 상위권팀들의 팀 뉴스와 하이라이트를 가끔 보는 정도다. 그런데 올해 초, J리그 중위권 클럽인 빗셀 고베에서 한국인 주장을 선임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1989년생 미드필더 정우영. 지난 해 12, 아시안컵을 앞두고 A대표팀이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 이 선수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졌다. 비록 연초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 고베의 핵심선수로 활약했고 지난 달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경기에 이어 최근 발표된 동아시아컵 A대표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고베에 새롭게 부임한 넬싱요(전 가시와 레이솔) 감독은 정우영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J리그 5년차, 빗셀 고베에서의 두 번째 시즌 만에 정우영은 팀의 '캡틴'이 됐다. 지난 2000, 가시와 레이솔에서 활약한 홍명보에 이어 15 년만에, 그리고 빗셀 고베 클럽 역사상 외국인 캡틴은 정우영이 처음이다.

일본에서 직접 생활한 경험은 없지만 한국선수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일본팀들을 종종 경험했다. 그리고 직간접적인 정보를 통해 일본 클럽에서 한국선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국축구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곳에서 한국인 캡틴이라니. 이것만으로 축구선수 정우영을 만나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 시작: J 리그 직관‘ , 정우영은 참 크게 느껴졌다

사전 연락을 통해 정우영 선수와 지난 17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그에 앞서 정우영 선수는 15일 열린 'J리그 2nd Stage(J리그는 올시즌 전기.후기리그 진행)' 쇼난 벨마레를 상대로 한 홈경기에 나를 초대해줬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지만 무작정 지하철을 타고 빗셀 고베의 홈 경기장인 노에비어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역사 곳곳에서 빗셀 고베의 포스터가 눈에 띄었고 지하철 내에 빗셀의 자주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많아 어렵지 않게 이동할수 있었다. 사실 경기력보다 궁금했던 것은 경기장 분위기였다. 태풍 때문에 날씨도 썩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중위권 팀을 상대하는 평일 경기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정우영 선수가 보내준 지도를 따라 티켓을 수령했다. 생각보다 많은 팬들이 정우영 선수의 16번 마킹이 찍힌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경기장에 입장한 뒤 받은 첫 느낌은 활발함차분함의 공존이었다. 바로 옆자리에 빗셀 고베의 베테랑 공격수 마르퀴뇨스의 가족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브라질 출신답게 모두 경기상황에 따라 리액션이 컸다. 그중 마르퀴뇨스의 에이전트는 90분내내 해설하듯이 말을 멈추지 않았는데 옆에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은 날씨에도 8,000여 명의 관중이 입장했고 홈 팬들의 서포팅은 활발했다. 경기는 빗셀 고베가 주도했고 멋진 중거리 슛에 의한 선제골이 있었지만 동이후 쇼난 벨마레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라운드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는데 이것 때문인지 기대했던 J리그 특유의 세밀한 플레이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적인 부분에서 투박한 경기 내용이었다. 빗셀의 노에비어 스타디움은 잔디 관리가 유독 어려운 돔 구장이다. 이날도 지붕의 1/3 정도는 닫혀있었는데 한번 돔 뚜껑을 열고 닫을 때 마다 1,600만원의 전기료가 발생한다고 한다. 경기는 다소 투박했지만 정우영 선수만은 유독 크게 느껴졌다. 백포 라인 바로 위에 위치하며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기를 소화했는데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고 무엇보다 여유가 느껴졌다. 축구 경기를 현장에서 볼 때나 실전에서 어떤 상대를 마주할 때, 그 대상이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는 그 선수가 경기장에 끼치는 영향력 때문인데 빗셀 고베의 캡틴, 정우영은 분명 그랬다.


# 인터뷰: 축구선수는 선수가 될 그 운명을 타고 난다

정우영 선수와 저녁 약속이 있던 17, 고베에는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한 태풍이 본격적으로 상륙했다. 고베의 중심지인 산노미야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팀 스케줄을 마친 정우영 선수가 연락이 왔다.

태풍 때문에 도로가 통제되서 차를 놓고 지하철로 이동할게요. 조금 늦을것 같아요.”

주말 경기를 앞둔 선수에게 피곤함이 될것 같아 무리하지 말고 다음에 만나자고 했지만 기어코 그는 태풍을 뚫고 산노미야에 왔다. 첫 만남에 사실 조금 놀랐다. 경기장에서는 매우 크게 느껴졌는데 가까이서 본 정우영 선수는 경기장에서 만큼 크고 거대하지 않았다(정우영 선수의 키는 186cm). 물론 큰 키지만 균형도 잘 잘 잡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미드필더로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잘 빠진 체형이였다. 그렇게 우리는 정우영 선수의 단골집인 고베 비프 전문점으로 향했다. 세계 곳곳의 육류 요리를 먹어봤지만 적당히 얇은 소고기를 동그란 솥에 구워먹는 고베 비프는 정말 맛있었다. 열심히 고베 비프를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태륭: 시즌 초, 새롭게 부임한 넬싱요 감독이 주장을 제의했을 때 망설임이나 걱정은 없었는지?

우영: 외국인이다 보니 처음에는 다소 망설였고 그런 제의에 놀라기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까짓거 하라는데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점점 마음이 바뀌게 되더라구요. 결정적인 것은 제의를 듣고 넬싱요 감독에게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겠다라고 말했는데 본인은 이미 결정했다며 사실성 저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어요.

태륭: J리그에서 한국인 주장은 과거 홍명보 선수 이후 처음이다. 빗셀 역사에서 외국인 주장은 처음 있는 일인데 넬싱요 감독이 정우영 선수에게 호감이 있었나보다?

우영: 외국 감독이다 보니 모든 선수를 같은 입장에서 보는것 같아요. 가시와 감독 시절부터 저를 지켜봐서 잘 알고 있다고 했어요. 일본 생활 5년차라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부분도 적용을 한것 같아요. 

태륭: 올시즌 리그 전반기가 끝나고 후반기가 막 시작됐다. 주장을 수행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우영: 지금은 사실 크게 어려운 점은 없어요. 제 성격상 나서서 이야기하거나 이런 부분이 첨음에는 어려웠는데 하다보니 그것도 적응되더라구요. 무엇보다 팀원들에게 고맙죠. 선수들도 잘 따라주고 무엇보다 제가 외국인임에도 잘 따라주는 것이 특히 고맙죠. 

태륭: 타고난 리더의 기질이 있는것 같다. 학창시절이나 과거에 주장 해본적 없는지?

우영: 처음입니다. 축구하면서 단 한번도 주장을 해본 경험이 없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더욱 부담을 느꼈죠. 주장이 된 후로는 플레이에도 더 신경이 많이 쓰이죠. 무엇보다 경기장에서 퍼포먼스가 좋아야 선수들이 믿고 따라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최고의 리더십일 것이고백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훈련할 때도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경기에서 지고 있거나 어려운 상황일 때 나만큼은 더 평정심을 찾자라고 주문을 해요. 하다보니 그렇게 되는것 같더라구요.

태륭: 좋아하는, 혹은 롤모델로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면?

우영: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들, 특히 부스케츠를 좋아해요. 저는 유럽리그의 빅매치는 거의 다 챙겨보는데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바르셀로나 경기를 조금 덜 보고 있어요. 이유는 너무 잘해서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 세계에서 저렇게 플레이하는 팀은 바르셀로나가 유일하니까 요즘은 다양하게, 현실적인 플레이를 하는 팀들의 경기를 주로 보고 있어요형이 한 명 지목해주세요. 제가 참고하면 도움이 될 제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 중에서요.


태륭: 음 글쎄, 사우스햄튼에서 이번에 맨유로 이적한 슈나이데를랭 어떨까? 클럽과 대표팀에서 스타일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괜찮을것 같기도 한데?

우영: (하하)EPL 시즌 개막하면 주위 깊게 볼게요. 

태륭: 그런데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영: 고등학교(울산 학성고) 때까지는 공격형 미드필더였어요. 대학교(경희대) 진학 이후에 조금씩 몸에 힘도 붙고 밸런스도 잡히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향했어요. 공격형 미드필더 시절에는 스피드에서 부족함을 느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의 포지션으로 변경한 것은 좋은 선택이였던것 같아요.

(학창시절 공격형 미드필더 였다가 20살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하여 성공적인 사례를 남긴 경우가 종종 있다. 국가대표 미드필더 한국영(25.카타르SC)도 학창시절에는 볼을 예쁘게 차는 미드필더로 불렸다. 2014 아시안게임 대표였던 김영욱(24.전남)도 전남 유스 시절에는 비슷한 스타일이였지만 현재는 투쟁력 넘치는 스타일로 탈바꿈했다.)

태륭: 선수로서 여러 장점이 있지만, 경기 중에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피는 능력이 유난히 뛰어난것 같다. 항상 헤드업이 되어 있어 늘 경기에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결국 그것이 간결한 볼터치를 할수 있는 원동력으로 보이는데 특별히 이 부분에 대해 그동안 노력한 것인지?

우영: 그건 언제부터 딱히 그랬다기보다는 항상 주위를 보는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서 꾸준히 신경 쓰고 있어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아도 주위 한 번 더 살필 수 있는 선수의 플레이가 훨씬 매끄럽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볼을 받기 전에 최대한 전방을 많이 살피려고 하는데 여전히 쉽지는 않아요.

태륭: 대학에서 바로 J리그로 온 것이니 프로 분위기 등 생소한 것이 많았을텐데, 문화적인 차이에서 겪은 어려움이 특히 많았을것 같은데?

우영: 고생 많이 했죠. 처음 2~3년은 정말 어려웠어요. 그런데 그 시기가 지나고 적응하니까 참 편안해졌어요. 지금 고베에서의 만족도는 매우 높아요. 문화적인 차이는 일본 생활 초창기에 많이 느꼈어요. 본 훈련을 마치고 별도로 슈팅 훈련을 하고 싶다고 코치에게 말했는데, 코치가 흔쾌히 도움을 준다고 했어요. ‘슈팅 지켜보면서 조언 몇마디 해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공을 나란히 세워놓고 골대에 콘을 세우며 훈련 세팅을 직접 다 해주더라구요. 그리고 슈팅을 10개 정도 연이어서 때렸는데 갑자기 코치가 뛰면서 공을 다 줍더라구요. 당황해서 공은 내가 주워오겠다고 했더니 코치는 공 주워오는 것은 나의 몫이니 우영, 너는 회복하면서 스트레칭하고 있어라라고 했어요. 지도자와 선수가 평등한 관계이기에 가능한 일이죠22일이 넬싱요 감독님 생일이었는데 제가 케이크를 얼굴에 발랐어요. 그랬더니 감독님은 내 얼굴에 케이크를 묻힌 놈은 네가 처음이야라고 하셨죠. 그만큼 우리 팀 분위기는 좋아요. 

태륭: 요즘 중동이랑 중국이 장난 아닌데, 제의는 없었는지? 앞으로 선수로서의 목표는?

우영: 사실 중동 쪽에서 제의는 여러번 받았어요. 하지만 저는 유럽으로 가고 싶어요. 중동은 조금 더 나중에 더 좋은 기회가 올거라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 분데스리가에 가고 싶어요. 스타일도 잘 맞을것 같고요. 갈 수 있다면 더 노력해서 더 큰 무대에 도전해야죠. 사실 누구보다 K리그에서 뛰고 싶죠. 내 사람들도 다 한국에 있고 K리그가 지금보다 활성화되고 인기도 많아진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대부분 클럽의 분위기가 그리 좋진 않은 것 같더라고요. 선수단 규모도 과거에 비해 축소되다 보니 자연스레 방출되는 선수들도 많아지고. 저는 참 운도 좋고 복 받은 거죠.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해야해요. 친구들 몫까지. 사실 2012 런던 올림픽 때도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했었어요. 너무 실망해서 무작정 한국으로 들어와 2~3일간 만날 사람 다 만나고 계속 바쁘게 지냈는데 갑자기 밤에 김태영 코치님이 전화가 오는거에요. ‘이 시간에 왜 전화를 하신걸까?’ 조금은 씁슬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국영이가 다쳐서 어려울 것 같다. 내일 당장 영국으로 넘어와라라고 하셨죠. 정신이 번쩍 들면서 그 다음날 짐도 거의 못 챙긴 상태로 영국으로 날아갔어요. 대표팀 유니폼도 준비 안된 상태였는데 말이죠. 아, 유니폼은 다행히 이틀 후에 도착했어요. 잘 입고 브라질과의 준결승 정신없이 수비만 하다가 나왔죠. 돌아보니 올림픽 기간 동안 내내 정신이 없었네요. 

태륭: 지난 월드컵 예선 첫 소집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제는 A매치 2경기 출전의 기록을 갖게 된 국가대표선수다.

우영: 제가 8912월 생이에요. 25, 이제 곧 26세가 되는데 유럽 진출을 위해서 적은 나이도 아니고 많은 나이도 아니에요. 조급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여유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올 시즌은 팀에서 주장도 맡고 국가대표에서 선발되었기에 특별한 시즌이에요. 하지만 이제부터, 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대표팀에서도 인정을 받아 꾸준히 선발될 수 있도록 노력할겁니다. 형이 축구선수는 선수가 될 그 운명을 타고 나는 것 같다라고 했잖아요. 사실 저도 종교는 없지만 운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믿는 편이에요. 제 운명이라면 책임지고 더 잘해야죠. 

# 정리: 궁금증이 해결되다

끝이 없는 축구 이야기는 밤 늦게 까지 이어졌다. 다음 날 팀 일정이 있기에 이야기의 끝은 다음 기회로 넘겨야 했다. 세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며 축구선수 정우영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해소됐다. 그가 왜 J 리그 클럽의 주장이 되었는지. 그리고 왜 실제 체격보다 경기장에서 훨씬 더 크게 보이는 것인지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만나는 내내 정우영 선수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줬다. 그리고 질문을 하면 한 번 생각을 하고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타고난 리더가 아닐수 있다. 하지만 축구선수 정우영이 현재 빗셀 고베의 첫 한국인 주장이자 훌륭한 리더의 품격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사진] 정우영 ⓒ SPOTV NEWS, 김태륭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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