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뿌리를 찾아서④-고종 황제가 관람한 비원(秘苑) 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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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2019년 역사적인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서울)를 앞두고 익산시를 비롯한 전라북도 일원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체전이 지난 18일 막을 내렸다. 1920년 7월 창립한 조선체육회(오늘날 대한체육회)는 그해 가을 전국체전의 기산점이 되는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를 개최해 100여년 뒤 후손들이 프로 야구와 축구 월드컵에 열광하고 조기 축구와 직장 야구, 3-3 농구, 주말 골프를 즐기는 스포츠 환경의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 스포츠 ‘선사 시대’에 선각자들은 이 땅에 스포츠를 도입하기 위해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활동을 했을까. <편집자 주>
영어학교 교사 허치슨은 개화기 우리나라 체육 발전에 공이 매우 큰 인물로 1897년 2월 영어학교 장원생(수석 학생)인 윤기익을 불러 탁지부(재무부)에서 지급된 학생들의 식비 예산 가운데 일부를 떼어 주고 "이 돈으로 운동장을 확장하고 운동기구를 구입하라"고 지시해 영어학교의 체육 환경을 개선했다. 정부는 이 나라 체육 발전에 이바지한 허치슨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고 1899년 그에게 종2품 금장을 내렸다.
1898년 5월 훈련원에서 관립 외국어학교 6개 분교의 연합 대운동회가 열렸다. 이 연합 대운동회를 당시의 신문은 "내빈석에는 외국 신사 숙녀 귀빈들이 다수 참석했으며 전국의 남녀노소 수만 명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어 운동회는 큰 장관을 이뤘다. 이날 각 학교 선수들은 서로 다른 색깔 띠를 둘러 소속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운동회는 제대로 틀을 잡고 발전했다.
경기 종목과 성적은 다음과 같다. #각 종목 우승자 *300보 경주=송경선(청년부), 김민희(소년부) *600보 경주=송경선 *1350보 경주=이유관 *내빈 300보 경주=윌니스(영국 공사관 서기관) *공던지기=윤호(240보 가량) *대포알 던지기(포환던지기)=이종설(25척9치) *멀리뛰기=곽한성(14척6치) *높이뛰기=윤태길(4척6치) *2인3각 달리기=김민희 박한성 *당나귀 달리기(20마리 참가)=이한구 *줄다리기(12인조)=윤규익 조
4회에서 설명한 대로 보(步)는 야드로 추정된다.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고종이 황제로 즉위한 뒤인 1907년 10월 26일 학부(교육부) 주최 한성 관·사립학교 추계 운동회와 1908년 5월 학부 주최 특별 비원 운동회에는 고종 황제 부처가 참석해 참가 학생들을 격려하고 손수 상을 내리는 등 국민들의 체육 진흥에 특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당시 신문은 특별 비원 운동회를 다음과 같이 썼다.
"지난 5월 13일 서울 관·사립학교 연합 대운동회에서 선발된 선수들이 참가한 이 특별 비원 운동회는 21일 창덕궁 비원 안 광장에서 열렸다. 오전 9시에 선수 440명(여학생 129명), 직원 70명, 임원 40명이 입장했다.
오전 11시가 되자 황제, 황후 양 폐하는 여러 대신, 궁내 대신, 여관(女官) 등이 따르는 가운데 춘당대에 오셔서 무관학교 생도들의 기계체조를 관람하신 뒤 운동장 서편에 마련된 천막 안 옥좌에 앉으셔서 운동회를 관람하셨다.
휴식 시간이 되자 황제 폐하께서는 “각 학교 교장과 궁내 관리들이 깃발 빼앗기 경쟁을 해 보라”고 말씀하셔서 젊은이와 나이든 관리들이 섞여 3차례에 걸쳐 경기를 펼쳤다. 점심시간이 되자 황제 폐하는 직원, 학생, 관람자 모두에게 점심 식사를 내리셨다.
양 폐하께서는 예정된 경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 관람하시고 오후 6시에 상품을 내리셨다. 황후 폐하께서는 여성들을 깨우치기 위해 관립 한성고등여학교의 설립을 학부 대신 이재곤에게 명하셨다.
황제 폐하께서는 '짐이 오늘 이 운동회를 지켜본 것은 교육 장려를 위해서이다. 오늘의 운동회는 만족하는 바이며 앞으로 더욱 배움에 힘쓰라'는 말씀을 내리셨다."
고종 황제는 이 운동회의 상품으로 은시계 10개, 연필 400타, 우산 20개, 황모필 600자루, 먹 300개, 수첩 600권, 가죽 가방 20개를 하사했다.
운동회 순서 및 입상자 명단
◆대회 순서
1.전체 집합 정열 2.분대 행진 3.전체 체조 4.남학생 예선 도보 경주 5.여학생 예선 조화경주 6.남학생 3·4대 송구 경주 7.여학생 3·4대 공취하기 경주 8.여학생 행진 9.남학생 1·2대 기마 송구 경주 10.남학생 4대 2인3각 경주 11.여학생 1·2대 자매 송구 경주 12.남학생 송구 선수 결승 도보 경주 13.여학생 선발 선수 조화경주 14.남학생 철자 경주 15.여학생 깃발세우기 경주 16.전체 집합 정열
◆우승자 명단
*관립학교=강명중(공업전습회) *사립학교=이홍주(청년학원) *관립보통학교=최관현(매동) *사립보통학교=손용규(보성) *여학교=정소군(진명의숙)
◆상품
*1등=은시계 1개, 우산 1개, 가죽 가방 1개 *2등=은시계 1개, 우산 1개 *3등=우산 1개, 가죽 가방 1개, 수첩 4권
1905년 을사늑약으로 우리나라를 지배한 일제는 1907년 한일신협약에 따라 사법권마저 빼앗고 이어 언론 탄압을 위해 신문지법을 마련했으며 집회, 결사를 금지하는 보안법까지 만드는 등 자유를 하나씩 묶어 나갔다.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일제에 조선의 젊은 학생들이 운동회에 모여 애국심을 고취하고 군사훈련 시범까지 펼치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대한제국 정부가 힘을 기울이고 발전을 거듭하던 학부 주최 서울 관·사립학교 연합 운동회는 1909년 4월 30일 대회를 마지막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일제는 그해 12월 27일 자로 학부의 재정난을 핑계로 각 지방 관·공립은 물론 사립학교에 훈령을 보내 다음 해 연합 운동회를 폐지하도록 지시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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