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들을 친절하게 맞아주는 김진야 ⓒ유현태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학생 시절의 기억 때문일까. 3월은 늘 '새 출발'을 떠오르게 한다. 축구 기자가 되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 2019년 3월 어김없이 K리그가 시작했다.

긴 겨울을 끝내는 개막전을 관중석에서 맞았다. 2일 '숭의 아레나'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티이드의 하나원큐 K리그 2019 1라운드가 열렸다. 

관중석에서 보는 축구는 고작 수십 인치 '텔레비전 속'의 축구와 사뭇 다르다. 탁 트인 경기장이 주는 시야부터 시원하다. 옆에서 함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고, 경기장에서 소리치는 선수들의 목소리도 들리니 이게 현장감인가 싶다. 공기를 뿌옇게 채운 미세먼지만 없으면 좋으련만.

가장 특별한 순간은 역시 '축구의 꽃'이 나올 때다. 전반 35분 제주 이창민의 중거리 슛이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망을 흔든다. 골 궤적도 중계 화면과 다르다. 마치 골대 뒤에 다른 공간이 있는 것처럼 어딘가 어색한 느낌을 준다. 숭의 아레나의 4면이 모두 관중으로 가득 찼건만 묘한 침묵이 감돈다. 그래, 이런 분위기가 축구장에서 느끼는 특별한 맛이다

인천은 후반에도 이창민의 여러 차례 슈팅을 넘긴 뒤 천신만고 끝에 한 골을 만회한다. 후반 15분 무고사의 페널티킥 동점 골이 터지자 실점의 '적막감'에 대비되는 '열광'에 빠진다. 사실 페널티킥을 차기 전부터 관중들은 이미 환호할 준비를 마쳤다. 역시 홈 팀의 골은 경기장을 들끓게 하는 법이다. 오픈플레이에서 골이 나면 짜릿하게 소름이 돋곤 하는데 이번 경기엔 페널티킥 골 뿐이다. 그래도 괜찮다. 다음에 또 오면 되니까.

텔레비전으로 축구를 보는 것과 축구장에서 축구를 즐기는 건 꽤 다르다. K리그가 좋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유럽 축구도, 대표팀 축구도 좋지만 K리그만의 매력이 있다. 항상 내 옆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 우리가 경기장에서 축구를 '매일' 즐길 수 있는 곳은 K리그밖에 없다.

오랜만에 관중석으로 내려오니 '기자석'에서 보던 것과 다른 풍경이 보인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선수들도 인사를 마쳤는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김진야가 동쪽 스탠드로 온다. 김진야는 팬들의 사인 요청, 사진 촬영 요청에 친절히 응한다. 숭의 아레나가 유난히 피치와 관중석이 가까운 덕분이다. 반대편을 보니 김정호, 김동민도 팬들을 챙기고 있다. 이날 숭의 아레나엔 18541명이 모였다.

▲ 기자석에서 바라본 서울 팬들. ⓒ유현태 기자

그 다음엔 '기자'로 나설 차례다. 3일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9년 첫 K리그 취재에 나선다. 

"잊지 말자 2018, 함께 뛰자 2019" 서울월드컵경기장 북측 관중석 앞에 걸개가 하나 걸렸다. 잠시 부진했다고 한들 '내 팀'의 선전을 바라는 마음은 그대로다. 경기 시작 전부터 서울 서포터 '수호신'이 경기장 안팎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지난해 평균 관중을 훌쩍 넘긴 15525명의 팬들이 모였다. 서울도 포항에 2-0 깔끔한 승리로 응답했다.

'기자석의 K리그'는 '관중석의 K리그'와 조금 다르다. 경기 시작 1시간 전쯤 경기장에 도착하면 감독들의 사전 인터뷰가 진행된다. 최용수 감독은 여전히 걸쭉하고 재치있는 입담을 자랑한다.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 내용과 관중석 분위기를 살핀다. 종료 휘슬이 울리면 경기 뒤 기자회견도 챙겨야 한다. 믹스트존에서 경기에서 직접 뛴 선수들의 목소리를 듣고서 취재를 마감한다. 후속 기사도 쓰고 나면 비로소 '기자의 K리그 1라운드'도 종료된다.

역시나 그리웠던 현장 취재다. 겨울 동안 쉼 없이 이어지는 유럽 축구 기사를 써야했지만, 현장 취재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경기장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묻고 듣고 그것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K리그도 이렇게 축구를 열심히 하고 또 치열하게 살아간다. 내가 사랑하는 것을,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아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고의 것만 즐길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팬들로 북적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언제나처럼 2019년에도 K리그가 시작됐다. 2019시즌 1라운드 6경기 총 유료관중 79,355명, 경기당 평균 유료관중 13,226명이 입장했다. 지난해 개막전에 비하면 무려 44.7%나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경기 내용도 기대를 충족시킬 만큼 충실했다. 괜스레 뿌듯해지는 2019시즌 K리그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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