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원과 슬라이더, 그 속에 담긴 절실한 마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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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더를 섞기는 했지만 비율에 비해 의존도는 매우 낮았다. 그저 보여 주는 구종으로만 사용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올 시즌은 다르다. 슬라이더를 승부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박상원의 스플리터를 머릿속에 집어 넣고 있었던 타자들에게 슬라이더 승부구는 혼란을 주는 힘이 있다.
박상원에게 슬라이더는 스플리터에 근접한 제3의 무기가 됐다. 그 이면엔 절실한 마음이 담겨 있다.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되기 위한 보이지 않은 노력들이 더해진 결과다.
박상원에게 슬라이더를 전수해 준 스승은 비야누에바다. 2017시즌 한화에서 뛰었던 비야누에바는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험을 지닌 베테랑이었다. 그는 스플리터 외엔 이렇다 할 무기가 없었던 박상원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는 방법을 알려 줬다.
이후 박상원은 슬라이더를 익히기 위해 많은 힘을 쏟았다. 그립이 헷갈리고 맘처럼 슬라이더가 꺾이지 않을 땐 비야누에바에게 조언을 요청했다.
비야누에바가 한국을 떠난 뒤에도 교습은 이어졌다. 박상원은 SNS를 통해 비야누에바에게 그립과 공의 궤적 등을 영상으로 보내 자문했다. 그때마다 비야누에바는 자신의 노하우를 최대한 힘을 다해 박상원에게 전해 줬다.
박상원이 얼마나 절실하게 슬라이더에 매달리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시즌 잠시 지나치고 간 외국인 투수였지만 박상원이 보내는 질문에는 정성을 다해 답해 줬다. 박상원이 지니고 있는 절실한 마음의 크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상원의 절실한 마음이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 투수에게도 전달이 됐다는 걸 알 수 있다.
비야누에바뿐이 아니다. 슬라이더가 주 무기인 후배 김성훈에게도 슬라이더 그립 등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었다. 선배 송은범에게 매달리기도 했다.
박상원은 "송은범 선배가 투심 패스트볼로 재기에 성공하긴 했지만 슬라이더가 있었기 때문에 투심도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배우기 위해 송은범 선배에게 많은 것을 물었다. 후배 성훈이에게도 슬라이더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박상원은 지난 겨울에도 슬라이더 익히기에 온 힘을 다했다. 비 활동 기간으로 팀 훈련을 할 수 없는 시기. 박상원은 개인이 운영하는 야구 훈련장을 찾아 투구를 하며 슬라이더를 익혔다.
많은 투수들이 비 활동 기간에는 투구 훈련을 잘 하지 않는다. 시즌 중 무리한 쪽을 보강하며 웨이트트레이닝 등으로 투구 준비를 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박상원은 달랐다. 쉬지 않고 불펜 투구를 이어 갔다. 아직 보여 준 것이 많은 투수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박상원은 지난해 11월 한화의 마무리 캠프에도 참가했다. 지난 시즌 60이닝을 던지며 불펜의 핵심 몫을 해냈던 커리어가 있었지만 마무리 캠프 명단에 포함되기를 자청했다. 슬라이더를 익히는 것이 첫 번째.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마무리 캠프가 끝난 뒤에도 개인 훈련에서 끊임없이 공을 던졌다. 그만큼 절실하게 야구에 매달렸다.
박상원은 "난 아직 확신을 심어 준 투수가 아니다. 슬라이더를 익히기 위해 한 번이라도 더 공을 던지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감독님과 코치님에게도 확신을 심어 줄 필요가 있었다. 언제 어떤 테스트에 오르더라도 내 공을 바로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선 마무리 캠프는 물론이고 스프링캠프 출발부터 100%를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비 활동 기간에도 계속 공을 던지며 감을 익혔다. 나는 이제 출발선을 떠난 선수다. 한 해 반짝했다고 해서 마음을 놓고 있으면 안된다. 언제든 제대로 된 내 공을 던지기 위해 겨울에도 쉬지 않았다. 아직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상원에게 슬라이더는 단순한 구종 추가의 의미가 아니라 생존을 뜻한다. 그가 던지는 슬라이더가 좀 더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박상원은 슬라이더를 통해 풀타임 2년차 시즌까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 2019시즌 성적은 3경기 평균 자책점 제로.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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