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의 대박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제 2의 트로트 전성기를 이끌 차세대 트로트 스타를 탄생시키겠다는 기치로 출발한 '미스트롯'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5.9%의 높은 시청률로 시작, 5회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방송 6회만에 마의 10%를 넘었다. (이하 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전국 기준)
이와 동시에 시청률이 11.2%를 기록, JTBC '효리네 민박'의 10.7%를 넘어 종편 예능 최고 시청률을 썼고, 11일 방송분은 다시 이를 뛰어 넘어 11.9%에 이르렀다. 본방송만이 대박이랴. 재방송은 물론 3방, 4방까지도 4~5%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송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는 중이다. 총 10부로 기획돼 이제 7부가 방송됐을 뿐이라 시청률 신기록은 앞으로도 계속 경신될 전망.
'100억 트롯걸'을 뽑는다는 유례없던 오디션의 놀라운 성공은, 그러나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고개가 끄떡여지는 대목이 상당하다. 얻어걸린 대박이 아닌 이유있는 성공인 셈이다.
▲ TV조선 '미스트롯' 방송화면 캡처
◆K팝과 차별화…트로트의 매력
트로트(trot)는 대개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 대중가요의 한 장르를 일컫는다. 특유의 4박자 리듬, 구수한 꺾기 창법은 트로트를 대표하는 특징으로 받아들여진다. 아이돌 스타가 이끄는 K팝이 한국 대중가요의 대표적 이미지가 됐지만, 꾸준히 폭넓은 팬들에게 사랑받는 전통의 인기 장르이기도 하다. 실시간 차트를 잠시 장악했다 사라지는 최근의 인기곡과는 비할 수 없는 수명을 자랑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유독 방송에서는 한물간 장르 취급을 받았던 트로트가 '미스트롯'을 통해 전면에 부상했다. 방송이 거듭될수록 담백한 트로트의 매력이, 쉽게 듣고 쉽게 익혀 따라부를 수 있는 대중가요의 저력이 점점 드러나는 중. 제작진은 "경제도 미래도 불안한 우울의 시대에서 투박하리만큼 진솔하게 삶을 표현하는 트로트야말로 시청자들을 위로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며 '음악의 힘'을 강조했다.
트로트 오디션을 표방했을 뿐 정통 트로트로 장르를 한정하지 않은 유연성은 '미스트롯'의 신의 한 수로 보인다. '미스트롯'에서는 사실 장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장윤정 이미자 설운도의 히트곡은 물론이고 펄 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이나 쟈니 리의 '뜨거운 안녕', 민혜경의 '보고싶은 얼굴', 정수라의 '환희'도 부를 수 있다.
이는 '미스트롯'이 트로트 장르를 부활시키겠다는 사명감으로 무장한 엄숙한 오디션이 아니라, 함께 보고 즐기는 흥겨운 쇼를 표방한 탓이 크다. 덕분에 '미스트롯'은 다채로운 장르를 '대중가요' 혹은 '성인가요'의 테두리 안에서 선보이며 트로트의 기존 팬과 새로운 시청층이 부담없이 보고 즐기는 가운데 저변을 크게 넓힐 수 있었다. 물론 이 가운데 전통 트로트도 함께 주목받는다. 송가인이 부른 '한 많은 대동강', '용두산 엘레지' 등은 음원발매 요청이 쇄도했을 정도고 방송 이후 화제의 음원들이 계속 출시돼 사랑받고 있다.
▲ TV조선 '미스트롯' 방송화면 캡처
◆중장년부터 반응…절묘한 타깃 공략
그간 방송이 트로트에 관심을 적극적인 관심을 두지 않은 데는 트로트 팬층과 타깃 시청층의 괴리가 영향을 미쳤다. 트로트는 중장년 층을 중심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아왔지만, 지상파나 주요 케이블 채널 등이 주요한 지표로 삼는 2049 시청자들에게는 비주류 장르로 취급된 게 사실. 상대적으로 시청층의 연령이 높은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트로트 오디션에 반응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 TV조선 '미스트롯' 방송화면 캡처
더욱이 그간 아이돌 오디션, 밴드 오디션, 힙합 오디션, 크로스오버 오디션 등 다채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피고 지는 와중에서도 트로트가 다뤄진 적은 없었다. 기존 트로트 가수들의 무대를 소개하던 기존 프로그램과 달리 오디션이란 경쟁구도를 가미하고 예능의 재미가 더해지면서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청층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범람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에 지친 기존 시청층도 반색했다. '미스트롯'이 절묘한 시기, 적절한 판을 깔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한 가요 관계자는 "트로트라는 장르의 폭발력이 '미스트롯'을 통해 드러난 것 같다"며 "출연자는 물론이고 트로트에 대한 관심 자체가 상승해 트로트 가수를 찾는 행사가 부쩍 늘어났다"고 달라진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 장윤정. 제공|TV조선 '미스트롯'
◆예고된 스타탄생…장윤정의 저력
될성부른 재목들은 '미스트롯'의 열풍을 이끈 주역이다. 1만2000명이 넘는 지원자들을 추리고 추려 골라낸 100명의 참가자들은 일단 전에 없던 이력과 시청자 저격 포인트로 방송과 동시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창력은 물론이고 트로트 특유의 농익은 무대 매너, 파격적인 의상과 댄스, '미스트롯'에 임하는 절실함을 가감없이 무대 위에 펼쳐놓으며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스타탄생은 이미 예고된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올하트를 받으며 2차례나 '진'에 선정됐던 전라도 트로트 여신 송가인, 감정이 깊이 실린 트로트로 심금을 울린다는 평을 받으며 예선과 동시에 검색어 1위를 차지했던 홍자는 결승전이나 다름없는 라이벌 매치라는 평가 속에 '미스트롯'의 화제성을 십분 끌어올렸다. '마스터'로 함께 한 장윤정은 물론 지켜보던 시청자들까지 눈물을 쏟게 했던 14년차 가수 김양, 청아한 목소리를 뽐냈던 '트로트 아이유' 최윤영 등 이미 탈락한 화제의 참가자도 상당하다. 아직 경쟁이 진행중이지만, 무명을 견디고 꿈을 키워온 실력파 트로트 가수들이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 자연히 최종 우승자가 누가 될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덩달아 높아진다. 연출자 문경태 PD는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계속된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 참가자 송가인. 제공|TV조선 '미스트롯'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군단과는 다른 '마스터 군단'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출산 3개월만에 '미스트롯' 마스터 석에 앉은 '트로트 여제' 장윤정은 트로트 스타이자 선배 가수로서 '마스터 군단'의 중심을 이끌고 있다. 조영수 작곡가의 날카롭고도 전문적인 지적도 이에 못지 않다. 노사연 이무송 신지 박명수 붐 남우현 승희 등 다채로운 마스터 군단 또한 날카로운 심사위원이자 참가자들의 무대를 보고 즐기는 관객으로서 '미스트롯'만의 흥을 더하고 있다. '미스트롯'의 대세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