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만 전 SK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정철우 기자]SK는 10개 구단 중 선발이 가장 잘 돌아가고 있는 팀이다.

선발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3.28로 두산(2.73)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어느 팀이 더 원활하게 선발이 돌아가고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면 두산보다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는 팀이 SK다.

SK 선발 로테이션엔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잔 부상으로 한 차례씩 거르거나 체력 관리를 위해 빼 줘야 할 선발도 따로 존있지 않다. SK 선발진에 관리가 필요하다면 팔꿈치 수술 이후 2년차를 맞고 있는 김광현 정도다.

임시 선발 없이 원칙과 순리대로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가고 있는 팀은 사실상 SK가 유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염경엽 SK 감독도 이 사실에 동감했다. 21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염 감독은 "선수들이 잘하고 있어 선발 구성에는 큰 부담이 없다. 불펜 투수들까지 성장하며 지금의 성적을 유지하게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한 명의 이름을 언급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로 떠난 힐만 전 감독이다.

염 감독은 "힐만 감독이 소신을 무너트리지 않고 잘 버텨 준 덕에 지금의 5선발이 원활하게 돌아간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와 김광현, 그리고 박종훈과 문승원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지난해부터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힐만 감독이 유혹을 이겨 내고 잘 버텨 준 성과가 올 시즌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눈앞에서 불펜이 흔들리며 몇 경기씩 내주는데 왜 욕심이 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팀의 미래를 생각하고 참았던 것이다. 그 인내가 지금의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이 느꼈을 '유혹'이란 건 불펜을 강화하고 싶은 욕심을 뜻한다.

지난해 SK는 불펜 평균자책점이 5.49나 됐다. 10개팀 중 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불펜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에서 나왔던 이유다. 선발에 여유가 있는 팀이었기에 불펜의 약점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확신이 없는 감독이었다면 선발 자리를 비우더라도 불펜을 강화하려는 욕심을 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끝까지 처음 구상을 밀어붙였다.

선발진을 더 공고히 해야 한다는 팀의 구상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1승보다 SK의 미래를 위해 선발진을 흔들지 않았다. 그 결과로 우승까지 차지했으니 금상첨화였다.

염 감독은 "힐만 감독이라고 왜 욕심이 나지 않았겠는가. 문승원이나 박종훈이나 선발 요원 중에서 불펜을 활용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그 유혹을 참아 냈다. 그렇게 뚝심으로 키워 낸 선발들이 올 시즌 자신의 자리에서 다 제 몫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SK 마운드가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먼 미래를 내다본 프런트의 구상과 이를 받아들이고 견뎌 낸 힐만 감독의 용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지만 불펜이나 수비에선 아쉬움을 노출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팀을 이끌며 우승까지 만들어 낸 힐만 감독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수비와 불펜 문제만이 아니었다. 팀의 먼 미래를 본 뚝심 있는 운영을 했다는 점에서 힐만 감독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 유산이 지금 SK의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SK가 끝까지 이 로테이션을 유지하며 좋은 성적을 낸다면 전임 힐만 감독에 대한 평가도 다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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