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하게 자기 자리를 잡은 문승원(왼쪽)과 박종훈은 더 나은 2020년을 구상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K는 올 시즌 자타공인 최고의 선발 로테이션을 보유하고 있다. 독주 체제의 가장 결정적인 원동력이다. 

SK의 선발진은 9일까지 3.1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단연 리그 1위다. 선발승도 벌써 51승이나 된다. 김광현, 앙헬 산체스, 헨리 소사로 이어지는 위력적인 스리펀치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성적이다. 4·5선발로 나서는 박종훈(28)과 문승원(30)이 선전하고 있기에 가능한 수치라고 봐야 한다. 타 팀 선발 로테이션에 비해 훨씬 더 강한 지점이다.

두 선수는 지난해보다 더 발전했다. 박종훈은 시즌 21경기에서 7승6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 중이다. 국내 선수 우완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평균자책점이다. 문승원도 17경기에서 7승5패 평균자책점 4.53으로 선전하고 있다. 시즌 초반의 기세를 이어 가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지만, 개인 한 시즌 최다승(2018년 8승) 경신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동반 10승도 가능하다. SK는 36경기가 남았다 산술적으로 두 선수 모두 7번 정도의 추가 등판이 가능하다. 5할 승률이면 10승을 달성할 수 있다. 사석에서 절친한 두 선수도 “꼭 같이 10승을 이루자”며 의지를 불태운다. 그런데 이들의 목표는 올 시즌으로 끝나지 않는다. 투구 업그레이드 욕심이 많다.

박종훈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에서 보듯이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다. 볼넷이 많기는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서 던지는 투수의 특성상 감수해야 할 세금이다. 염경엽 SK 감독은 “정말 어려운 폼에서 던진다. 나는 오히려 제구력이 굉장히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할 정도다. 박종훈도 4사구 스트레스에서 많이 벗어났다. 대신 최근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 견제다.

박종훈은 가장 낮은 지점까지 팔이 나가야 하고, 언더핸드 특성상 공도 빠르지 않다. 대개 이런 유형의 투수들은 상대의 뛰는 야구에 어려움을 겪는다. 박종훈도 다르지 않다. 선천적인 폼이 한계라면, 그래서 공을 들이는 게 견제다. 박종훈은 “최근 견제 폼을 완전히 다 뜯어고쳤다. 다음 등판(11일 예정)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종훈은 “주자를 잡아내기 위한 폼 수정이 아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투구 패턴 변화에 생각이 많다”는 문승원은 올 시즌 뒤 자신의 투구 매커니즘에 손을 댈 생각이다. 문승원은 “현재로서는 볼 배합을 달리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릴리스포인트를 수정하고, 공에 움직임을 최대한 많이 주는 방법을 오프시즌에 연구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가지고 있는 구위와 구종의 다양성을 생각하면, 난 문승원이 리그 에이스들에 뒤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잠재력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1~3선발은 대다수 팀들이 강하다. 제아무리 SK의 스리펀치가 강력해도 1~3선발 맞대결에서 항상 이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4~5선발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승률 계산이 편해진다. 염 감독이 박종훈 문승원을 로테이션의 키플레이어로 단언하는 이유다. SK는 이제 젊은 선수들의 티를 벗은 두 선수의 전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는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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