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 인터뷰] “외야수 감독 편견, 귀 기울여 깨겠다” 조원우 롯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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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과정을 차치하고 어느 감독이나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수세에 몰리게 마련입니다. 제가 모셨던 감독님들도 다들 겪었던 일이고. 각오해야지요. 감독이니까.”
프로 야구 감독을 흔히 클래식 지휘자, 마에스트로와 비교한다. 그러나 큰 차이가 하나 있다. 지휘자는 정해진 악보에 따라 셈여림을 주문하고 박자를 조정한다. 그러나 야구는 정해진 악보가 없다. 따라서 때에 따라 코치,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과정을 높이 평가 받을 수 있으나 대부분 성적에 따라 가장 많은 평가를 받는다. 엄청난 고뇌가 따르지만 수많은 야구인이 동경하는 자리. 성실한 선수이자 유능한 코치로 호평을 받았던 남자 조원우(44)는 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으로 자리했다.
1994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데뷔해 2008년 시즌 한화에서 은퇴할 때까지 프로 통산 1,368경기 타율 0.282 68홈런 443타점 123도루를 기록한 조 감독은 화려하지 않아도 팀에 꼭 필요한 외야수로 활약했다. SK 시절이던 2001년 7월 6일 인천 LG전부터 한화 소속이던 2006년 5월 21일 잠실 두산전까지 494경기 연속 무실책 기록을 세웠다. 이는 메이저리그에도 없던 역대 최장 기간 무실책 대기록.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수비 좋은 외야수로서 지금이었다면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을 선수다. 선수로서 치명적인 고관절 부상을 이기고 3할 타자로 재기한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조 감독은 코치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09년 한화 퓨처스팀 코치를 시작으로 일본 지바 롯데 연수를 거쳐 2011년부터 롯데-두산-SK에서 수비와 주루를 지도했다. 롯데 재임 시절 김주찬(KIA), 전준우(경찰청), 손아섭 등의 외야 수비 성장에 한몫한 지도자다. 올 시즌 SK의 위기 때 갑작스럽게 수석 코치를 맡은 뒤 선수단 융화를 위해 노력한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 조 감독이다.
롯데는 지난달 27일 대만으로 마무리 훈련을 떠났다. 출국 전인 지난달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국내 마무리 훈련을 지도하던 조 감독을 만났다. 조 감독은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쉽게 잡을 수 없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 감독직을 맡기로 결정했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1990년대 부유하지 않은 팀을 투지로 이끌던 돌격대장은 '성배'가 될 수도 '독배'가 될 수도 있는 잔을 들었다.

다음은 조 감독과 일문일답이다.
-반갑습니다. 감독 선임 보도 자료가 왔을 때 박정배(SK) 선수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신임 감독 보도에 박 선수가 많이 놀라더라고요.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시던 좋은 분이었는데 감독으로 옮기신다니 축하 드리면서도 서운하다”고 하더군요.
◆ 고맙네요. (박)정배 참 좋은 선수지요. 포스트시즌 탈락 후 바로 연락을 받아서 저도 고민을 했고 다음 날 감독 발표가 나서 당황했을 텐데 미안하고 고맙고. 김용희 SK 감독님께는 정말 감사 드릴 따름입니다.
-선배 감독들께는 연락하셨나요. 덕담이나 좋은 말씀들 있었는지.
◆ 전화 상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선수 시절 절 지도하셨던 김성근 감독님(한화)도 그렇고 제게 많은 배려를 해주신 김용희 감독님 등 모든 선배 감독님들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전 소속팀의 와일드카드 패배 후 곧바로 감독 선임 소식이 나온 만큼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하루 전 연락과 결정까지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 아니요. 많이 고민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사실 갑자기 연락을 받고 당황하기는 했습니다. 감독 자리는 제게 막연한 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알 수도 없고. 그리고 야구인이라면 누구나 감독의 꿈을 꾸게 마련이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어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프로 선수로 시작해 코치까지 22시즌을 보내셨습니다. 현역 시절 쌍방울의 '돌격 대장'으로 이름을 날리셨던 만큼 그 당시 추억이 지금까지 야구인으로서 버틴 원동력이 아닐까 싶은데요.
◆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추억이 제 야구 인생의 버팀목이 되는 것 같아요. 다른 구단보다 한두 단계 낮은 급의 관광 호텔에서 묵고 일반 음식점에서 백반 한 끼 먹고 나서 경기에 나서고 빨랫감도 집으로 가져가서 처리하고.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동료들과 더욱 똘똘 뭉치면서 버틸 수 있었어요. 부상도 있었고.
-1999년 큰 부상으로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 네. 고관절 골절. 선수 생활은 둘째 치고 일반인으로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많이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가족이 있어 버틸 수 있었고 주변 지도자 분들과 동료들이 힘이 되었지요. 그래서 지금까지 야구에 종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013년 2월 두산의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 때 감독님을 인터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순간의 집중력을 재차 강조하셨던 기억이 나는데요. 지금도 그 지론은 유효한가요.
◆ 훈련의 강도와 양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순간의 집중력이라고 생각해요. 연습을 위한 연습은 없습니다. 모두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하는 연습이에요. 경기 순간 제대로 집중해 이기는 훈련이 확실히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중해야 부상도 줄어들고. 그래서 마무리 훈련부터 선수들의 집중력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올해 3개월 간 SK 수석 코치로 재임하셨습니다. 감독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의 가교가 되는 사람이 바로 수석 코치인데요. 그 3개월 간 배운 점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코치로 일할 때는 제가 맡은 바에 힘을 쏟는 것이 최선이었는데 수석 코치는 팀 전체를 보면서 생각해야 하니까요. 감독님을 보좌하며 선수들의 고충을 잘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데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어려운 순간 선수들에게 채찍만 가하기 보다 당근을 건네려고 했고요. 문제점과 건의 사항을 수렴하고 귀 기울이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 몸도 그렇듯이 문제가 있다면 고름이 커지기 전에 빨리 짜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선수로서, 코치로서 많은 감독님들과 함께하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인상 깊은 지도자를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
◆ 다들 감사한 분들입니다. 한화 시절 선수와 감독으로 함께했던 김인식 감독님은 항상 좋은 말씀을 해 주시면서 제게 믿음을 주셨어요. 그리고 제게 롯데 코치로 기회를 주셨던 양승호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 드립니다. 함께했던 2년 간 정말 제 소신껏 코치로 일할 수 있도록 많이 지원해 주시고 다독이셨어요. 제가 코치로 수 년 간 일할 수 있던 발판을 마련해 주신 분이라 거듭 감사할 따름입니다.
-롯데를 떠난 뒤 3년 간 밖에서 롯데를 지켜보셨습니다. 취임식에서 투지와 단합을 강조하셨는데요. 올해까지 밖에서 롯데라는 숲을 지켜봤다면 지금은 숲 안에서 나무를 보는 위치입니다. 단순히 주전 선수가 아닌 백업 선수들의 경쟁력을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롯데 주축들은 다들 능력 있는 선수들입니다. 다만 밖에서 봤을 때는 주전과 백업 선수들의 기량 차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생각했어요. 기량 차를 줄이고 선수 기용 폭도 확실히 넓혀 장기 레이스에서 강한 경기 면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야수진 백업 선수들의 기량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투수진에서 젊고 유망한 투수들이 더 많이 1군 기량으로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번 마무리 훈련에서부터 그 점을 집중해 팀 전력을 극대화하고 싶습니다.
-2000년대 들어 KBO 리그에서 외야수 출신 감독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전례가 없습니다.(2004~2006년 이순철 LG 감독, 2010~2011년 박종훈 LG 감독, 2015년 이종운 롯데 감독) 그만큼 외야수 출신 감독에 대한 선입견도 있는 것이 사실이고요. 외야수 출신 감독으로서 첫해부터 선입견이라는 벽과 싸우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네, 각오하고 있어요. 어느 감독이나 성적 결과에 따라서 책임을 지게 마련이니까요. 성적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여부는 각오하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 가장 우려하는 내용이 바로 투수 운용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외야수로 뛰었고 코치로서도 야수 쪽에 집중했으니 투수진 운용에 대해서 투수 코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합니다. 투수 코치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면서 제 스스로도 많이 공부하고 연구해야지요. 그렇게 귀 기울이면서 선입견과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조원우 감독 자이언츠티비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MGmGZ9_W71I&feature=youtu.be
[영상] 조원우 감독 자이언츠티비 인터뷰 예고편 ⓒ 영상편집 변가희/아나운서 허형범.
[사진] 조원우 감독 ⓒ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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