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박경수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 내야안타를 때려낸 뒤 1루에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넘어지고 있다. ⓒ고척,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햄스트링을 다치는 순간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kt 위즈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36)는 생애 첫 가을야구를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 도중 페넌트레이스 막바지 햄스트링을 다쳤던 때를 떠올렸다. 그토록 바라던 무대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 도중 예기치 못한 부상을 입고 좌절했던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2003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박경수는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무대와 연을 맺지 못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KS) 준우승을 차지했던 LG가 이듬해부터 공교롭게 내리막을 탔기 때문이다. 또, LG가 모처럼 가을야구로 진출한 2013년에는 군 복무로, 2014년에는 부상으로 초청장을 받지 못했다.

kt 이적 후 역시 가을야구와는 연이 없던 박경수는 올해 kt의 선전으로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페넌트레이스 막판 햄스트링을 다쳤다.

박경수는 심란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찾아온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늘은 박경수를 또다시 외면하지 않았다. kt가 플레이오프(PO) 직행 티켓을 따내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박경수는 PO 엔트리로 들었고, 9~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1~2차전에서 가을향기를 맡았다.

다만 출발은 좋지 못했다. 1차전 2회 첫 타석 삼진. 이후 2루수 땅볼을 기록한 박경수는 7회 볼넷을 얻어내며 처음 1루를 밟았다. 그리고 2-3으로 뒤진 9회 마지막 타석. 선두타자로 나온 박경수는 유격수 방면 땅볼 타구를 때려낸 뒤 1루로 전력질주했다.

타이밍상으로 여유가 있었지만, 박경수는 1루에서 몸을 날리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선보였다. 36살 베테랑의 투혼. kt 덕아웃에선 함성이 터져나왔다.

비록 kt는 이날 2-3으로 졌지만, 박경수의 슬라이딩은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던졌다.

▲ kt 박경수과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회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고척, 한희재 기자
가을야구 첫 안타를 신고한 박경수는 10일 2차전에서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2회와 4회 각각 중전안타와 좌전안타를 때려내면서 두산 마운드를 괴롭혔고, 6회와 9회에는 볼넷을 골라내 이날 100% 출루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생애 첫 가을야구에서 마음껏 뛰어논 박경수였다.

kt 이강철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박경수가 어떻게든 살려고, 이기려고 하는 마음이 선수들에게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감독 입장에선 참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베테랑의 투혼을 바라보는 kt 벤치의 마음이 읽히는 순간이었다.

2015년 KBO리그 1군 진입 후 첫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는 kt. 비록 1~2차전을 모두 내주면서 벼랑 끝으로 몰렸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이 쌓이면서 막내 구단의 가을은 조금씩 풍성해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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