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근우가 16년 커리어를 마감하고 제2의 야구인생을 준비한다. ⓒ 잠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6년 동안 1747경기를 달려온 KBO리그 최고의 2루수가 제2의 야구인생을 준비한다. 정근우는 11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준 가족과 지도자들, 그리고 많은 사랑을 보내준 팬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 은퇴 계획을 세운 시점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뒤, 그때부터 계획을 세웠다. 2루수로 예전에 했던 경기력을 기대하셨고 나 역시 그랬는데 그때의 정근우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은퇴를 마음먹었다."

- 2루수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잠깐 유격수를 보기도 했지만 그 뒤로는 계속 2루수로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 같다. SK에서 많은 것을 이뤘고, 한화에서도 커리어에 남을 기록들을 세웠다. LG에 와서는 이런 자리까지 만들어주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올림픽과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이다. 프리미어12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2루수로 나가는 마지막 대회였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못 하고 자연스럽게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게 됐었다."

- 정근우를 상징하는 여러 수식어가 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표현이 있다면.

"악마 2루수 너무 좋다. 김성근 감독에게 펑고를 너무 많이 받아서 악마가 안 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그만큼 노력했다. 위로 가는 공은 몰라도 옆이나 아래로 가는 공은 빠트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뛰었다."

- 김성근 감독과 어떤 대화를 했나.

"시즌 끝나고 은퇴한다고 미리 말씀드렸다. 벌써 그만두냐고 하셔서, 그래도 감독님 덕분에 잘 컸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 은퇴 만류하는 사람은 없었나.

"더 할 수 있다고 하는 분들도 많았는데 스스로 과분한 사랑을 받고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을 2루수로 끝낼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은퇴하기로 했다."

- 은퇴 결심 후 후배들에게 했던 조언이 있다면.

"LG에는 열정 있는 후배들이 많았다. 선배는 후배를 사랑하고, 후배는 선배를 존경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서 강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 정근우는 앞서 은퇴를 발표한 김태균과 같은 1982년생이다. ⓒ 연합뉴스
- 김태균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렸는데.

"나 역시 여기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김태균이 한화에서 은퇴하면서 많이 울더라. 충분히 열심히 했고, 원클럽맨으로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 박용택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박)용택이 형도 그렇지만 나에게도 마지막 경기가 될 거라 생각했다. 끝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마지막에 수고했다고 얘기해줬다."

"은퇴 발표를 중간에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박)용택이 형이 은퇴 투어를 하는 중인데, 여기서 은퇴 발표를 하면 거기에 누를 끼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또 팀 순위 결정이 되지 않은 시점이라 끝나고 발표하려고 했다."

- 내년에도 뛰는 동갑내기 선수들에게.

"그만 둔, 그만 둘, 내년에도 뛸 선수들이 있다. 계속 뛰는 선수들에게는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 정근우에게 '2루수'란.

"2루를 처음 볼 때 선배들이 내야수로 10년 넘게 뛰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하셨다. 나는 할 거라는 마음으로 뛰었다. 자리를 내주기 싫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2루수로 은퇴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 후배 2루수들에게. 

"나도 신인 때 경쟁에서 이겼다. 나만 넘는다고 주전이 되는 것이 아니다. 경쟁도 중요하지만 주전을 놓지 않기 위해 즐겁고 행복하게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 SK에서 9년, 한화에서 6년을 뛴 정근우는 LG에서 한 시즌을 보내고 은퇴한다. ⓒ 곽혜미 기자
- 2루수 만큼 애착이 가는 기록이 있다면,

"2루수 최다 출전, 도루, 안타, 득점, 여러가지 많다. 2루수로서 수비력과 1번타자로서 득점력, 그런 것들이 좋았던 것 같다."

- 찾는 곳이 많을 것 같은데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이제 막 그만 둔 터라 아직은 모르겠다. 이제부터 찾아봐야 할 것 같다. 가장으로서 지금까지 뒷바라지해준 가족들을 위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겠다."

- 가족 반응은.

"마지막 경기 끝나고 집에 가니까 애들이 큰절을 해주더라. 그동안 고생하셨다고 하는데 감동받았다. 아내는 묵묵히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경기가 감동이었다고, 고맙고 수고했다고 해줬다."

- 경쟁심 강한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이제 홀가분한가.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편이다. 엊그제도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나 뭐하지 하는 생각을 했다. 쉽게 내려놓지 못하겠지만 하나씩 해보겠다."

- 가장 고마운 지도자가 있다면. 

"조성옥 감독님부터 아마추어 때 가르쳐주신 분들 덕분에 대학도 갈 수 있었고 프로 선수도 될 수 있었다. 그동안 고마운 것을 잘 못 느끼고 있었는데, 은퇴를 결심하고 보니 잘 돌봐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켜주셔서 감사하다."

- 기억에 남는 지옥훈련.

"김성근 감독님 만나서 새벽부터 저녁까지 훈련 많이 했고, 또 개인 훈련도 많이 했다. 그것보다도 고교 시절에 '입스'가 있었다. 대학 때도 프로 때도 해서 세 번의 입스가 왔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이 팔로는 야구 못 한다는 의사 말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때 포기하지 않고 해보겠다는 의지 덕분에 입스를 이겨내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정근우. ⓒ 잠실, 곽혜미 기자
- KBO리그 역대 최고 2루수라는 말 어떻게 생각하나.

"맞습니다!"

"그만큼 열심히 했고, 더 해보고 싶었지만 자리를 남겨둬야 후배들이 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은퇴한다."

- 아들이 야구를 하고 싶다고 하면.

"둘째는 공부를 잘하고, 첫째는 야구를 한다.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모르지만 야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감독님께 내야수를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아들이 내 기록 다 넘겠다고 하더라."

- 은퇴 발표 후에 받은 연락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다 뻔하겠지만 고생 많았다는 얘기들이었다. 생각보다 연락이 없었다. 내가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축하한다고 하기도, 뭐라고 말하기도 애매해서 안 했다고 하더라. 하루 이틀 지나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고맙고 덕분에 재미있게 야구 봤다는 말을 들었다."

- 야구선수 정근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릴 때부터 항상 키가 작다는 단점을 이겨내고, 이겨내가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달리기하고 스윙하면서 하루도 포기하지 않은 나에게 고맙다. 힘들 때도 이겨낸 나에게 감사하다. 마지막까지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 설 수 있는 나에게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으로 그동안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면서 살겠다."

- 키가 작아서 고민하는 후배 야구 선수들에게.

"야구는 키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에 우연히 김지찬(삼성)을 만났다. 작년 청소년 대회 때 김지찬을 보고 팬이 됐다. 수비 타격 주루 모두 너무 잘하더라. 팬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 키가 작아도 잘 할 수 있으니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장점을 극대화시키면 된다고 해줬다."

- 신민재도 키가 작은데….

"어~ 신민재 선수는 아시겠지만 콘택트 능력, 주루, 수비 못 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팀 사정상 백업으로 뛰어줬지만 머지않아 주전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사람이 밝다."

▲ 신민재(왼쪽)와 정근우. ⓒ 곽혜미 기자
- 힘들고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이 있다면.

"탄탄대로 걸어오다가 포지션을 방황하게 됐다. 여기까지인가 싶었다. 이대로 무너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열심히 했다. 다른 포지션을 겪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고통이 있을테니까, 한 번 겪어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버텼다."

- 지도자 생각은.

"여러가지 길을 열어뒀다. 지도자도 하고 싶고 아빠나 남편도 돼야 한다. 어떤 길이 가족에게 가장 좋은 방향인지 생각하면서 천천히 결정하겠다."

- 2루 수비도 있지만 공격도 주루도 좋았는데, 내 후계자가 될 만한 후배가 있다면.

"내가 야구를 하면서 도루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도루보다 장타를 선호하는 야구로 바뀌었다. 또 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도루를 자제하기도 한다. 나는 그냥 뛰어서 살고, 홈을 밟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런 마음으로 야구를 했다. 나이는 들었지만 주루할 때만큼은 득점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부상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베이스 위에서는 100%를 다했으면 한다."

"후계자를 한 명 말하기는 어렵지만, 정주현과 캠프 전에 선의의 경쟁을 하기로 했다. 네가 2루수고 팀 승리를 지킬 수 있는 주전 2루수가 돼야 한다고 해줬다. 내년에는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

- 2루수만의 매력이 있다면.

"내야수 중에 유일하게 역동작이 많은 포지션이다. 어려운 플레이들도 할 일도 많다. 할 때는 잘 몰랐는데 돌아보면 어떻게 그 많은 것들을 해냈는지 모르겠다. 특히 김성근 감독님 시절에는 사인도 많았다. 되돌아보니 잘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같이 뛰어본 선수 중 최고의 유격수는 누구인지.

"아 (언급 못 한 선수들에게)미안한데. 은퇴하는 마당이니까. SK에서는 나주환과 많이 했고 (박)진만이 형이랑도 많이 했다. 한화 때는 유격수가 많았고, LG에서는 오지환과 많이 맞췄다. 유격수들이 내 단점을 많이 채워준 덕분에 오래 뛰었다. 어릴 때부터 최고의 유격수 박진만과 같이 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 정근우. ⓒ 잠실, 곽혜미 기자
- 타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2018년 kt전에서 끝내기 홈런 쳤을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이 많은 와중에 순위 싸움을 하고 있었다. 포지션을 돌아다니면서 심리적으로 힘들었는데 그 홈런으로 자신감을 찾았다. 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홈런이다."

- 야구선수 정근우는 어떤 선수였나.

"정말 잘 해왔고,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아서 최선을 다했다. 그 자리에서 늘 1등이 되고 싶었던 선수. 그 꿈을 이룬 선수다."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못 했다. 어릴 때부터 야구시키느라 고생 많으셨다. 항상 집안 분위기 좋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장인 장모께서도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 덕분에 편하게 야구선수로 여기까지 뛸 수 있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

"지금까지 정근우에게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하다. 아쉬운 마음보다 행복한 심정으로 은퇴할 수 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 LG는 내년에 분명 더 좋은 일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끝까지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 임창만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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