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 간판스타로 성장한 이정후(왼쪽)는 아빠 이종범(오른쪽)과 마찬가지로 주로 우익수로 뛰고 있다. 중견수 이용규는 부자 우익수와 호흡을 맞추게 되는 신기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한희재 기자,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 임창만 영상기자] “어릴 땐 형이라 불렀는데 지금은 선배님이라고 해요. 아빠 따라 야구장에 가면 잘 챙겨주시던 선배님이랑 한 팀에서 뛰게 되다니….”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2)는 초등학생 때 “형”이라고 부르며 따랐던 이용규(35)가 키움에 입단하면서 한솥밥을 먹게 된 인연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용규는 덕수정보고(현 덕수고)를 졸업하고 2004년 LG에 입단했지만 이듬해 KIA로 트레이드됐다. 9년간 KIA 테이블세터와 중견수 자리를 지키던 이용규는 2014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했고, 올 시즌 후 한화 재계약 불가 선수로 분류되면서 키움에 입단하게 됐다.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이 KIA 간판스타로 활약하던 2000년대 중후반 광주무등야구장을 자주 드나들면서 이용규와 인연을 맺었다. KIA에서 꽃을 피우며 국가대표로 성장한 이용규는 갓 야구를 시작한 어린 이정후를 유난히 예뻐했다. 이정후에게 “한번 쳐봐”라며 공을 던져주면서 놀아주곤 했고, 자신의 야구 장비를 아낌없이 선물했다.

이정후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아빠 따라 야구장에 다니다가 알게 됐는데 그때는 형이라고 불렀다. 당시 선배님도 나이가 어리셨고, 나도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 같다”며 어린 시절 이용규를 따라다닌 추억을 떠올리더니 “프로 선수가 되고 지금은 다른 팀(한화)에 계실 때부터 인사를 하면서 선배님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소개하며 웃었다.

▲ 이정후(오른쪽)는 광주서석초등학교 시절 아빠 이종범을 따라 무등야구장을 자주 방문하면서 이용규를 형처럼 따랐다. 그 인연이 키움 히어로즈로 이어지게 됐다. ⓒKIA 타이거즈
키움이 이용규를 영입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잘 됐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나보다 오히려 선배님께서 감회가 더 남다르시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그럴 만도 하다.

이정후는 “아빠도 KIA에서 뛸 당시 우익수를 보셨고, 나도 지금 주로 우익수를 보고 있다. 한 선수가 같은 포지션의 부자와 (같은 팀에서) 함께 뛰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배님께서 아무래도 더 기분이 남다르실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내년 시즌 이용규와 이정후는 주로 중견수와 우익수로 들어갈 전망.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외야수인 데다 우중간 타구가 나왔을 때 누가 잡을지도 정해야하고, 비상 상황에서는 콜 플레이 등으로 자주 소통을 해야 하는 위치다.

또한 이용규는 그동안 해왔던 대로 1번타자나 2번타자로 테이블세터 자리에 들어가 밥상을 차릴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3번타자와 4번타자를 맡으면서 중심타선에 포진하기 시작한 이정후는 이용규가 차린 밥상을 득점으로 생산해야 한다. 아빠와 아들만 바뀌고, 대를 이어 이용규와 호흡을 맞추는 셈이다.

이정후는 이에 대해 “국가대표 출신의 대선배님께서 우리 팀에 오시는 건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면서 “선배님이 오심으로써 타점을 낼 기회가 많아지고, 나만 잘한다면 우리 팀이 좋은 성적 거둘 것”이라며 반겼다.

▲ 키움 히어로즈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이용규(왼쪽)와 이정후. ⓒ한희재 기자

이정후는 올 시즌을 돌아보며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개인적으로 만족을 하지만 팀으로 봤을 때는 2등에서 5등으로 떨어져서 내 책임이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탈락한 뒤 최근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는 “다다음주부터 운동을 시작할 생각”이라며 벌써부터 내년 시즌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용규의 키움 입단에 대한 소감과 기대, 과거 인연 등에 대한 이정후의 생생한 이야기는 스포츠타임 인터뷰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 임창만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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