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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김강민 “그림 그리고 시작하지 않겠다”

작성일: 2016.01.06 06:00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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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박현철 기자] “주장은 학교 다닐 때 하기는 했는데 '잘렸어요.' 애들이 단체로 도망가서요.”

'짐승' 같은 운동 능력을 앞세운 호타준족의 외야수. 이제는 팀 주장으로서 '명가 재건'을 노린다. 그러나 그는 '어떤 주장이 되겠다, 팀을 어떻게 이끌겠다'라는 거창한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 주는 주장이 되길 바랐다. SK 와이번스의 새 주장 김강민(34)의 이야기다.

SK 부동의 중견수로서 지난 몇 년 동안 팀의 센터 라인을 지켰던 김강민은 2016년 새 주장으로 뽑혔다. 그도 어느새 프로 16년째 베테랑. 지난해 김강민은 4년 56억 원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첫 시즌을 치렀으나 96경기 타율 0.246 4홈런 31타점 7도루에 그쳤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의 독주를 막을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혔던 SK도 시즌 내내 제 실력을 보여 주지 못하다 막판 중위권 경쟁 끝에 와일드카드로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았으나 넥센에 패퇴했다. 팀도 개인도 좋지 않았던 지난해다.

조동화로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받은 김강민은 “마냥 어린 줄 알았는데 벌써 이렇게 됐다니.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 그동안 선배들이 시키는 것만 했는데 이름 앞에 주장이라는 직함이 붙으니 책임감이 생겼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솔직히 걱정이 좀 더 앞선다”고 이야기했다. 전임 조동화 주장이 조언한 것이 있는지 묻자 “몸소 보여 줬다. 힘들어 하더라”며 농담을 곁들여 답했다. 그러나 주장이 됐기 때문인지 그는 보다 신중했다.

“어렸을 때 주장의 이미지는 '말을 들으면 되는 사람이자 팀의 주축인 선배'였다. 그분의 말을 잘 듣고 따르는 데 익숙했는데 이제는 나 스스로 말하기도 힘들 것 같다. 그냥 팀 선배라면 가볍게 조언하겠지만 주장이 말 한마디 잘못하면 후배들 흔들릴 수도 있지 않은가. 프런트와 선수단의 징검다리 노릇도 해야 하고. 선배들도 계시지만 후배들을 잘 이끄는 데 집중하고 있다. 선수들이 바라는 것들을 건의하고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도우며 '잘할 수 있다'고 격려를 하는 등 행동으로 많은 것을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SK는 리그를 주름잡은 강호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위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때는 속된 말로 '일본 리그에 가도 자신 있는 멤버'였다. 정말 많이 이겼다. 2010년에는 시즌 30승을 할 때까지 10패도 안 했을 정도였으니까”라며 자신의 20대 시절과 팀의 황금기를 떠올렸다. 그렇다고 지난날의 기억만 떠올릴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좀 약해진 느낌이 있다. 그러나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차근차근 준비하고 올라가야 한다. 주장으로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하고. 뒤에서 '말로만 주장'이라고 이야기하기 보다 일단 야구를 잘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무슨 말을 한마디 하더라도 열 마디 이상의 효과가 있지 않을까. 팀도 나도 좋은 성적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2001년 SK에 입단해 지금까지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하고 있는 김강민은 오랫동안 한 팀에서 뛰며 많은 주장을 만났다. 김기태 KIA 감독을 비롯해 최태원 LG 코치, 김재현 한화 코치, 이호준(NC), 김원형 코치, 박진만 코치, 박정권, 조동화 등. 대표적인 주장들만 열거해도 이 정도로 많다.

“선배 주장들로부터 보고 배운 것들, 좋은 점들을 골고루 내 것으로 만들고 선수들을 다독이고 싶다. 조리 있게 생각해야 한다. 정말 많은 주장들을 뵀는데 개개인의 특성이 있었다. 그때는 어린 나이라 왜 그렇게 하셨는지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하셨는지 알겠더라.”

주장이 팀 성적까지 좌우할 수는 없다. 다만 라커룸 리더로서 팀을 이끄는 것은 주장이 할 일이다. 주장 김강민이 SK 선수단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궁금했다. 주장으로서 계획한 것이 있는지 묻자 김강민은 “저는 그림을 그려 놓고 시작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요”라며 말을 이어 갔다.

“나는 야구를 하면서 '내가 어떻게 어느 정도 성적을 낼 것이다'라고 계획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사실 예전에 20홈런-20도루를 하고 싶다고 먼저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다. 그에 맞춰 웨이트 트레이닝도 했는데 결국 그 목표의 절반 정도 밖에 이루지 못했다. 무릎이 아파서 못 뛴 적도 있었고. 내가 먼저 '이렇게 하겠다'라고 생각만 하고 그 목표에만 맞춰 행동하면 동료들도 힘들고 나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싶다.”

“내가 임기응변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될 것 같고. 먼저 선수들과 이야기하며 그에 맞춰서 주장으로서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년 전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에서 주장을 맡았는데 그때 (박)재상이가 진지하게 다가와서 '넌 말을 하지 마, 그럼 분위기가 좋아질 거다'라고 하더라. 엄하게 할 때는 엄하게 해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강민은 '행동하는 주장'으로 2016년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김강민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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