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심히 축구 경험을 쌓고 있는 수원 삼성의 정상빈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정상빈에 대한 기록이 없었죠. 보이지 않게 만들겠습니다."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친 수원 삼성 공격수 정상빈(19)은 올 시즌 강력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영플레이어상 후보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과시 중이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8강을 경험했던 정상빈은 수원 유스인 매탄고 출신이다. 젊은피로 체질 개선을 하는 수원의 상황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꿈처럼 등장한 자원이다. 

정상빈이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지난 3월17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5라운드 원정 경기, 수비를 앞에 두고 재치 넘치는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포항은 수원전 패배로 무승 흐름을 끊지 못했다. 무려 6경기 무승을 이어가다 9라운드 FC서울전에서야 위기에서 탈출했다.

반면, 정상빈은 포항전을 시작으로 21일 FC서울과 5라운드 슈퍼매치에서도 골을 터뜨렸다.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4월18일 10라운드 울산 현대전에서 또 골을 넣었다. 포항전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으니 경험을 더 쌓으면 수원에는 복덩이가 되고도 남을 자원이었다.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선발인 정상빈과 재회한 김기동 포항 감독은 완벽한 봉쇄를 약속했다. 김 감독은 "정상빈에 대해서 (방대한) 기록이 없었다. 지난 만남에서는 역습에서 첫 골을 정말 쉽게 허용했다. 해보지도 못하고 패했다. 경기를 치르면서 어떻게 대비하는지 알게 됐다. 오늘은 우리 선수들이 잘 막아서 보이지 않지 않을까 싶다"라며 정상빈과 수원의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제대로 막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건하 수원 감독은 "(포항이) 당연히 준비했을 것이다. 수원은 공격진에 부상자가 있어서 정상빈을 선발로 넣었다. 정상빈은 포항 수비가 지난 겨루기와 달리 나올 텐데 성장을 위해서라도 활약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분명 성장하는 부분이 있으리라 본다"라며 기대했다.
 
마침 관중석에는 인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대구FC전을 관전했던 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있었다. 정상빈은 50인의 예비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년 중국 항저우에서 예정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활약은 충분히 가능하다. 

경기는 예상과 달리 포항이 2분 만에 임상협이 선제골을 넣으면서 수원이 끌려가는 내용으로 전개됐다. 전방의 정상빈은 제리치와 함께 호흡하며 기회를 엿봤다. 탄력 넘치는 점프로 공중볼을 경합하고 과감한 드리블로 공간을 만들려 애썼다.

인상적인 장면은 32분, 수원 진영 중앙선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뒤로 돌리는 포항의 길을 따라 강형무 골키퍼 앞까지 뛰어가 압박하는 동작을 취했다. 관중석에서는 박수가 절로 나왔다. 35분에는 헤더 경합에서 밀려 넘어졌고 머리에 통증이 있었지만, 참고 일어나 뛰었다. 어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후반에도 강현무와 일대일 경합을 만드는 등 열띤 움직임이었다. 다만, 포항 수비는 두 명이 근접 수비를 하며 정상빈의 실수를 유도했다. 특히 스피드를 활용하는 장면을 주지 않으려 미리 볼을 잘라내는 등 정상빈의 조바심을 유도했다.

끌려가던 수원의 실타래를 푼 것도 정상빈이었다. 42분, 아크 중앙에서 수비를 등지고 돌면서 사이로 패패스한 것이 이기제의 발에 닿아 크로스, 김태환의 헤더 골로 이어졌다. 정상빈의 센스가 돋보인 장면이었고 1-1 무승부로 끝났다.

박 감독의 말대로 성장하려면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던 정상빈이 이번에는 이타적인 증명에 성공했다. 골이 아니어도 지워지지 않고 존재감을 보여준 정상빈이다.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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