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화용이 가족들과 함께 현역 은퇴식을 치렀다. ⓒ수원 삼성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었지만, 경쟁자들의 면면은 만만치 않았다.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다. 신화용(38)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신화용은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3라운드 수원 삼성-포항 스틸러스전 시작 전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은퇴식을 했다.

경기 시작 5분 전 공식 은퇴식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그라운드가 아닌 단상에서 진행된다. 수원은 공로패로 예우했고 활약 당시의 영상을 전광판에 표출했다. 포항 구단도 꽃다발로 은퇴와 새로운 시작을 축하했다. 양팀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관중과 함께 박수를 쳤다. 서로를 관통하는 전설에 대한 예우였다.

신화용은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게 돼 행복하다. 돌이켜보면 행복한 선수 생활을 했다. 가장 기억 남는 순간은 팬들이 제 이름 석 자를 불러주는 순간이었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훗날 수원이 우승할 날을 기다리겠다. 자리를 마련해준 수원, 포항에도 감사하다. 부족한 저에게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후배들이 뜨거운 열정으로 좋은 경기를 치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프로 시작팀 포항과 마지막을 장식한 수원이라는 점에서 은퇴식을 열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2004년 포항에서 데뷔해 2016년까지 포항에서만 287경기를 뛰었고 2017-2018년에는 수원에서 50경기를 소화해 총 337경기에 나섰다.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등 각종 대회를 포함하면 프로통산 419경기다. 포항에서는 2009년 ACL 정상을 밟았고 정규리그도 두 번(2007, 2013년) 우승을 차지했다. FA컵 3회(2008, 2012, 2013년), 리그컵(2009년) 모두 포항에서 품었다.

수원에서는 어떤 타이틀도 얻지 못했지만, 위기마다 팀을 구해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2018년 전북 현대와 ACL 8강에서 페널티킥과 승부차기를 세 번이나 막아 4강을 이끌며 박수받았다.

▲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었던 신화용 골키퍼가 은퇴 후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었던 신화용 골키퍼가 은퇴 후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에서는 꾸준함의 대명사, 소리 없는 선방 능력을 과시했던 신화용이다. 하지만, 포항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화용에게도 헌신을 요구했다. 적절한 인정을 받고 싶었던 신화용은 고민을 거듭했고 친정에서 나와 수원을 택하는 뼈를 깎는 선택을 했다.

포항 한 고위 관계자는 "시간이 흘렀지만, (신)화용에게 너무 희생을 바란 것 같았다. 충분히 팀의 전설로 남을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물론 그대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개척자라는 점은 분명하다. 박수받아 마땅한 그의 현역 생활이었다"라고 밝혔다.

수원에서도 신화용은 최후방의 기둥이었다. 숱한 슈팅을 막느라 손가락이 퉁퉁 붓기도 했지만, 아무 일도 아니었다. 볼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면 몸을 던져 막았다.

183cm, 골키퍼로는 단신에 속했지만, 세밀한 분석력과 정확한 볼 잡기, 반사 신경은 산화용의 무기였다. 프로에서는 최정상급 골키퍼였지만, 유독 국가대표와는 인연이 없었다. 신장이 작자는 선입견이 그에게 태극마크를 허락지 않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2015 호주 아시안컵이 신화용에게는 승선의 적기였지만,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 김승규(가시와 레이솔)라는 두 경쟁자를 넘지 못했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이범영(전북 현대)도 신화용을 압박했고 당시 전북 현대의 수문장이었던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 김진현(세레소 오사카)도 있었다.   

그래도 꿈을 꺾지 않았던 신화용이다. 그는 "국가대표는 내 영원한 꿈이다. 정말 한번 해보고 싶다. 경쟁력이 있다"이라며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국가대표는 프로 생활의 집중력을 높이는 동력이었다.

신화용은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자신이 해내지 못했던 국가대표를 어린 선수들과 함께 키우겠다는 꿈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스포티비뉴스=수원,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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