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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반 기다린 히어로… 적어도 오늘 하루는, 고종욱의 날이었다

작성일: 2021.06.01 21:34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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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인천 삼성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고종욱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경기는 팽팽했다. 양팀 투수들의 호투 속에 전광판에는 ‘0’의 행진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고종욱(32·SSG)은 2시간 반 동안이나 그 과정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날 선발로 나서지 못한 고종욱은 자신의 출전 기회를 묵묵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상황은 9회에 왔다. 0-0으로 맞선 상황에서 선두 추신수가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고종욱은 경기 후 “이진영 코치님께서 (한)유섬이랑 나랑 나갈 수 있었다고 미리 귀띔하셨다”고 떠올렸다. 그리고 김찬형이 희생번트를 대 대주자 최지훈을 2루에 보냈고, 삼성은 최주환을 고의4구로 걸렀다. 사이드암 우규민을 맞이해 이제는 좌타 대타 타이밍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고종욱은 자신의 차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종욱은 “유섬이가 나갈 줄 알았는데…”라면서 “의윤이형 타석 때 코치님이 부르시더라. 기분이 좋기는 했다”고 했다. 그래서 더 집중했다. 간신히 잡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간절함은 통했다. 1루 방향으로 아슬아슬한 파울을 날리기도 한 고종욱은 3구째 포심패스트볼(140㎞)을 받아쳐 유격수와 2루수 사이를 뚫고 나가는 중전 안타를 날렸다. 발 빠른 2루 주자 최지훈이 3루를 돌아 홈으로 내달렸고 끝내기 안타가 완성됐다. 삼성이 비디오판독을 요구했지만 최지훈이 더 빨랐다. 고종욱은 그때서야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동료들은 마음고생이 심했을 고종욱을 평소보다 더 반겼다. 

고종욱은 끝내기 안타 상황에 대해 정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타격감이 좋았으면 노려서 들어갔을 텐데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 일단은 공을 맞히면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공 맞히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2019년 137경기에서 0.323을 기록했던 타자와는 어울리지 않는 멘트다. 하지만 올 시즌만 놓고 보면 충분히 그런 말을 할 만했다. 

고종욱은 경기 후 올 시즌을 돌아보며 “너무 힘들었다”고 정리한다. 고종욱은 올 시즌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시즌 18경기에서 타율 0.176에 그쳤다. 고종욱은 타격과 발이 강점인 선수다. 그런데 타격이 묶이니 자신의 최대 장점이 사라졌고, 자연히 발을 보여줄 기회도 사라졌다. 지난해 막판 상승세를 탄 데다 마무리캠프까지 타구질이 가장 좋은 선수 중 하나였기에 더 의외였다. 고종욱은 “욕심이 컸다”고 정리한다.

2군에서 박정권 코치와 멘탈부터 다잡았지만, 정작 1군에 와서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또 쫓기는 양상이 반복됐다. 그래서 이날 끝내기 안타는 대단히 소중하다. 물줄기를 한 번쯤 바꿔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고종욱도 “지훈이가 워낙 잘 뛰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야구를 오래 했어도 결과가 안 나오니까 자신감이 안 생기더라. 오늘을 계기로 자신감을 올려서 야구를 해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제보> skullboy@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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