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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륙 피겨] '카자흐 김연아', 韓피겨에 남긴 교훈은?

작성일: 2015.02.15 07:18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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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V NEWS=조영준 기자]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마친 뒤 카자흐스탄에서 날아온 한 명의 스케이터는 빙판 위에 드러누웠다. 국내 팬들은 자국 선수의 우승을 자축하는 것처럼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감격에 겨운 카자흐스탄 출신의 데니스 텐(22)은 양팔을 하늘로 올리며 누군가에게 경의를 표하는 듯 보였다.

데니스 텐은 스스로 '제2의 고향'으로 부르는 땅에서 4대륙선수권 첫 우승을 차지했다. 텐은 14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191.35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인 97.61점과 합산한 총점은 289.46점. 자신의 종전 최고점수인 266.48점(2013 세계선수권)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이 점수는 역대 남자싱글 최고 점수 중 3번째에 속한다. 패트릭 챈(캐나다, 295.27)이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하뉴 유즈루(일본)의 293.25점이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텐은 남자 피겨의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그가 국내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텐은 독립의병장 민긍호(1865~1908) 선생의 후손이다.

민긍호 선생은 대한제국 군인으로 원주 진위대에 정교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1907년 고종이 물러나고 군대가 해산됨에 분개해 강원도 지역에서 의병들을 모집하고 의병을 일으켰다. 그의 활동은 관동 일대로 퍼졌다. 민긍호 선생의 외손녀인 알렉산드라 김은 데니스 텐의 할머니다. 이러한 직계를 따라가면 데니스 텐은 민긍호 선생의 외고손자가 된다.

텐은 스스로 자신이 외고조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통해 외고조부의 이야기를 듣고 성장한 그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묘역을 찾기도 했다.

4대륙선수권은 유럽을 제외한 북미와 남미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오세아니아 지역 국가들이 출전한다. 그동안 이 대회 남자싱글에서는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4개국이 우승을 나눠가졌다. 1999년도부터 시작한 4대륙선수권은 전통적인 피겨 강국들이 독식을 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데니스 텐이 깨뜨렸다. 카자흐스탄 출신의 텐은 이번 대회에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캐나다 경쟁자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점수 차로 정상에 올랐다.

경기를 마친 텐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1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는데 그 때를 기념하는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국이 외국이 아닌 ‘제2의 고향’처럼 느껴진다고 에 밝힌 그는 "메달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다. 그저 경기를 잘 마치기를 원했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텐은 시니어 무대에 진출한 뒤 그랑프리 시리즈와 4대륙선수권 그리고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남자싱글의 경우 워낙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특정선수가 독주를 이어가지 못한다. 한동안 패트릭 챈이 남자싱글의 강자로 군림했지만 현재는 '춘추전국시대'가 진행되고 있다.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텐은 남자싱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텐은 "2년전만 해도 나는 어떤 타이틀도 없는 선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피겨를 하는 마음가짐이 변했다"고 말했다.

데니스 텐의 우승이 한국 남자 피겨에 안겨준 교훈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남자싱글 선수들의 성적은 아쉬움이 많다. 국내 남자 피겨의 쌍두마차인 김진서(19, 갑천고)와 이준형(19, 수리고)은 각각 15위와 18위에 올랐다. 김진서는 총점 199.64점을 받으며 200점 돌파에 아쉽게 실패했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138.11점을 받으며 자신의 최고점을 경신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잦은 실수를 범한 이준형은 최종합계 180.06점을 받으며 자신의 개인 최고 점수인 203.92점(2014 주니어 그랑프리 크로아티아 대회)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두 선수는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이준형은 "다른 것은 없고 훈련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남자 피겨는 발전보다는 '생존'에 급급한 상태다. 제69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남자 선수들은 시니어(9명)와 주니어(3명)를 합쳐 총 12명에 불과했다.

여전히 빙상전용훈련장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 선수마저 부족한 현실을 고려하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피겨의 변방 카자흐스탄 출신의 텐의 선전에 자극을 받을 필요는 있다.

텐은 '카자흐스탄의 김연아'를 떠올릴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텐은 "한국이 김연아로 인해 피겨 열기와 환경을 이렇게 변하게 한 것은 놀랍다. 나도 카자흐스탄의 피겨를 변화시키고 싶지만 김연아 만큼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연아와 텐은 비범한 재능을 가진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피겨의 불모지에서 태어나 그 국가의 피겨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연아와 같은 선수가 다시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문제는 김연아를 발판으로 재능있는 기대주들을 정상급 선수로 육성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볼 때 텐의 우승은 한국 피겨에 많은 과제를 남겼다. 선수가 나타나길 기대하지 말고 한층 탄탄한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이 첫 번째 숙제다. 그리고 선수들 역시 피나는 노력과 끈질긴 근성을 가지고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진 = 데니스 텐 김진서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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