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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눌린다" 80만 달러 에이스의 질주…또 해외서 눈독 들일라

작성일: 2021.09.02 05:05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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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오른쪽)가 KBO리그 데뷔 첫 완봉승을 거둔 뒤 포수 박세혁과 포옹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워낙 좋은 투수라 기가 눌린 느낌이었다."

두산 베어스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32)의 공을 타석에서 지켜본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원준(24)의 말이다. 미란다는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와 더블헤더 제1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1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1피안타 완봉승은 KBO리그 역대 44번째 기록이고, 미란다의 KBO리그 데뷔 첫 완봉승이었다. 두산은 5-0으로 이겼다.

미란다는 9회 2사까지 KIA 타자 28명을 상대하면서 안타를 단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KBO리그 역대 15번째 노히트 노런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김선빈에게 던진 포크볼이 좌익선상 2루타로 연결됐다. 대기록은 무산됐지만, 미란다는 9이닝을 온전히 책임지는 괴력을 보여줬다. 

최원준은 "미란다가 워낙 좋은 투구를 했다. 못 친 것도 있지만, 구위가 정말 좋아서 결과가 많이 안 좋았던 것 같다. 9회에 타석에 들어설 때는 노히트를 깨고 싶은 마음에 즐겁게 타석에 들어갔다. 미란다를 인정하고 꼭 깨보고 싶었다"고 되돌아봤다. 

두산은 올겨울을 앞두고 미란다를 총액 80만 달러(약 9억 원)에 영입했다. 왼손인데도 시속 150km를 웃도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야구를 두루 경험해 빠르게 리그에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시즌 초만 미란다가 한국 타자들에게 적응하느라 고전할 때도 직구 구위를 칭찬했다. 직구가 떨어지는 각도가 워낙 타자들이 치기 까다로워 직구 하나만 잘 던져도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봤다. 미란다는 직구와 함께 포크볼을 적극적으로 섞어 던지면서 재미를 봤다. 

점점 에이스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미란다는 등판한 20경기에서 11승4패, 124⅔이닝, 155탈삼진,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일찍이 단독 선두를 질주했고, 최근 1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는 좋은 페이스 속에 다승과 이닝, 평균자책점 부문까지 2위에 올랐다. 지금 미란다는 2019년 최고 192만 달러 계약을 맺고 뛰었던 옛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34)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성과를 내고 있다. 

▲ 미란다가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 곽혜미 기자
미란다는 지난 5월 26일 잠실 한화전 6이닝 무실점 투구부터 12경기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데, 퀄리티스타트+(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10차례나 된다. 지난달 14일 고척 키움전 5회부터는 25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갔다.

단순히 체력이 좋아 이룬 성과는 아니다. 미란다는 "시즌 초반은 적응의 문제였다. 한국의 야구 수준이 매우 높고, 타자들도 공격적이다. 이를 대비해서 나만의 작전을 짜고 수정해서 좋은 결과가 계속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포수 박세혁은 "로케이션도 중요하지만, 워낙 구위가 좋아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게 중요한데, 공격적으로 던지는 게 진짜 좋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미란다가 잘할수록 두산은 불안할 법하다. 두산은 최근 20승 에이스들이 줄줄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겨울마다 새 얼굴을 찾아 나서야 했다. 2019년 정규시즌 MVP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하며 금의환향했고, 지난해 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라울 알칸타라는 일본 한신 타이거즈와 계약을 맺고 떠났다. 지난해 정규시즌에는 부상으로 아쉬움을 삼켰지만, 포스트시즌 준우승의 주역이었던 크리스 플렉센은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해 올해 11승을 거두며 팀 내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다. 

미란다는 201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44경기를 뛰었고, 2018년 중반부터는 일본, 대만, 한국까지 아시아 리그에서 뛰었다. 플렉센과 비교하면 나이가 걸림돌이 되겠지만, 미란다도 지금 페이스면 KBO리그 출신 외국인 투수의 메이저리그 역수출 사례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7위 두산은 아직 5강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꾸준히 미란다의 역투가 필요한데, 미란다가 잘할수록 또 해외로 나갈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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