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수원, 김민경 기자] "항상 롤모델은 추신수 선배라고 이야기해왔어요."
권광민(24,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은 2015년 여름 미국행이 결정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추신수(39, SSG 랜더스)를 닮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추신수와 같은 '5툴 외야수'를 목표로 뛰어왔다.
추신수는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1년 미국으로 건너가 7년 동안 마이너리그 선수로 뛰었다. 꿈과 현실 모두 배고픈 시절을 견딘 끝에 2005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이후는 탄탄대로였다. 2013년에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515억 원) 대형 계약을 맺으며 마이너리거 시절의 설움을 달랬다.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빅리그 무대를 누비며 통산 성적 1652경기, 타율 0.275(6087타수 1671안타), 출루율 0.377, 장타율 0.447, 218홈런, 782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SSG와 연봉 27억원 계약을 맺고 한국에서 뛰고 있다.
권광민은 장충고를 졸업하고 2016년부터 시카고 컵스에서 뛰었다. 성민규 롯데 자이언츠 단장이 당시 컵스 환태평양 담당 스카우트로 권광민의 미국행에 관여했다. 당시 컵스는 권광민의 주력과 어깨, 파워 등을 높이 평가하며 계약금 120만 달러(약 14억 원)를 안겼다. KBO리그 신인 선수를 기준으로 하면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꿈의 무대로 향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권광민은 2018년까지 3시즌 동안 10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2(335타수 71안타), 출루율 0.297, 장타율 0.284, 2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호주 질롱 코리아 파견돼 반등의 발판을 마련해보려 했는데, 2018년 시즌 뒤 컵스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미국에서는 추신수의 뒤를 따를 수 없게 됐지만, 권광민은 KBO리그를 목표로 2019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역으로 군 복무부터 마쳤다. 올해부터는 독립야구단 스코어본에 입단해 실전 감각을 익히면서 2022년 KBO 신인 드래프트를 기다렸다.
권광민은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트라이아웃에서는 참가 선수 6명 가운데 최대어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팀이 주목했던 선수였기에 눈길이 더 갈 수밖에 없었다. 키 187cm, 몸무게 93kg으로 건장한 신체 조건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10개 구단 스카우트들은 권광민의 현 상태를 꼼꼼히 살폈다. A구단 스카우트는 "독립구단 경기부터 5번 이상 확인한 선수다. 계속 체크를 했는데, 지난해 제대를 해서 몸이 100%는 아닌 것 같지만, 어려서 좋아질 수 있다. 기본 자질인 파워는 좋다. 다만 KBO 투수들에게 어떻게 적응할지가 문제인데, 파워 툴 하나는 관심을 받기 충분하다"고 이야기했다.
파워는 충분한데, 조금 더 정교할 필요는 있다는 의견이 모였다. B구단 스카우트는 "파워가 장점이긴 하지만, 지켜봐야 한다. 정확성도 있어야 한다"고 했고, C구단 스카우트는 "힘도 좋고 다 갖춘 선수지만, 타격과 수비, 송구 모두 보완할 게 있다. 힘은 있는데 타격은 아웃앤인 스윙을 하면서 장점을 못 살리고 있다"고 짚었다.
수비는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권광민은 이날 우익수로 수비 테스트를 받았다. A구단 스카우트는 "1군에서 경쟁력이 있으려면 방망이든 수비든 한 가지는 뛰어난 게 있어야 한다. 수비는 나쁘지 않지만, 최상급은 아니다. 장타를 칠 수 있다면 1루수나 지명타자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권광민은 트라이아웃을 마친 뒤 120만 달러 유망주로 지낸 미국 생활을 되돌아보며 "멘탈이 강해진 시간이었다. 적극성도 많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했다.
추신수를 닮고 싶다는 마음은 한국에서도 그대로다. 권광민은 "한국에서는 뵌 적이 없지만, 미국에서는 뵌 적이 있다. 추신수 선배 같은 스타일로 야구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권광민의 운명은 다음 달 13일에 결정된다. 스카우트들은 권광민이 10개 구단의 선택은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각 구단의 전력과 지명 전략에 따라 유니폼과 순위가 달라질 것으로 바라봤다. 권광민은 그동안 펼치지 못한 날개를 한국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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