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정찬헌(왼쪽)과 LG 오지환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신원철 기자] 태어난 날은 두 달 남짓 차이에 불과하지만, 오지환은 1년 먼저 LG 트윈스에 입단한 정찬헌을 형으로 생각하고 따랐다. 2009년부터 올해 전반기까지 1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하면서 `프랜차이즈 선수`라는 같은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정찬헌이 키움으로 트레이드되면서 그 꿈도 흩어졌다.

오지환은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를 앞두고 정찬헌을 보고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선발투수로 경기를 준비하던 정찬헌도 오지환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지환은 경기가 끝난 뒤 "(정찬헌)형이 각자 위치에서 잘하자고 했다. 서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둘 사이에 나눈 대화를 전해줬다.

류지현 감독에게도 정찬헌은 특별한 선수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는 "10년 넘게 같은 팀에서 지냈던 선수다. 또 올해는 투수조장을 맡아서 투수들을 잘 이끌어줬다. 기량과 인성 모두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컨디션 문제로 한 번 쉬고 로테이션에 들어온 것으로 아는데, 건강하게 한 시즌 잘 치렀으면 좋겠다"며 상대 팀 선수가 된 정찬헌을 격려했다.

그러면서도 "프로의 세계다. 늘 승부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도 정찬헌도 경기 안에서는 이기려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오지환은 1회 첫 타석을 앞두고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하필이면 주자가 2명 출루한 추가점 기회였다.

오지환은 "대기타석에서부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친한 형이 있는 느낌이어서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첫 타석부터 기회라서 더 집중했다"고 했다. `눈을 안 마주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는 말에는 잠시 주저하더니 "사실 그렇다. 사람이다 보니까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더 노력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1타점 2루타였다. LG는 1회부터 4타자 연속 안타 포함 안타 6개로 4점을 뽑았다. 정찬헌이 마운드에 있던 2회, 3회 모두 추가점을 올렸다.

류지현 감독의 말처럼 프로의 세계였다. 오지환 같은 묘한 감정을 느낀 선수가 혼자만은 아니었겠지만, 모두 프로처럼 경기에 임했다. LG는 선발 출전한 9명 가운데 8명이 안타를 쳤고, 또 여기서 7명이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10-3 대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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