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두산의 가을 내야는 오재원(가운데)라는 터줏대감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두산은 KBO리그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중 하나다. 특히나 21세기에 들어오면 그런 경향이 더 강해진다. 성적으로 모든 것을 증명한 팀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 또한 써 내렸다.

그 6년의 기간 중 여러 선수들이 엔트리에 오르내렸다. 핵심으로 뛰다가 타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도 제법 된다. 그런데 한결 같이 그 자리를 지킨 선수들도 있었다. 키스톤 콤비를 이룬 오재원(36)과 김재호(36)가 그 주인공이다. 가을 두산 내야의 중심에는, 항상 두 선수가 있었다.

두 선수가 KBO리그 역사상 각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수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가장 호흡이 잘 맞고, 가장 기민한 키스톤 콤비 중 하나라는 데는 이견을 달기 어렵다. 그런 두 선수의 경험과 순간적인 경기 판단은 큰 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두산의 내야는 두 선수 덕에 거의 대부분의 순간에서 무게 중심을 잡고 있었고, 이는 최근 6년 중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어졌다.

오재원은 포스트시즌 출전 기록만 93경기에 이른다. 두산 역사에서 가장 많다. 83경기에 나선 김재호가 3위로 그 뒤를 잇는다. 출전 경기 수만 봐도 범접하기 어려운 가을 경험치다. 당장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선수는 일정 부분 이상의 지분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양상이 다를 수도 있다. 두 선수가 없는, 낯선 두산의 가을 내야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 

두산은 28일까지 69승65패8무(.515)를 기록해 5위 SSG에 반 경기 앞선 4위를 기록 중이다.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이기면 자력으로 4위 확정이 가능하다. 6위 키움과 경기차가 1.5경기이니 일단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 자체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오재원 김재호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두산으로서는 세월을 실감할 수 있는 일이다.

베테랑인 두 선수의 부진이 컸다. 김재호는 88경기에서 타율 0.209에 그쳤다. 3할 타율에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을 동시에 뽐냈던 예전 기억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오재원은 아예 현재 1군에 없다. 45경기에서 타율 0.167을 기록한 뒤 8월 2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 이후 1군 콜업은 없었다.

28일 인천 SSG전에서도 두 선수를 대신해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지켰다. 유격수로는 박계범이, 2루수로는 강승호가 선발로 나섰다. 요즘은 당연하다시피 된 구도다. 김재호는 벤치를 지키다 한 타석을 소화했지만 찬스를 살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오재원의 포스트시즌 승선 가능성은 사라진 가운데, 경험이 많은 김재호는 경기 후반에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 경험도 경험이지만, 감독으로서는 지금 현재의 컨디션과 지금까지 해왔던 공헌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김재호를 선발로 넣는 게 더 모험인 상황이 됐다. 두산 내야가 세월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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