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을 6위로 마친 SSG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경기에서 질 수는 있는데, 해볼 것을 다해보고 지는 것과 그렇지 못한 건 엄연히 다르다. SSG의 투수 교체는 결단력이 없었고, 결국 필승 카드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SSG는 30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와 시즌 최종전에서 3-8로 졌다. 2-2로 맞선 3회 유한준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맞은 반면, 자신들의 3회 무사 1,2루 기회는 살리지 못했다. 여기에 5회 불펜이 5점을 헌납하며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이날 패한 SSG는 광주에서 KIA에 이긴 키움에 5위 자리를 내주고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허무한 결과를 맞이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탈락을 맞이하며 오히려 허탈함만 남겼다. 

야수들도 침묵해 사실 이기기 어려운 경기이기는 했다. 그러나 가진 전력을 100% 다 쏟아 부었는지는 의문이다. 투수 운영이 그랬다.

이날 SSG 선발은 신인 김건우였다. 이태양 오원석 최민준과 같이 선발 경험이 더 풍부한 선수들이 2~3이닝을 막는 오프너로 등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김건우를 선택했다. 구위가 앞서 있다는 판단이었다. 어쨌든 긴 이닝을 기대하는 게 아닌 만큼 벤치도 나름 모든 것을 감안해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려도 있었다. 이 중압감 넘치는 상황을 신인에게 맡기기에는 부담이 있다는 의견이었다.

실제 김건우는 1회 세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장지훈에게 배턴을 넘겼다. 장지훈이 무사 만루를 2점으로 막기는 했으나 선취점이 중요한 경기에서 이 실점은 뼈아팠다.

김건우를 빨리 포기하고 장지훈을 쓴 것까지는 좋았다. 3회 유한준에게 맞은 홈런도 어쩔 수는 없었다. 여전히 1점차였고, 이는 스윙 한 방으로 만회할 수 있는 점수였다. 장지훈이 4회까지 48개의 공을 던졌고 SSG는 5회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여기서 SSG는 베테랑 김상수를 선택했다.

그러나 남은 이닝이 5이닝이고, 또 연장이 없고, 일단 무승부만 해도 5위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 강력한 카드로 일단 앞을 틀어막는 게 나았다. 이기고 있다면 7~9회를 보고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1점 뒤진 상황에서 추가 실점은 스코어나 경기 분위기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SSG는 시즌 내내 김상수보다 더 중요한 상황에서 나선 서진용이 있었고, 서진용의 최근 페이스도 좋았다. 일단 kt의 발목은 잡아두고 뒤를 생각해야 했다.

아마도 김상수가 5회를 막아주면, 6회부터 9회까지는 서진용 박민호 김태훈 김택형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상수가 두 명의 주자를 깔았고, 뒤이어 등판한 김태훈과 박민호가 연이어 무너지면서 SSG는 5회에만 5점을 내주고 경기 주도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반대로 kt는 뒤는 생각하지 않고 일찌감치 고영표 카드를 투입하면서 결국 승리를 거뒀다. 

최민준이 6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분전했지만, 타선은 응답이 없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필승카드인 서진용 김택형은 써보지도 못하고 졌다. 143경기를 혼신의 힘을 다해 버틴 노력이, 한 경기 판단으로 모두 날아갔다. 6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그간의 고생 또한 상당 부분 퇴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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