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승부가 펼쳐진 승강 플레이오프가 외적인 요소로 그 가치를 다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 ⓒskysports 중계 화면 갈무리
[스포티비뉴스=강릉, 허윤수 기자] K리그의 마지막 경기에서 손에 꼽힐만한 명승부가 나왔다. 그러나 선수와 팬들은 온전히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다른 쪽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뺏어갔기 때문이다.

강원FC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1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대전하나시티즌에 4-1 역전승을 거뒀다. 합산 스코어 4-2로 앞서며 K리그1 잔류를 확정했다.

하루가 지났지만, 여전히 뜨거운 감자는 볼보이다. 상황이 홈팀 강원에 유리하게 흘러가자 고의로 시간을 지연했다.

볼보이 또한 홈 이점이다. 강원의 최용수 감독 역시 홈 이점은 전 세계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한 시간 지연 행위가 아니었다. 자리에 그대로 있거나 오히려 반대로 공을 던져주기도 했다. 할 일을 망각한 채 이점이라 불릴 수 있는 선을 넘었다.

대전 관계자는 중요한 경기인만큼 더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외적인 요인으로 지장을 주면 안 되는데 정도가 지나친 부분이 있다.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답답해하던 대전 선수들은 육상 트랙까지 직접 공을 주우러 가기도 했다. 종합운동장 구조상 마음 급했던 선수가 그라운드와 육상 트랙을 오가다 다쳤다면 그때도 홈 이점이라고 답할 수 있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홈 경기 관리는 홈 팀이 한다. 그에 따른 매뉴얼도 있다. 볼보이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몇 명으로 구성되고 시간을 지체해선 안 되고 공을 선수 방향으로 줘야 한다 등의 내용이다라며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홈 팀의 책임과 교육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건 볼보이 역할을 맡은 이들이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점이다.

이날 볼보이는 강원의 유스 팀은 강릉제일고등학교 선수들이 맡았다. 현장에서 프로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며 동기를 얻고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자리다. 나아가 한국 축구의 자산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자원이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행위를 했다는 게 실망스럽다. 희망을 품고 미래를 이끌어줘야 할 선수들이기에 더 씁쓸한 이유다.

지난해 한 구단의 취재를 위해 방문했을 때 볼보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다들 롤모델로 삼는 프로 선수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 해 차례를 기다리며 볼보이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에는 경기장을 찾기 어려워졌다. 함께 운동하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일반 친구들도 부러워한다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이번 일과 맞물려 상기해보니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한편 강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유스 선수다 보니 승리욕이 생겼다고 하더라. 고의로 지시를 내린 건 절대 아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교육하고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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