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에서 함께 뛰게 된 경찰야구단 동기 김인태(왼쪽)와 강진성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김)인태가 연락을 먼저 줬어요. 같은 팀에 와서 잘해보자고 하더라고요. 나도 잘 부탁한다고 했죠."

NC 다이노스 강진성(28)은 22일 마음이 복잡한 하루를 보냈다. 두산 베어스가 NC로 이적한 FA 외야수 박건우(31)의 보상선수로 강진성을 선택했다. 2011년 NC 창단 멤버로 시작해 지난해 통합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강진성으로서는 서운한 마음부터 든 게 사실이었다. 

보상선수 발표 직후 힘든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 때 두산 외야수 김인태(27)가 연락을 줬다. 강진성과 김인태는 2013년 시즌을 마치고 나란히 경찰야구단에 입단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당시 강진성은 프로 데뷔 2년차, 김인태는 1년차였다. 올해 각각 프로 10년차, 9년차를 맞이한 둘은 다시 한번 같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어 반가운 마음이 컸다.

김인태는 "(강)진성이 형이랑 경찰청 동기다. 기사를 보자마자 전화 통화를 했다. '또 같은 팀에서 운동하네요'라고 인사했다. 워낙 착한 형이고 좋은 형이다. (박)계범이, (강)승호가 왔을 때처럼 팀에 적응을 빨리할 수 있게 도움을 주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두 친구가 마주한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두산은 박건우가 빠진 우익수 자리에서 김인태와 강진성이 경쟁을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진성은 1군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최근 2시즌은 주전 1루수로 활약했지만, 외야수로도 경험이 풍부하다. 올해 주전 1루수로 자리를 굳힌 양석환(31)이 있기에 강진성은 우익수 또는 오른손 대타 요원으로 쓰임이 더더욱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진성은 자신을 반갑게 맞이해 준 동생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과 관련해 "경쟁도 경쟁이지만, 두산 외야에 왼손 타자가 많아서 오른손 타자인 내가 가면 플러스 요소가 될 것이다. 가서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경쟁은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잘 준비해보려 한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김인태 역시 "경쟁한다고 해서 안 친하게 지낼 이유도 없다. 진성이 형도 진성이 형의 장점이 있을 것이다. 서로 도와주는 게 맞다. 우리 팀 자체가 그런 팀이다. 서로 경쟁하면서도 좋은 것은 공유하는 팀이다. 우리 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예고했다.  

경쟁 구도와 별개로 강진성은 두산에서 확실히 자리를 잡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NC에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지금은 다 감사하다. 어떻게 보면 무명이 길었다. 2군을 오갈 때 끝까지 기다려줘서 감사했다. 지난해 우승도 경험하고 두산이라는 좋은 팀에 갈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 가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1루수만 고집할 생각도 없다. 팀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잘하면 내 가치가 그만큼 올라간다. 어느 포지션이든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해서 공백을 채우려 한다. 외야가 지금은 조금 낯설지만, NC에서 2년 동안 풀타임을 뛰면서 1군에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강진성은 지난해 121경기, 타율 0.309(395타수 122안타), 12홈런, 70타점으로 데뷔 이래 최고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올해는 124경기 타율 0.249(406타수 101안타), 7홈런, 38타점으로 주춤했다. 발에 생긴 부상이 잘 낫지 않다 보니 밸런스가 깨지면서 위축되고 자신감마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오히려 올해 한번 실패를 경험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강진성은 "지난해는 말 그대로 뭣도 모르고 해볼 때까지 해보자 했더니 좋은 성적을 냈다. 주위에서 '이렇게 잘하면 내년에 힘들다'고 2년차 징크스를 이야기할 때 '괜찮다, 그런 게 어디 있냐'고 하면서도 걱정했다. 그런데 몸이 안 따라와서 아쉬웠다. 올해 주춤하고 못 했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감 없이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발 상태도 좋아졌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김인태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함께 만개하길 기대했다. 강진성은 "인태한테 잘 부탁한다고 했다. 새로운 팀에 가서 빨리 잘 적응해야 할 것 같다. 두산이 7시즌 동안 한국시리즈에 간 강팀이니까. 잘 녹아들어서 가을야구를 또 할 수 있게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든 NC를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강진성은 "창단 때부터 함께했다. 10년 동안 창원에서 생활하다 팀을 옮기니 착잡하고 마음이 아프다. 감독님, 코치님, 스태프들 다 감사했고, 팬들도 '1일1깡'이라는 좋은 별명을 붙여주셔서 감사했다. 가족과 같은 좋은 사람들과 헤어지니 마음이 아프지만, 내가 두산에 가서 잘한다면 서로 다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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