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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가 희망이다②] 선수 11명으로 41연패 끝 1승…유채꽃처럼 피어나는 제주고의 꿈

작성일: 2022.02.21 12:35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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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OTV 고교야구 해설위원인 스포티비뉴스 이재국 기자가 제주고 박재현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에게 야구공(공인구)을 전달하자 선수들이 모자를 하늘로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 SPOTV 고교야구 해설위원인 스포티비뉴스 이재국 기자가 제주고 박재현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에게 야구공(공인구)을 전달하자 선수들이 모자를 하늘로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 고교야구가 희망이다 ②제주고등학교

- SPOTV 고교야구 시리즈, 야구공 지원 프로젝트

- 해체 직전까지 갔던 제주도 유일의 고교야구팀

- 작년 등록선수 11명…41연패 후 1049일만의 1승

- 올해 선수 21명으로 증가…야구팀 구색 갖춰

- 제주고의 꿈 “우리도 TV 중계 타보고 싶어요”

 

[스포티비뉴스=제주, 이재국 기자] “제주고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주도는 야구 불모지로 꼽힌다. 제주 지역에 야구부가 있는 고등학교는 제주고등학교가 유일하다. 초등학교는 2개(제주남초, 신광초)이며, 중학교도 1개(제주제일중)뿐이다.

제주고 야구부는 제주관광산업고 시절이던 2002년 창단했다. 2008년부터 교명이 제주고등학교로 바뀌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사이 고비도 많았다. 2019년에는 실제로 해체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웠다.

2020년에는 등록선수가 14명이었고, 지난해에는 11명까지 줄었다. 3학년은 한 명도 없었고, 2학년 8명에 1학년 3명이 전부였다. 포지션별로 나누기도 어려웠다. 투수 6명에 야수 5명. 경기에서 등판하지 않는 투수는 사실상 모두 야수로 나가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해 5월 29일 주말리그 후반기 첫 경기에서 부산공고에 10-3,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것. 다른 팀에겐 흔하디흔한 1승일지 몰라도 단 11명의 선수로 싸운 제주고로선 남다른 승리였다. 무엇보다 2018년 7월 15일 이후 41연패를 끊고 무려 1049일 만에 맛본 기적 같은 1승이기에 더욱 감격적이었다.

SPOTV는 고교야구를 살리고 붐을 확산하기 위해 '고교야구 시리즈'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5대 전국대회 생중계는 물론 KBO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고교 최고 유망주를 소개하는 '고교야구 탑티어 20'를 기획해 고교야구의 순수 열정과 각본 없는 드라마의 감동을 팬들에게 전달해 왔다.

올해는 시즌에 앞서 '고교야구가 희망이다' 코너를 신설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도전을 통해 꿈과 희망을 만들고 감동의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는 학교를 선정해 야구공(공인구)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첫 번째 서울컨벤션고에 이어 두 번째 주인공은 '절망의 벽'에서 '희망의 유채꽃'으로 피어나고 있는 제주고다.

◆ 지난해 선수 11명에서 올해 21명 ‘시끌벅적’

지난해 11명으로 1049일 만에 기적 같이 올린 1승은 제주도 내에 큰 화제를 몰고 왔다. 지역 방송국과 신문에서 연일 대서특필했을 정도다.

예전엔 중학교 선수들이 고교 진학 시 너도나도 뭍으로 나갔지만, 올해는 제주제일중 졸업반 선수 전원(9명)이 제주고로 진학했다.

지난해 제주고 감독으로 부임한 박재현(49) 감독이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며 발품을 판 데다 부모들 사이에서도 “아들을 제주고에 보내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11명에서 올해는 이보다 두 배 가까운 21명의 선수를 확보하게 됐다.

박 감독은 “지난해 감독으로 처음 왔을 때 투수와 야수를 구분조차 할 수 없었다.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 투수들이 모두 야수로 나가야 되는 상황이었다. 올해는 투수와 야수가 파트별로 따로 훈련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달라진 점이다. 다른 학교는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서는 매우 큰 변화다”라며 웃었다.

kt(2014~2016년)와 삼성(2017~2020년)에서 코치를 지낸 박 감독은 지난해 3월 1일 제주고 감독 부임 후 선수들에게 긍정의 힘을 심어줬다. 코치와 선수들이 부정적인 말을 하면 그 자리에서 세 번씩 긍정적인 말을 하도록 유도했다.

생각은 말을 바꾸고, 말은 행동을 바꿨다. 선수들은 “우리가 어떻게 이겨?”라는 생각 대신 “할 수 있다”를 되뇌었다. 경기에서 패배를 거듭해도 어두웠던 선수들의 표정엔 웃음이 피어났다. 그러더니 결국 41연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꿈 같은 승리를 만들었다.

박 감독은 “우리 팀 실력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작년에 비해 수비력은 확실히 좋아졌다. 올해 들어오는 1학년 신입생 중에 3~4명은 경기에 뛸 수 있어 선수 가용자원도 늘었다”며 반겼다.

▲ 제주고 주장 장민성(오른쪽)을 비롯한 선수들이 방망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고는 지난해 11명의 선수로 1049일 만에 1승을 거두는 기적을 만들었다. ⓒ제주, 이재국 기자
▲ 제주고 주장 장민성(오른쪽)을 비롯한 선수들이 방망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고는 지난해 11명의 선수로 1049일 만에 1승을 거두는 기적을 만들었다. ⓒ제주, 이재국 기자

◆ “1승을 넘어 SPOTV 중계 타보고 싶어요”

SPOTV 고교야구 시리즈의 일환으로 공인구를 지원받은 제주고는 더욱 고무된 표정이다.

박 감독은 공인구를 건네받은 뒤 “올해 고교 야구팀이 8개나 늘어나 협회에 등록된 고교팀 수가 92개 팀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 우리 학교가 선정됐다고 하니 정말 영광이다. 고교야구 중계권사인 SPOTV가 멀리 제주도까지 신경을 써 주셔서 선수들을 대표해 감사드린다”면서 “선수들이 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제주도에도 야구붐이 일어날 수 있도록 팀을 잘 이끌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제주고 선수들은 지난해의 1승으로 큰 자신감을 얻었다. 학교 측에서도 이에 고무됐다. 2019년 모교로 부임한 고용철 교장선생님은 “선수들이 학교생활도 잘하고 이제 야구부에 대해 학부모들 민원도 없다”면서 더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실제로 학교 내에 있는 야구장부터 대대적인 변신을 하고 있다. 백스톱 그물과 바닥 안전매트가 새롭게 설치됐고, 딱딱한 벽에는 안전펜스를 부착하는 공사를 진행했다. 선수들을 위한 휴게실과 탈의실도 만들 예정이다.

▲ 제주고는 지난해 기적 같은 1승을 거둔 뒤 야구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딱딱하던 제주고 펜스가 안전펜스로 바뀌면서 선수들도 부상에 대한 걱정을 덜고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제주, 이재국 기자
▲ 제주고는 지난해 기적 같은 1승을 거둔 뒤 야구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딱딱하던 제주고 펜스가 안전펜스로 바뀌면서 선수들도 부상에 대한 걱정을 덜고 야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제주, 이재국 기자

 

3학년에 올라가는 주장이자 주전 3루수 장민성은 지난해 1승을 거둘 때 7회 3점홈런을 때려 콜드게임을 완성한 주인공. 그는 “SPOTV에서 새 야구공을 지원해 주셔서 기분이 좋다. 우리에게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제주고가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작년에 TV로 다른 학교 경기 중계를 지켜만 봤는데 우리도 8강에 가서 SPOTV 중계를 타 보고 싶다. 올해는 1승이 아니라 5승을 하고 싶다”며 순박한 미소를 지었다.

▲ 2022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에 지명된 김재혁은 제주도에서 초중고를 나온 최초의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제주고 앞에 플래카드가 걸렸다. ⓒ제주, 이재국 기자
▲ 2022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에 지명된 김재혁은 제주도에서 초중고를 나온 최초의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제주고 앞에 플래카드가 걸렸다. ⓒ제주, 이재국 기자

그동안 제주고 출신 KBO 선수는 드물게 배출됐다. 2008년 롯데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김수완이 있었고, 현역 선수로는 삼성 주장 김헌곤과 SSG 투수 조영우 등이 왕성한 활약을 하고 있다. 2014년 LG에 1차지명된 임지섭은 재기를 꿈꾸고 있다. 이들은 모두 육지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다 제주고를 졸업한 선수들이다.

2022년 삼성 2차 2차운드에 지명된 신인 외야수 김재혁은 제주도에서만 ··(제주남초-제주제일중-제주고)를 나온 최초의 KBO 선수다. 다만 대졸(동아대)로 지명됐다. 제주고는 올해 제주도 ··를 나온 최초의 고졸 지명 선수 배출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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