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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김태훈의 등산… “내 자리 있다고 생각 안 해, 더 잘하겠다”

작성일: 2022.02.28 18:37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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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년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로 뭉친 SSG 김태훈 ⓒ곽혜미 기자
▲ 지난 2년의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로 뭉친 SSG 김태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서귀포, 김태우 기자] SSG 좌완 불펜 김태훈(32)은 지난해 3~4월 11경기에서 14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26의 근사한 성적을 거뒀다. 팀이 어려울 때 마운드에 올라 위기를 막아내곤 했다. SSG가 초반 레이스를 순조롭게 넘길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동력 중 하나였다. 많은 팬들은 그가 가장 좋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김태훈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당시 김태훈은 “성적은 좋은데 생각보다 구속이 잘 올라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시즌 준비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 셈이었다. 여기에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한 부위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김태훈은 “통증은 없었다. 그런데 근육이 자꾸 뭉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전반기까지는 13개의 홀드를 올리는 등 그럭저럭 좋은 성적이었지만, 몸은 1년을 버티지 못했다. 후반기 28경기에서의 평균자책점은 6.55였다. 이미지는 불안하게 바뀐 채 다시 시즌이 끝났다. 2018년과 2019년 좋은 성적을 거두며 팀 불펜의 핵심으로 떠오른 김태훈은, 그 후 2년은 하락세를 반전시키지 못한 채 마쳤다. 제법 높은 산까지 올라간 만큼, 추락의 폭과 골짜기를 경험한 상처도 그만큼 컸다. 

항상 유쾌한 선수로 알려져 있지만, 2년을 회상하는 김태훈의 목소리에 웃음기는 없었다. 그는 “2년 동안 자존심도 많이 깎이고, 연봉도 많이 깎였다”고 했다.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다시 시작하자는 독한 마음을 먹었다. 김태훈은 “좋았던 시즌을 생각하면서, 더 잘할 수 있게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오프시즌을 돌아봤다. 

김태훈은 “타자와 승부를 해야 하는데 정작 나한테 불안한 게 있었다”고 했다. 교훈은 결국 철저한 몸 관리였다. 곽현희 코치와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협의해 겨우내 성실하게 운동을 했다. 가동성·밸런스·유연성에 초점을 뒀다. 그 결과 체중 감량은 물론 몸에 유연성이 생기고 회전력이 좋았다는 평가가 캠프 내에서 나온다. 김태훈도 “공을 던지는 게 조금 편하다. 회전 같은 게 더 잘 되고 있다. 힘을 쓰면 제구가 안 되는 법”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말을 증명한 건 27일 열린 팀 내 첫 연습경기였다. 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으며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구속도 나쁘지 않았다. 주목을 받은 건 호쾌하게 돌아가는 몸이었다. 경기를 지켜본 동료들 모두 “좋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계속 연습하고 있는 체인지업이 두 차례 루킹삼진을 모두 이끌었다. 2S 상황에서 슬라이더를 생각한 타자들은 마지막 순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휘는 체인지업을 물끄러미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김태훈은 “2S에서 모두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괜찮았던 것 같다”고 했다.

지난 몇 년은 확실한 좌완 필승조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김택형이 마무리로 가더라도 다른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김원형 SSG 감독 또한 김태훈의 개막 엔트리 합류를 확정하지 않았다. 끝까지 지켜본다는 속내다. 2년의 골짜기는, 그렇게 꽤 깊었다. 김태훈도 이제 자신에게 우선권이 없다고 순순하게 인정했다.

그래서 투지가 더 타오른다. 김태훈은 “캠프에 갔을 때 내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 건 2019년 당시 마무리로 내정됐을 때밖에 없었다. 그 외에는 내 자리가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면서 “연습경기, 시범경기를 통해서 내 자리를 만들어 나가겠다. 스트라이크존도 넓어졌으니 지난 2년보다는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김태훈의 등산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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