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샷→구급차→3시간 뒤 특타… 150억 사나이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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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처음에는 많이 놀랐죠”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시범경기 최종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종국 KIA 감독은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28일 SSG전 1회 도중 상대 투수 오원석의 패스트볼에 헬멧을 맞은 나성범(33·KIA)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다. 오원석의 공은 나성범의 우측 어깨를 살짝 스친 뒤 얼굴로 날아가 큰 충격을 안겼다. 모두가 얼어붙었다.
다행히 안면을 보호할 수 있는 이른바 ‘검투사’ 헬멧을 쓰고 있어 화를 면했다. 가벼운 타박상을 제외하면 다른 쪽에 문제는 없었다. 모두에게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아니었다면 중상이 불가피했지만, 말 그대로 하늘이 도운 것이다. 김 감독은 “처음에는 많이 놀랐다. 다만 (더그아웃에) 들어왔을 때 붓지도 않고 검사 결과도 단순 타박이 나왔다. 다행이다 싶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찔한 상황 이후 KIA는 신속하게 대응했다. 의식이 있었고 외견상 아주 큰 문제는 없어도 곧바로 구단 지정병원으로 이동해 정밀검사를 받도록 했다. 민감한 부위라 상태가 언제 악화될지 몰랐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구급차를 이용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1시간 이상이 흘러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은 나성범은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일찍 퇴근해 안정을 취해도 상관이 없었는데 나성범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방망이를 잡았다. 경기 후 특타를 자청했다. 본의 아니게 이날 경기에서 빠져 타석 손해를 봤으니, 경기 후에라도 만회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최형우 등과 함께 야밤의 특타를 한 나성범은 몇몇 타구를 담장 너머로 날려 보내며 기분을 전환했다. 스윙은 힘찼다. 그 성과는 바로 다음날 드러났다. 29일 SSG전에 선발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나성범은 노경은을 상대로 우월 투런포를 치며 건재를 과시했다. 시범경기 최종전에서 기분 좋은 손맛을 보며 정규시즌 준비가 다 끝났음을 보여줬다.
공을 맞은, 그것도 얼굴에 맞은 타자의 심리 상태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문자 그대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는 공이 무서운 게 정상이다. 그러나 나성범은 공을 맞은 뒤 3시간 후 다시 그 공을 치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대단한 멘탈이었다. 올해부터 앞으로 6년간 최대 150억 원을 받는 사나이는, 강인함과 책임감이 기저에 깔린 멘탈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김종국 감독도 ‘야밤의 특타’에 대해 내심 흐뭇해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에 대한 선수단의 각오라고도 볼 수 있다. 잘하려고 하고, 그 정도는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면서 “운동선수는 그런 투지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성범을 보는 동료들도 느낀 것이 있었을 법한 하루였다. 영향력이 큰 개인이 조직을 바꿔가는 아주 전형적인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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