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피겨 퍼포먼스] 韓 피겨, 김연아 이후 역대 최고 전성기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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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2021~2022 피겨 스케이팅 시즌이 막을 내렸습니다. 애초 지난달 열릴 예정이었던 이 대회는 한 달 연기 되면서 시즌 마지막 무대가 됐죠.
한국 피겨 스케이팅은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서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2008년생이자 아직 150cm가 되지 않는 작은 소녀 신지아(14, 영동중)가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는 김연아(32) 이후 한국 선수들에게 정복하기 힘든 ‘거대한 탑’이었습니다. 다른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유망주들이 이 대회에 도전했지만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죠. 2017년 임은수(19, 고려대)가 여자 싱글에서 4위, 차준환(21, 고려대)이 남자 싱글에서 5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김연아가 2006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최근 이 대회에 도전한 이는 이해인(17, 세화여고)이었습니다. 2019~2020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이해인은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2회 연속 우승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 5위에 머물며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은 다시 한번 한국 피겨 스케이팅을 외면했습니다.
신지아는 18일(한국시간) 에스토니아 탈린의 톤디라바 아이스홀에서 열린 2022년 ISU 피겨 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총점 206.01점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206.55점으로 우승한 이사보 레비토(15, 미국)와 점수 차는 불과 0.54점이었습니다.
신지아가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206.01점은 한국 피겨 여자 싱글 주니어 사상 역대 최고 점수입니다. 또한 만 13살에 은메달을 따내며 14살에 주니어 선수권대회 첫 메달(은메달)을 획득한 김연아의 기록도 넘어섰죠.
주목할 점은 신지아의 활약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함께 출전한 윤아선(15, 광동중)도 개인 최고 점수인 195.87점을 받으며 4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두 번째 출전한 위서영(17, 수리고)은 186.72점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세 명의 선수가 모두 '톱10'이 아닌 '톱5'를 기록한 점은 주목할만한 결과입니다.
지난달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열린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유영(18, 수리고)이 5위 이해인이 7위를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동반 톱10’에 성공했죠. 또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는 차준환이 남자 싱글 5위, 유영과 김예림(19, 단국대)이 각각 여자 싱글에서 6위와 9위를 차지했습니다.
또한 지난 1월에 열린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차준환이 한국 남자 피겨 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여기에 이해인은 여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거머쥐었고 김예림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러한 발자취를 볼 때 올 시즌 한국 피겨는 김연아 이후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화려한 빛이 있으면 당연히 그림자도 존재하죠. 올 시즌 한국 피겨 스케이팅은 역대 최고의 행보를 보여줬지만 아쉬움도 있습니다. 차준환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부츠가 고장 나는 뜻하지 않은 불운으로 프리스케이팅을 기권했습니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 뛰지 못했고 함께 출전한 이시형(22, 고려대)은 18위에 머물며 차기 대회 출전권은 2장에서 한 장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유영은 여자 싱글 메달 후보로 거론됐죠. 올 시즌 빡빡한 일정을 걸어온 유영은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뒀지만 모처럼 찾아온 메달 기회를 놓친 점은 분명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럼에도 올 시즌 한국 피겨는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유영과 이해인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반 10위권에 진입하며 차기 대회 여자 싱글 출전권 3장을 따냈습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처럼 굵직한 국제 대회 출전권이 한 장 늘어나는 점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또한 경쟁력도 상승해 선수들의 기량 향상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음 시니어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는 내년 3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립니다. 현 국내 최강자인 유영과 이에 도전하는 김예림, 이해인은 물론 시니어 무대로 데뷔할 선수들의 경쟁은 올림픽 선발전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점쳐집니다.
유영과 이해인은 차기 시즌 ISU 시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 출전권을 확보했죠. 김예림은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출전이 무산됐습니다. 그러나 김예림이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점과 올림픽에서 9위에 오른 점을 고려할 때 그랑프리 2개 대회에 초청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도 국제대회에 설 폭이 넓어졌습니다.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한국 선수 3명이 5위권에 진입하며 차기 대회 출전권 3장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다음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 남녀 싱글 출전권 14장을 예약했죠.
올 시즌 한국 선수들의 국제 대회 선전은 차기 시즌 풍성한 볼거리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2년간 국내 선수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국제대회에 설 기회를 잃었습니다. 여기에 전지 훈련이 어려워지는 등 선수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됐죠.
불모지나 다름없는 아이스댄스도 2018년 이후 한줄기 빛이 스며들었습니다. 임해나(17)-예콴(20) 조는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아이스댄스 최종 6위에 오르며 한국 피겨 역대 최고 타이기록을 세웠습니다. 저변이 열악한 한국 피겨 스케이팅은 현실적으로 남녀 싱글을 비롯한 모든 세부 종목 선수들이 출전하는 팀 경기 출전이 불가능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스댄스의 약진의 고무적이죠.
기회가 늘어난 만큼 차기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와 각종 국제 대회 선발전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한국 선수들이 김연아 이후 국제대회에서 가장 선전하고 있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결코 선수층이 두꺼워지거나 저변이 넓어진 것은 아니죠.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며 스케이트를 신고 있는 유망주들은 늘어났지만 중도 포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여자 싱글에만 몰리는 '쏠림 현상'도 개선되지 않고 있죠.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열린 2021~2022 시즌은 경직된 피겨 스케이팅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 터졌습니다. 피겨 스케이팅 강국으로 군림한 러시아는 ‘카밀라 발리예바 사태’로 위상이 떨어졌죠. 여기에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로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 기회도 잠정적으로 사라졌습니다.
발리예바의 금지 약물 도핑 테스트 파문이 커지자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나이 제한 변경을 해결 방안으로 내놓았습니다. 실제로 ISU는 올림픽이 진행 중인 지난 2월 18일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의 시니어 대회 출전 최저 연령을 만 15살에서 17살로 올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방안은 오는 6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2년 ISU 총회에서 의제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또한 어린 선수들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점프 기술에 얽매이는 상황도 도마 위에 올랐죠. 상황은 지켜봐야겠지만 현재 분위기를 볼 때 룰이 변경될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만약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면 재빨리 발맞춰 나가야 국제 경쟁력이 탄탄해집니다. 2021~2022 시즌은 이래저래 탈도 많았고 잔뜩 고였던 고름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시기였습니다. 올 시즌 한국 피겨 스케이팅은 김연아 이후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도약의 시험대가 될 2022~2023 시즌 준비에 들어갈 시간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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