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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 ‘망각의 힘’을 깨달았다… 박성한이 더 성장했다는 증거

작성일: 2022.04.30 12:51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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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경험을 발판 삼아 더 성숙한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는 박성한 ⓒ곽혜미 기자
▲ 지난해 경험을 발판 삼아 더 성숙한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는 박성한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해 이맘때, SSG 주전 유격수 박성한(24)은 스스로와 싸우는 선수였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실책에 몸과 마음이 작아졌다. “괜찮다. 자신 있게 하라”는 선배들의 조언은 고마웠다. 그러나 마음 한켠의 부담감을 다 지우기는 역부족이었다. 

박성한은 당시를 떠올리며 “차라리 타구가 내 앞으로 오지 않기를 바랐다. 오더라도 평범한 타구만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을 못 믿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팀 내야 수비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유격수로서는 이런 작아진 멘탈이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그러나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를 치유하고, 상처 위에 굳은살이 나기 시작하면서 박성한은 부담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하루 못하면 다음 날 2군행을 걱정해야 할 선수가 아니다. 지난해 135경기에서 쌓은 타율 0.302의 성적, 그리고 갈수록 안정감을 찾은 수비력을 통해 확고부동한 주전 유격수로 거듭났다. 이제는 전체적인 성적에서 KBO리그 최고 유격수에 도전할 만한 자격을 갖춰가고 있다. 플레이에도 여유가 생겼고, 더 이상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지난해 초반까지 박성한의 경기를 복기해보면 실책이 나온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경기력 차이가 제법 있었다. 실책이 나오면 공·수 모두에서 움츠려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박성한은 지난해 21경기에서 실책을 기록했는데 이중 9경기에서는 타석에서도 무안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른 양상이 읽힌다. 실책을 한 날도 툭툭 털어내고 그 다음 상황에 집중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올해 첫 실책은 시즌 12번째 경기였던 4월 15일 인천 삼성전에서 나왔다. 팀이 4-0으로 앞선 3회 평범한 타구를 잘 잡았지만 1루 송구가 빗나갔다. 마운드에는 대선배인 김광현이 올라 있었고, 팀의 연승 행진이 끊긴 직후라 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박성한은 빨리 잊었다. 이미 1회 안타를 친 상황에서 실책 후 곧바로 찾아온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랐고, 그 다음 타석에서는 안타를 쳤다. 수비는 더 흔들리지 않았다.

29일 인천 두산전에서도 경기 시작 직후인 1회 실책이 나와 실점의 빌미를 줄 뻔했다. 썩 좋지 않은 출발이었다. 그러나 다음 상황을 보면 1회를 최대한 빨리 잊었음이 드러난다. 8회 우전안타를 쳤고, 연장 10회에는 우월 동점 투런포를 쳐 패배 위기에 빠진 팀을 수렁에서 구해냈다. 결국 SSG는 연장 12회 오태곤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8-7로 이기고 중요한 경기를 잡았다.

모든 기분이 좋을 때는 선수의 경기력도 그에 맞게 리듬을 타기 마련이다. 문제는 매 경기, 매 순간마다 기분이 좋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쁜 기억을 빨리 잊는 것 또한 선수의 중요한 능력이다.

지난해 이맘때 박성한은 나쁜 기억에 사로잡혀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지 못했던 선수였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빨리 잊고, 스스로 기분을 전환할 줄 아는 성숙한 선수가 됐다. 타율 3할이나 최고의 수비력은 항상 달성하기 어렵겠지만, 그런 깨달음을 유지한다면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는 명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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