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용 ⓒ한국프로축구연맹
▲ 기성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상암, 김건일 기자] 기성용(33)이 패스를 뿌리자 황인범(26)이 다리 사이로 공을 흘렸다.

순식간에 상대 수비진이 허물어졌다. 컷백이 후방으로 전달됐고 윤종규가 환상적인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FC를 무너뜨린 세 번째 골 장면. 황인범에게 기성용과 함께 뛰는 소감을 묻자 "너무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던 기성용과 그를 우상으로 여겼던 '포스트 기성용' 황인범의 인연은 스치듯 짧았다.

황인범은 2018년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되면서 당시 주장이었던 기성용과 만났다. 하지만 기성용이 2019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 마크를 반납하면서 다시 만날 수 없게 됐다.

이랬던 둘은 FC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임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황인범은 단기 계약으로 FC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발가락 골절 부상 중이었던 황인범은 회복한 뒤 지난 5일 전북 현대와 경기에서 서울 선수로 데뷔전을 치렀고, 이날 경기에서 두 번째 경기에 나섰다. 기성용과 두 번째 호흡이었다.

황인범은 "어렸을 때부터 우상이라고 생각했던 선수들이 자철이형, 성용이형 등이다"며 "대표팀에 2018년 들어갔다. 성용이 형과 긴 시간 함께하지 못했지만 나에게 좋은 추억이었다. 짦은 기간에 많은 것들을 빼오고 싶어 했던 것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돌아봤다.

이어 "클럽 팀에서 만남과 대표팀에서 만남은 조금은 다르지만, 내가 생각했을 땐 성용이 형은 대한민국 최고 미드필더 중 한 명이다. 나에겐 다른 세계에 있는 선수다"라고 치켜세웠다.

▲ 2019년 동아시안컵에서 황인범은 기성용을 대신해 한국 중원을 책임졌다.
▲ 2019년 동아시안컵에서 황인범은 기성용을 대신해 한국 중원을 책임졌다.

FC서울엔 기성용과 황인범뿐만 아니라 국가대표가 즐비하다. 이날 수원FC와 경기에 황인범과 기성용을 포함해 나상호, 조영욱 윤종규 등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대거 나섰다.

교체로 투입된 뒤 기성용의 도움을 받아 팀 두 번째 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린 신인 김신진은 "신인 선수 입장에서 다른 팀보다 서울이 좋은 부분은 대단한 선수들, 좋은 영향력 가진 형들이 많다. 그런 부분을 많이 배우면서 느낄 수 있는 게 신인으로서 혜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인범은 "나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어린 친구들이 이런 시간들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의 발전이 이루어졌을 때 서울이 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FC서울은 수원FC를 3-1로 꺾었다. 황인범의 FC서울데뷔전 승리. 육성 응원 허용 후 처음으로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엔 1만2000 관중이 몰렸다.

황인범은 "프로 선수라면 홈에서만큼은 몇 분이 찾아오든 그분들을 위해서 90분 동안 뛰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오늘은 선수들끼리 이야기했고 또 홈 데뷔전인 만큼 반드시 이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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