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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풀어놓은 짐승에 한계가 있겠나… 완급조절의 미학, 불혹의 질주

작성일: 2022.05.11 06:0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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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혹의 나이에도 한계 없는 질주를 보여주고 있는 SSG 김강민 ⓒ곽혜미 기자
▲ 불혹의 나이에도 한계 없는 질주를 보여주고 있는 SSG 김강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김강민(40‧SSG)은 어쩌면 자신의 위치를 너무나도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2020년 시즌을 맞이할 때쯤, 이미 주전 욕심을 버렸다. 누구도 그렇게 시킨 게 아닌데, 좌완을 상대로 한 백업 외야수로 자신을 정의했다.

그래서 훈련도 좌완에 초점을 맞추고 했다. 나갈 때 팀에 확실하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김강민은 “생각을 해보니 왼손을 상대로 잘 쳤을 때의 연습 루틴이 있었다. 항상 그렇게 준비를 했더라. 그대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과는 좋지 않았다. 우완을 상대로 한 타격이 너무 안 됐다.

팀은 김강민을 계속 필요로 했다. 좌완은 물론 외야수들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 가장 먼저 호출되는 선수가 김강민이었다. 결과적으로 맞춤형 준비는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올해는 준비 방식을 바꿨다. 김강민은 “올해는 그런 게 없었다. 정경배 코치님이 내가 안 좋을 때의 모습이 어떤지 워낙 잘 아신다”고 했다. 그렇게 짐승은 들판에, 어떠한 속박도 없이 나갔다.

이미 만 40세의 나이. 그러나 들판에 자유롭게 풀린 짐승은 한계가 없다. 김강민은 10일까지 시즌 28경기에 나가 타율 0.315, 7타점을 기록 중이다. 기록은 화려하지 않을 수 있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 번뜩이는 방망이와 여전한 수비력을 자랑한다. 득점권 타율이 0.471에 이른다. 벤치에서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베테랑의 매력이다.

김강민은 “조금씩 타격감이 좋아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빵 터졌다”고 웃으면서 “결과가 잘 나오고, 공도 잘 보이고 이대로 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거기서부터 좋았다”고 떠올렸다. 잠시 가벼운 부상도 있었지만 금세 회복했다. 김강민은 “우리 트레이너 파트에서 가만히 두지를 않는다”고 웃으면서도 “몸 상태가 좋으니까”라고 덧붙였다. 마흔의 나이에도 신체적 나이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잘 맞을 때, 컨디션이 좋을 때는 누구나 주전으로 나가길 원하기 마련이다. 그때는 힘든지도 모르고 뛴다. 그러나 이 베테랑은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김강민은 “최근 계속 뛰고 있기는 한데 언제 다칠지, 언제 퍼질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한 번 퍼지면 다시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예전보다) 더 걸린다는 것”이라고 웃었다. 이어 “내 나이까지 수비를 하는 선수가 없어서 참고할 만한 사례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속도조절을 한다. 달리고 싶어도 참는다. 시즌을 완주하려면 적절한 분배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전으로 연속해서 나갈 수 있는 범위를 2~3경기로 잡는다. 지금이야 추신수가 수비를 할 수 없어 외야 수비가 급한 것도 있지만, 추신수가 수비에 들어오면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김강민은 "그때가 되면 감독님한테 강화에 한 번 다녀오겠다고 말해야겠다"고 농담을 덧붙여 미소지었다.

이 팀 분위기를 시즌 끝까지 느끼고 싶은 욕심도 있다. 왕조 시절 세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김강민은 “(이런 초반 성적이) 2010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30승9패를 했었다”고 떠올리면서 “당시 경기와 결은 다르지만 지금이 그런 느낌이다. 다 잘하고, 다 열심히 한다. 사기가 충만하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후배들을 치켜세웠다. 하지만 후배들은 오히려 그런 김강민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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