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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팔 영건과 No. 61, 그리고 박찬호…야구가 재밌다는 장재영 이야기[SPO 인터뷰]

작성일: 2022.05.17 05:30 고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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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우완투수 장재영이 15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고봉준 기자
▲ 키움 우완투수 장재영이 15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고봉준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지난해 프로 입단 당시 9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금을 받아 ‘9억팔’이라는 별명이 생긴 키움 히어로즈 우완투수 장재영(20)은 올 시즌 도중 변화 하나를 택했다. 데뷔 때부터 달았던 59번을 내려놓고 61번을 새로 유니폼으로 새겨넣었다.

운 좋게 챙긴 새 등번호다. 당초 키움 61번의 주인공은 양기현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오주원의 백넘버 15번을 양기현이 최근 넘겨받으면서 61번이 비게 됐고, 장재영이 새 주인이 됐다.

kt 위즈전이 있던 15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난 장재영은 “어릴 때부터 숫자 1과 6을 좋아했다. 그래서 등번호를 정할 때 웬만하면 1이나 6이 들어간 유니폼을 골랐다”면서 “프로 입단할 때는 딱 맞아떨어지는 등번호가 없었지만, 올 시즌 도중 61번이라는 좋은 백넘버가 나와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등번호 변경이 쉽지는 않았다. 앞서 팬들에게 한 약속 때문이었다. 2월 스프링캠프 도중 구단 유튜브를 통해 “올 시즌에는 백넘버를 바꾸지 않겠다. 만약 그렇게 되면 내 유니폼을 사신 팬들에게 새 등번호가 달린 유니폼을 새로 사드리겠다”는 공약이 떠올라서였다.

그러나 운명처럼 찾아온 61번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장재영은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 그래서 사비를 들여 기존 59번 유니폼을 사신 분들에게 새 유니폼과 사인볼 등을 선물로 드렸다”고 말했다.

▲ 2020년 2월 덕수고의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 장재영(왼쪽)과 박찬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재영 제공
▲ 2020년 2월 덕수고의 미국 스프링캠프 당시 장재영(왼쪽)과 박찬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재영 제공

61번은 우리나라에서 1번, 11번, 21번과 함께 에이스를 상징하는 백넘버로 통한다. 특히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61번을 달고 활약하면서 61이라는 숫자는 한국야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장재영은 “당연히 박찬호 선배님께서 현역으로 뛰실 때 달았던 61번을 잘 기억하고 있다. 거창하게 롤모델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그렇지만, 선배님처럼 뛰어난 투수가 되고 싶은 마음은 크다”고 웃었다.

박찬호와 인연도 빼놓을 수 없다. 장재영의 아버지인 장정석 KIA 타이거즈 단장과 1973년생 친구 사이인 박찬호는 의조카가 어릴 때부터 멘토를 자처했다. 또, 장재영이 덕수고 시절 미국 스프링캠프를 소화할 때 직접 현장을 찾아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장재영은 “야구선수로 성장하면서 박찬호 선배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자주 뵙지 못했지만, 어릴 때는 직접 시간을 내주셔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 61번을 새겨넣은 장재영의 글러브. ⓒ고봉준 기자
▲ 61번을 새겨넣은 장재영의 글러브. ⓒ고봉준 기자

구단 역사상 최단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장재영은 지난해 혹독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고교 시절부터 시속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힘차게 뿌려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프로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19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9.17(17⅔이닝 18자책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삼진을 14개 뺏어내기는 했지만, 볼넷을 24개나 내주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장재영은 올 시즌 조금 더 나아진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최대 문제점으로 지목됐던 제구를 보완한 점이 주효했다. 직구 시속은 조금 떨어졌지만,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하게 되면서 타자와 승부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장재영은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야구가 정말 재밌다. 지난해에는 타자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다. 혼자 스스로 무너진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올 시즌에는 이기든 지든 타자와 승부를 하고 있다. 아직은 지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서 좋다. 소위 말해, 맞으면서 크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지금은 슬라이더와 커브를 많이 던지려고 한다. 어차피 직구가 150㎞대 초반으로 형성되면, 타자들 눈에도 곧 들어오기 마련이다”면서 “상대 역시 내 직구만을 노리고 있는 만큼 변화구 비율을 높이면서 승부하고 있다. 또, 그런 차원에서 포크볼도 연마하는 중이다. 여러모로 요새는 야구가 참 재밌다”고 강조했다.

▲ 장재영. ⓒ곽혜미 기자
▲ 장재영. ⓒ곽혜미 기자

사실 장재영은 지난해 내내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 관심이 비판으로 바뀌는 순간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데뷔 시즌 경험은 더 없는 성장의 자양분이 됐고, 장재영은 더 단단해졌다.

끝으로 장재영은 “지난해에는 마운드에서 볼만 너무 많이 던지니까 스트레스가 컸다. 또, 주위의 따가운 눈초리와 비판도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 역시 관심이라고 바꿔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한 시선을 일일이 신경 쓰기보다는 마운드에서 내 능력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한층 더 단단해진 마음가짐을 이야기한 뒤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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