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왼쪽), 송강호.  ⓒ강효진 기자
▲ 박찬욱 감독(왼쪽), 송강호. ⓒ강효진 기자

[스포티비뉴스=칸(프랑스), 강효진 기자]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가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나란히 수상하며 한국 영화가 겹경사를 맞았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이 28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8시30분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열렸다. 폐막식과 함께 겸한 시상식에서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브로커'의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경사가 벌어졌다.

수상 부문이 많지 않은 칸 영화제 본상에서 한국 작품이 두 개의 부문 수상을 거머쥐었을 때 팔레 드 페스티벌 프레스룸을 가득 채운 국내 취재진 역시 환호와 박수로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이에 화답하듯, 수상 직후 프레스룸을 찾아 소감을 전한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의 일문일답을 정리해봤다.

▲ 박찬욱 감독(왼쪽), 송강호.  ⓒ강효진 기자
▲ 박찬욱 감독(왼쪽), 송강호. ⓒ강효진 기자

Q. 한국 작품 두 편이 모두 수상을 기록했다.

"같은 영화로 왔다면, 같이 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 영화에 감독상과 주연상을 잘 주진 않으니 말이다. 따로 와서 같이 받게 된 거 같아서 더 재밌다."(박찬욱)

"박찬욱 감독과 오랫동안 작업해온 배우이기도 하고, 또 칸에서 '박쥐'로 심사위원상도 받으셨고 그래서 참 남다른 감정이다. 물론 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브로커'로 상을 받았지만 우리 식구들이 다 같이 받은 기분이라 뿌듯하다."(송강호)

Q. 서로에게 축하를 전한다면.

"제가 일어났을 때 감독님이 뛰어오면서 포옹하는데 그때가 너무 감동적이었다. 감독님 눈빛 보는 순간 너무 좋아하고 축하하는, 순간적으로 그 감동을 잊을 수 없다. 박해일 씨도 마찬가지다."(송강호)

"다 보셨겠지만 저도 모르게 복도를 건너서 뛰어가게 되더라. 그동안 많은 좋은 영화에 출연했는데, 워낙 영화 자체가 좋아 주연상을 받는 것이 힘들었는데, 기다리다보니 주연상을 받을 때가 온 것 같다."(박찬욱)

Q. 한국 영화가 2편이나 수상한 점이 의미있는 것 같다.

"꼭 한국 영화여서만은 아니다. 제 영화에는 중국인 배우가 나오고 '브로커'는는 일본 감독의 각본과 연출로 만들어졌다. 이렇게 아시아의 인적자원과 자본이 교류하는 건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유럽의 60~70년대부터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많이 들어왔다. 이제는 한국이 중심이 됐든, 이런 식의 교류를 활성화 해서 더 많은 범아시아 영화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박찬욱)

▲ 박찬욱 감독(왼쪽), 송강호.  ⓒ강효진 기자
▲ 박찬욱 감독(왼쪽), 송강호. ⓒ강효진 기자

Q. 평점 1위를 하며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꼽혔는데 아쉽진 않은지.

"평점들이 수상 결과로 잘 이어지진 않는 것 같다. 우린 경험이 많아서 잘 안다.(웃음)"(박찬욱)

"사실 그런데 최고 평점을 받은 것은 참 유의미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물론 심사위원들은 평점을 참고를 한다든지 기준으로 삼진 않지만 수많은 평론가와 전문가들이 평점을 높게 주신다는 것은 그만큼 최고의 영화가 아닌가 생각이 된다. 정말 감독상이란 어마어마한 상을 수상하셨지만 제가 봤을 땐 황금종려상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송강호)

Q. 한국 남자배우 최초로 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소감은.

"누누이 하는 이야기지만 상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는 배우도 없다. 좋은 작품에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최고의 영화제에 초청 받고, 거기서 격려를 받고 수상도 하게 되고 이런 과정 자체가 있을 뿐이지 절대적인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우 행복하고 영광스럽지만 이게 목표가 되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마음이다."(송강호)

Q. 심사위원단에 배우가 많았던 가운데 연기상 수상이라 의미있다.

"일단 상을 받은 직후라 그런 점에서 다음에 시간을 두고 곰곰히 복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웃음) 중요한 것은 제 입장에서는 '브로커'라는 작품 보셔서 알겠지만 저 뿐만 아니라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비롯해서 수많은 깨알 같은 보석과 같은 배우들의 열연과 앙상블을 대표해서 받은 것이다. 그분들의 열연에 대한 가치 또한 정말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송강호)

▲ 송강호. 출처ㅣ게티이미지코리아
▲ 송강호. 출처ㅣ게티이미지코리아

Q. 두 분이 서 있는 모습이 보기 좋은데 다음 작품을 같이 할 생각은 없나.

"시간만 달라.(웃음)"(박찬욱)
"같이 합시다 감독님. 우리 '박쥐' 한 지 꽤 오래됐다. 벌써 13년이나 됐다."(송강호)
"거절만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시간만 주시면 된다."(박찬욱)

Q.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상 이어 올해 감독상까지 국내 감독 칸 영화제 최다 수상자가 됐다.
"제가 모르고 있다가 알게된 것이 데뷔작을 내놓은 지 딱 30년이 됐더라. 축하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박찬욱)

Q. 수상소감에서 극장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는데, 코로나 시기에 '헤어질 결심'을 만들며 어려웠던 점은.

"현장은 큰 어려움 없이 촬영을 마쳤지만 조마조마해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회식도 마음대로 못하고 후반 작업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런 어려움보다는 영화관을 한동안 멀리하다가 다시 영화관을 찾았을 때 느낀 충격 같은 게 있다. 영화관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가서 보니까 '아 영화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구나' 새삼 와닿는 지점이 있었다. 소명 의식이 생길 만큼 놀랐다. 그래서 더더욱 영화가 영화일 수 있는, 아주 기본에 좀 더 깊이 들어가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헤어질 결심)가 그런 형태를 갖게 됐다."(박찬욱)

Q. 영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소감으로 표현했는데.

"외신 기자들의 대표적 질문이 한국 콘텐츠의 다양성과 역동성이다. '어떻게 한국이라는 사회의 문화는 이렇게 역동적이고 다양할 수 있나. 어떻게 전세계 관객들과 팬들을 열광시키나.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이라는 조그마한 나라에서 우리 국민들은 항상 변화하고, 열심히 한다. 다이내믹하지 않고 정체되면 발전할 수 없다. 그래서 경쟁은 아니지만 어떤 사회적인 믿음이 있다. 개인적으로든 끊임 없이 도전하고 변화하려는 노력들이 이렇게 문화적 콘텐츠에 영향을 끼친다. 그런 점이 저희들도 단 한 순간도 나태하면 안 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이기에 이런 결과가 있는 것이다. 한국이라는 문화가 이렇게 다양하기에 역동적이고 감탄할 작품이 나온다'고 말씀을 드린다. 기본적으로 한국 관객 분들, 그리고 많은 팬들이 끊임없이 예의주시하고, 격려를 해주시고 때로는 질타도 해주시고 그런 모습이 있기 떄무에 박찬욱 감독님과 저도 한 순간도 이렇게 쉼 없이 노력하지 않았나 싶다. 결론은 여러분들의 뜨거운 성원, 격려 덕분에 저희들이 소중하고 의미있는 결과를 낳지 않았나 싶어서 이자리 빌려서 팬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송강호)

"한국 관객들은 웬만한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장르 영화를 만들어도 예를 들어 범죄 스릴러 하나 만들어도, 코미디를 만들어도 단일 장르만 가지고는 만족을 못 한다. 그 안에 실제 우리 인생이 총체적으로 묘사되기를 항상 요구한다. 장르 영화 안에도 웃음, 공포, 감동도 필요하고 다 있기를 바라잖나. 우리가 좀 더 많이 시달리고 그러다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웃음)"(박찬욱)

▲ 박찬욱 감독. 출처ㅣ게티이미지코리아
▲ 박찬욱 감독. 출처ㅣ게티이미지코리아

Q. 이번 상이 앞으로의 행보에 어떤 의미로 작용할 것 같은가.

"전혀 작용하지 않길 바란다. 진심으로 변함이 없다. 상을 받고 나서나, 받기 전이나 좋은 작품과 이야기를 새롭게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은 전혀 변함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송강호)

"영화제가 감독들이나 아티스트들이 와서 여러 주목을 받고 상도 받고 그런 게 좋지만 제일 중요한 의미는 홍보 효과가 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기 때문에 '브로커'나 '헤어질 결심'이 개봉할 때 조금이라도 많은 관객이 이름을 들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박찬욱)

Q. 앙상블이 뛰어난 작품으로 남우주연상을 받게 된 점도 인상적이다. 

"제가 아직 '브로커'를 못 봤다. 송강호 씨와 만났을 때 '연기가 그렇게 좋았다며?'라고 물으니 '저 그냥 조연이에요'라고 말하더라. 그래놓고 나 참…(웃음)"(박찬욱)

"제가 생각하기에 연기라는 것에 형태가 있다면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꼭 상을 받기 위해서 어떤 형태의 연기를 해야 하고, 어떤 포지션을 갖춰야 하고 이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연기라는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 주는 것에 여러 형태가 있고, 다양한 표현과 다양한 작품을 형성시키는 힘들을 결정하고 연기를 하는 거 같다. 그런 점이 인정받고 상도 받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어떤 형태를 포지션과 형태를 위주로 영화 선택을 한다든지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다른 형태도 있겠지만 그런 점에서 배우들은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데서 해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평소에도 하고 있다."(송강호)

Q.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새로운 걸 위한 새로움이라기보다는 배우로서, 예술가로서 관객들과 팬들에게 어떤 형식으로 발전하고 어떤 형식으로 얘기할지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각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결과가 나오느냐, 못 나오느냐, 좋으냐, 나쁘냐는 결코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배우로서 어떤 자세와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늘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소에 늘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송강호)

▲ 박찬욱 감독(왼쪽), 송강호.  제공ㅣCJ ENM
▲ 박찬욱 감독(왼쪽), 송강호. 제공ㅣCJ ENM

Q. 수상 직후 '브로커' 팀과 나눈 얘기는?

"제가 순식간에 나왔기 때문에(웃음), 그래서 이따가 만나서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시간 가져야 한다."(송강호)

Q. 세 번째 수상이다. 칸 영화제는 왜 그렇게 박찬욱 감독 작품을 좋아할까.

"모르겠다. 수상은 심사위원들 구성에 따라서 항상 다르다. 그 구성이 9명인가. 우리도 심사해보면, 정말 다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고 누가 목소리 크냐 그것도 작용한다. 어떤 깐 영화제라는 기관이 특별한 작용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심사 결과는 완전히 심사위원에게 맡겨진다. 심사위원들의 면면, 구성 이런 것이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 지는 알 수 없고 영원히 비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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