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한 라파엘 나달이 우승 트로피를 깨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2022년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한 라파엘 나달이 우승 트로피를 깨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2005년 시작된 '흙신의 전설'은 17년간 이어졌다. 2005년 당시 19살 신예였던 라파엘 나달(36, 스페인, 세계 랭킹 5위)은 롤랑가로스 무대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2022년 6월 6일, 만 36살이 된 그는 이 대회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이후 이 대회에서만 무려 14번 우승하는 업적을 쌓았다. 단일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세운 그는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 오픈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남자 테니스 사상 최다인 22번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나달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2년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캐스퍼 루드(23, 노르웨이, 세계 랭킹 8위)를 3-0(6-3 6-3 6-0)으로 완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그는 역대 최고 선수(GOAT : Greatest of All Time)를 놓고 노박 조코비치(35, 세르비아, 세계 랭킹 1위)와 로저 페더러(40, 스위스, 세계 랭킹 47위)와 경쟁 중이다. 가장 중요한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 횟수에서 나달은 총 20회를 기록한 조코비치와 페더러를 2승 차로 앞섰다. 

▲ 2022년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라파엘 나달
▲ 2022년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라파엘 나달

대회 전 나달의 메이저 22회 및 프랑스 오픈 14회 우승 전망은 밝지 않았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그는 '뮐러 와이즈 병'이란 발바닥 관절이 변형되는 희소병과 씨름하고 있다.

올해 나달은 첫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 오픈을 정복하며 지난해 부진을 만회했다. 지난 2월까지 호주 오픈은 물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호주 멜버른 서머셋과 멕시코 오픈에서 우승하며 일찌감치 시즌 3승을 거뒀다. 

그러나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BNP 파리바 오픈 준결승에서 갈비뼈 부상을 입었다. 여기에 고질적인 왼발 통증까지 그를 괴롭혔고 한 달간 코트에 서지 못했다.

프랑스 오픈을 앞두고 기량 점검 차 출전했던 인터내셔널 BNL 이탈리아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기 어려웠지만 불굴의 정신력과 꾸준한 치료로 2년 만에 프랑스 오픈 왕관을 탈환했다.

경기를 마친 나달은 "지금의 감정은 말로 어떻게 표현하기 어렵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36세의 나이로 롤랑가로스 결승전에서 출전해 우승까지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승리이고 의미가 깊은 우승이다"고 말했다.

▲ 프랑스 오픈 결승전을 지켜본 1만 5천여명의 관중들의 환호에 화답하는 라파엘 나달
▲ 프랑스 오픈 결승전을 지켜본 1만 5천여명의 관중들의 환호에 화답하는 라파엘 나달

나달은 이번 대회 기간 중 "이번이 나의 마지막 롤랑가로스가 될 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만성적인 발 통증은 완치가 어렵다. 이런 악재가 앞으로 선수 생활 지속 여부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롤랑가로스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나달은 계속 도전할 뜻이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우승은) 계속 뛸 수 있는 에너지가 됐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싸우겠다"며 1만 5천여 명의 관중들 앞에서 밝혔다.

루드는 프랑스 오픈은 물론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전에 처음 진출했다. 이번 경기에서 그는 나달과 공식적으로는 첫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루드는 나달이 운영하는 '라파 아카데미' 출신이다. 2018년부터 이곳에서 훈련하며 나달과 여러 차례 연습 경기를 했다.

지난해 윔블던 8강에 진출했던 루드는 이번 대회에서 메이저 대회 개인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는 "롤랑가로스 결승전에서 라파(나달의 애칭)와 경기하는 것은 아마도 이 스포츠에서 가장 큰 도전일 것"이라고 말했다. 

▲ 2022년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라파엘 나달(왼쪽)과 준우승한 캐스퍼 루드
▲ 2022년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라파엘 나달(왼쪽)과 준우승한 캐스퍼 루드

이어 "오늘 나달과 결승전에서 맞붙는 것이 어떤 건지를 경험했다. 쉽지 않았다"며 "나는 큰 영감을 받았고 앞으로 더 선수로 활동하기를 원한다"며 우승한 상대를 축하했다.

프랑스 오픈을 끝으로 '클레이코트 시즌'은 막을 내렸다. 6일부터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시작하는 ATP 투어 보스 오픈을 시작으로 '잔디 코트 시즌'이 펼쳐진다.

올해 세 번째 그랜드슬램 대회인 윔블던은 오는 27일 개막한다. 공식 인터뷰에서 나달은 "윔블던은 누구나 참가를 원하는 대회다. 치료가 잘 진행돼서 몸이 대회에 나설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달은 윔블던에서는 두 번 우승(2008, 2010)했다.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하며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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